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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 호남 열읍의 유생들에게 통고하는 글(通告湖南列邑章甫文)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2 / 잡저(雜著)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2.0001.TXT.0006
호남 열읍의 유생들에게 통고하는 글
세상에 미워할 만한 자가 어찌 한량이 있겠는가마는 성인(聖人)께서 특별히 겉으로는 비슷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자를 미워한주 68) 까닭이 무엇인가? 대체로 옳은 듯하면서 그른 것이 대중을 쉽게 미혹시키기 때문이다. 지금 머리 위에는 선정(先正)을 떠받들고 명분은 현인을 존경한다고 일컬으면서 시비(是非)를 어지럽혀 사람들의 눈과 귀를 현혹하는 자가 겉으로는 비슷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자들이 아니겠는가.
노사 선생(蘆沙先生)께서는 일생에 걸쳐 율곡(栗谷)을 우러러 흠모하며 태극(太極), 이기(理氣)에 관한 학설이나 천명(天命), 성정(性情)에 관한 논의가 서로 부합하고 일치하여 독실하게 믿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 문집(文集)을 살펴보면 하나하나 징험할 수 있다. 다만 "음(陰)이 정(靜)하고 양(陽)이 동(動)하는 것은 누가 시키는 것이 아니다."라는 구절에 대해서는 약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매번 문구에 얽매이지 않고 본의를 살펴 이해한 뒤 이것은 특별히 유행의 측면에서 말한 것으로 여겼다. 오늘날 주기설(主氣說)을 주장하는 자들을 보면 오로지 이 말에 집착하여 자기 견해를 입증하는 증거로 삼고 있지만, 선생께서 비로소 이 구절의 조어(措語)가 타당치 못하여 이렇게 저렇게 변하다 잘못된 뜻에 이르렀음을 분변하였으니, 이것은 곧 전현(前賢)의 도를 명백히 밝히고 오늘날의 폐단을 바로잡는 방도였다.
뜻하지 않게 근래에 영남 사람인 최동민(崔東敏), 권봉희(權鳳熙) 무리가 이 말을 가리켜 율곡을 헐뜯었다고 하면서 열군(列郡)에 통문(通文)을 보내 방자하게 노사 선생을 논척(論斥)하였다. 버릇없이 함부로 행동하는 것이 한결같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도리는 무궁하지만 시세(時世)가 다르기 때문에 앞뒤의 성현께서 세상을 구제하기 위해 하신 말씀이 대략 차이가 없을 수 없었으니, 예를 들자면 정자(程子)의 《역전(易傳)》, 주자(朱子)의 《주역본의(周易本義)》 등등을 이루 다 기록할 수 없다. 만약 이것을 가지고 전현(前賢)을 헐뜯었다고 한다면 정자, 주자부터 이후의 제현(諸賢)은 전현을 헐뜯는 방자함에서 벗어나는 사람이 한 명도 없게 된다.
또한 노사 선생은 4조(朝)에 걸쳐 예우를 받은 신하로서 존귀함은 삼달(三達)을 겸하고 온 나라에 명망이 높았건만, 저 보잘것없는 후생(後生) 무리가 감히 직접 성명(姓名)을 지적하면서 극도로 욕을 보였다. 이 또한 세도(世道)의 큰 변괴이다. 온 나라 사람이 함께 물리쳐야 하는 자들이니, 하물며 선생의 고을에서 유자(儒者)의 관을 쓰고 유자의 복장을 갖추고 있는 자들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도내의 군자들이 이 얘기를 듣는다면 함께 분개하고 함께 미워하는 마음이 없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모쪼록 9월 17일에 능주(綾州)의 영귀정(詠歸亭)에 모두 모여 한 차례 충분히 상의한 뒤 일제히 죄를 성토하는 자리로 삼는다면 매우 다행이겠다.
주석 68)겉으로는……미워한
《맹자》 〈진심 하(盡心下)〉에 "겉으로는 비슷하나 속은 완전히 다른 것을 미워하노니, 가라지를 미워함은 벼 싹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요, 말재주 있는 자를 미워함은 의를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이다."라는 공자(孔子)의 말이 보인다.
通告湖南列邑章甫文
天下之可惡者何限。而聖人特言惡似而非者何耶。蓋似是而非。易以惑衆故也。今頭戴先正。名稱尊賢。而眩亂是非。熒惑視聽者。非似是而非耶。惟蘆沙先生一生尊慕栗谷。而於太極理氣之說。天命性情之論。無不脗合而篤信焉。考之文集。歷歷可徵。但於陰靜陽動非有使之一句語。有少未契。而每活看而通之。以爲此特流行邊說話矣。及見今人之主氣者。專執此語。以爲己見之證案。則先生始辨此句下語之未妥。以至輾轉差謬之意。是乃所以講明前賢之道。而矯捄今日之弊也。不意近者嶺人崔東敏權鳳熙輩。指摘此語。以爲誣毁栗谷。飛通列郡。肆其詆斥。人之無狀。一至於此乎。道理無窮。而時世有異。是以前後聖賢。捄世立言。不得不略有異同。如程子易傳朱子本義之類。不可殫記。若以此而誣毁前賢。則自程朱以後諸賢。無一人免於誣毁前賢之肆矣。且蘆沙先生。以四朝禮遇之臣。尊兼三達。望重一國。而彼幺麽後生輩。敢自指斥姓名。極其誣辱。此亦世道之一大變怪也。擧國人人所與共斥者。而況在先生之鄕冠儒服儒者乎。道內僉君子聞之。想不無同憤共疾之心。須以九月十七日齊會于綾州之詠歸亭。以爲一席爛商。齊聲致討之地。幸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