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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장성 회소의 통문에 답하는 글(答通長城會所文)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2.0001.TXT.0007
장성 회소의 통문에 답하는 글
음양의 성쇠는 비록 역대에 걸쳐 이미 그러했지만 나라에 미친 재앙이 지금보다 심한 시절이 언제 있었는가. 일성(日星)이 어두워지고 천지(天地)가 뒤집혀 500년 사직이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위태롭고 3천 리 강산이 금수(禽獸)의 발굽에 어지럽혀졌다. 의사(義士)는 바다로 뛰어들어 목숨을 끊겠다는 뜻을 품고주 69) 필부(匹婦)도 도랑에서 목을 매려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문신하거나 몸을 훼손하는 저 오랑캐들은 어찌하여 참으로 잠깐의 목숨을 보존하고자 온 나라를 죽음으로 시커멓게 물들이는가.
애처로운 이 수많은 생령(生靈)이 다행히 선왕의 은혜로운 배양(培養)에 힘입어 다양한 방법으로 충의를 떨치는 거사를 일으켰다. 경기(京畿)와 관동(關東)에서는 이미 군위(軍威)가 진동하고 영남(嶺南)과 호서(湖西)에서는 의로운 선전포고가 번갈아 일어나, 병들어 쇠약한 자, 늙어 파리해진 자도 죽지 않은 채 보기를 기다리고자 하고 벙어리, 귀머거리, 절름발이도 모두 기운을 북돋아 달려 나가고자 하였다. 어찌하여 이 1천 리 호남 고을에서만 안진경(顔眞卿)주 70) 같은 의리를 지닌 사람이 하나도 없는가. 어찌 사력(事力)의 차이가 있는가. 아, 인정(人情)이 고르지 못하도다!
다행스럽게 우리 노사 선생의 집안에서 침랑(寢郞)주 71)을 지낸 현손(賢孫)이 궐기하여 마침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쓴 계책을 내어 한 도 백성들의 마음을 창도(唱導)하였다. 문서(文書)를 돌려 오래도록 억눌려있던 바람을 달래주고 방법과 계략을 제시하니 진실로 군율을 갖춘 군대에 부합하였다. 우리 고을이 멀고 후미진 구석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또한 소화(小華)의 땅이다. 병이호덕(秉彝好德)주 72)의 성품이 자연히 무너지지 않았으니 휴양(休養)의 은혜 또한 어찌 일찍이 감히 잊었겠는가. 기약하지 않고도 서로 부합하였으니 단지 이를 알리고 주선하고자 한다.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며 알리고 또 선비, 서리와 함께 모의하였으니, 창졸간에 준비한다는 것이 가난한 시골에서는 매우 어렵기는 하지만 고생스러운 주선이나마 스스로 구원병을 뒤따르고자 한다. 물고기를 먹고자 한들 어찌 곰 발바닥만큼 맛이 좋겠는가. 옥(玉)이면서 깨지는 것이 기왓장으로 온전하기보다는 낫다. 하물며 천도(天道)는 반드시 상도(常道)로 돌아오고 나라의 기틀은 재조(再造)의 운이 있음에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이에 답하여 알리며 삼가 기일(期日)을 알려주기를 기다린다.
주석 69)의사(義士)는……품고
전국 시대 제(齊) 나라의 고사 노중련(魯仲連)이 신원연(新垣衍)으로부터 진(秦) 나라를 황제(皇帝)로 받들자는 말을 듣고는 매우 분개하여, "불의한 진 나라가 황제가 되어 천하에 정사를 펴게 된다면 나는 차라리 동해(東海)에 빠져 죽고 말 것이다."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史記 魯仲連傳》
주석 70)안진경(顏眞卿)
709~785. 당 현종(唐玄宗) 때의 명신으로, 평원 태수(平原太守)로 있으면서 안녹산(安祿山)이 배반할 것을 알아차리고 미리 그에 대비하였다. 후에 안녹산이 반란을 일으키자 하북(河北)의 24개 군이 모두 무너졌지만, 안진경이 군사를 일으켜 적병을 토벌하였다. 현종이 기뻐하면서 "나는 안진경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그가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하는구나."라고 하였다. 《新唐書 卷153 顔眞卿列傳》
주석 71)침랑(寢郞)
침랑(寢郞)은 능참봉이라고도 하는데, 조선 시대에 왕릉(王陵) 및 원(園)의 관리를 맡은 참봉으로 종9품의 실직(實職)이다.
주석 72)병이호덕(秉彝好德)
사람이라면 모두 천성적으로 덕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시경》 〈증민(烝民)〉에서 "사람이 떳떳한 본성을 가진지라 이 아름다운 덕을 좋아하도다."라고 하였다.
答通長城會所文
陰陽盛衰。雖已然於歷代。邦國喪亂。孰有甚於此時。日星晦沈。天地飜覆。五百年社稷。危如贅旒。三千里江山。交於蹄跡。義士懷蹈海之志。匹婦持經瀆之心。雕題毁形。豈願須臾喘息。黑死全局。哀此億萬生靈。幸賴先王培養之休。爰有多方奮忠之擧。畿輔關東。軍威已振。嶠南湖西。義聲迭興。癃疾老羸。願母死而俟見暗聾跛躄。皆增氣而欲趨。惟此湖南千里之鄕。胡無眞卿一人之義。豈事力之有異。嗟人情之不平。幸我蘆沙先生之門。第有寢郞賢孫之作。乃出萬死之計。以倡一路之心。輪廻文移。治慰久鬱之望。指授方略。允符以律之師。敝邑雖在遐僻之隅。亦是小華之地。彛好之性。自有所不墮。休養之恩。亦何嘗敢忘。有不期而脗合。第奉喩以周旋。旣輪告於村閭。又合謀於儒胥倉卒綢繆。雖甚難於巖邑之貧。艱關拮据。願自附於蟻援之後。魚之欲。曷若態之美。玉而碎。勝於瓦而全。況天道有必反之常。而邦基膺再造之運。玆庸答告。恭俟示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