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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최이앙 제태 에게 증정하다(奉贈崔而仰【濟泰】)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2.0001.TXT.0008
최이앙 제태 에게 증정하다
경인년(1890, 고종27) 1월 8일에 내가 영남에 갔다. 상원일(上元日)에 산음(山陰)에 도착하고 다음 날 강성(江城)에 당도하여 신안강(新安江) 기슭으로 계남옹(溪南翁)주 73)을 찾아뵈었다. 안부 인사가 끝나자 옹의 조카인 이앙(而仰)이 말하기를, "지난밤에 계방(季方 정의림(鄭義林)의 자(字))과 노니는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서 깬 뒤 혼자 말하기를, '나는 계방과 평소에 일면식도 없건만 갑자기 꿈에 나타났으니 무엇 때문일까? 일찍이 계방이 영남에 오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가까운 시일 안에 만나려는 것인가?'라고 하였습니다. 우두커니 기다리면서 한참을 있었더니 과연 그렇게 되었습니다."라고 하였다. 인하여 적어 놓은 꿈 내용을 꺼내 보여주었는데 바로 7일이었다.
아, 나와 이앙은 과연 일면식도 없지만 서로 편지를 주고받은 것은 자못 오래되었다. 동서로 500리를 벗어난 아득히 먼 곳에서 앞서지도 않고 뒤서지도 않게 서로 감응하는 것이 북채와 북, 그림자나 메아리와 같을 줄 누가 알았는가. 천지 간에 의기가 서로 감응하여 걷지 않아도 이르게 되고 빨리하지 않아도 빠른 것주 74)이 진실로 이와 같았다. 예전에 호상(湖上)에서 선사(先師)를 모실 때 나와 애산(艾山)주 75)이 두 차례나 기약도 없이 서로 만나자 선사(先師)께서 이르기를, "기이한 일이다. 어찌 기록으로 남기지 않겠는가."라고 하셨다. 만약 선사께서 살아 계신다면 또한 어찌 기이한 일이라고 하지 않으시겠는가.
이에 대략 전말(顚末)을 적어 이앙에게 준다. 이앙은 언제나 나를 일깨우고 분발시켜 지극히 어리석고 근기(根氣)가 낮은 이 사람이 동성상응(同聲相應)주 76)하고 함께 돌아가는 결과에 부끄럽지 않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주석 73)계남옹(溪南翁)
남옹은 최숙민(崔琡民, 1837~1905)의 호이다. 자는 원칙(元則), 본관은 전주(全州)이다. 경상남도 하동군 옥종면 두양리에서 살았다.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 1798~1876)의 문하에서 수학하였다. 저서로는 《계남집》이 있다.
주석 74)걷지……빠른 것
《주역》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신묘하기 때문에 빨리 하지 않아도 신속하고, 행하지 않아도 이른다."라는 말이 있다.
주석 75)애산(艾山)
정재규(鄭載圭, 1843~1911)를 말한다. 자는 영오(英五) 또는 후윤(厚允), 호는 노백헌(老柏軒)ㆍ애산(艾山), 본관은 초계(草溪)이다. 기정진(奇正鎭, 1798~1879)의 문인이다.
주석 76)동성상응(同聲相應)
동류(同類)끼리 서로 기맥이 통하여 자연히 의기투합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주역》 〈건괘(乾卦) 문언(文言)〉에 "같은 소리끼리는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끼리는 서로 찾게 마련이니,……이는 각자 자기와 비슷한 것끼리 어울리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奉贈崔而仰【濟泰】
歲庚寅元月八日。余作嶺行。上元日到山陰翌日到江城。訪溪南翁於新安江上。寒暄畢翁從子而仰言曰。疇昔之夜。夢與季方遊。旣覺自語吾與季方。未有一面之雅。而遽爾入夢何也。聞季方嘗有意嶺行。其將從近見遇耶。佇俟久之。果爾果爾。因出所記夢蹟示之。乃七日也。嗚呼。吾與而仰。果無一面。而其有書路往復。則頗久矣。誰知東西遙遙半千里之外。不先不後。相應相感。如桴鼓影響哉。天地間氣類之感。有不行而至。不疾而速者固如此。昔年侍先師於湖上也。吾與艾山。有再次不期之遇。先師曰奇事也。盍記諸。若使先師而在焉。則亦豈不曰奇事也。玆以略述顚末。以呈而仰。願而仰爲之終始警策。使此至愚下根。無愧爲同聲同歸之歸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