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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외손자 송병기에게 보냄(與宋外孫秉基)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79
외손자 송병기에게 보냄
너를 보낸 지 벌써 여러 날이 되었구나. 서재를 청소하고 휘장을 내려 과연 내 말대로 집중하며 책을 읽고 있는지 잘 모르겠구나. 마을 서당은 너무 시끄러운 것 같고 산당에서 책을 읽으면 집안에서 해야 할 일을 할 수가 없으니, 다만 편리하고 조용한 것은 집안의 서재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이 일은 다만 내 뜻이 독실함에 달려 있으니, 뜻이 만약 독실하지 않고서 이전처럼 한가롭게 지내면서 한가로운 객을 대하여 한가로운 이야기나 나누거나 혹은 아침까지 자면서 늦게 일어나거나 혹은 대낮에 낮잠을 잔다면 한 해가 다 지나가더라도 어찌 성취할 수 있겠느냐. 옛날의 문장가나 현철한 이로 백 대에 아름다운 이름을 남긴 자 가운데 그 누가 각고의 노력으로 공부하지 않고서 이와 같을 수 있겠느냐. 예를 들면 소강절은 10년 동안 밤에 잠을 자지 않았으며 면재 황간(黃幹)은 십년 동안 밤에 허리띠를 풀지 않았으니, 모두 이에 해당한다. 천하의 좋은 일은 모두 어렵고 고생하는 가운데에서 나오니, 《주역》에서 말한 "거듭된 고난 속에서도 마음은 형통하다."주 201)라 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매번 정성과 독실한 뜻은 부족하고 한가롭게 지내는 모습은 많은 너를 보는데, 이는 하찮은 병이 아니다. 평소 생활하면서 우선 모름지기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자면서 용모를 단정히 하여 방만하게 하지 않은 이후에 이 마음이 안정하게 되어 산만함에 이르지 않는다. 깊이 경계로 삼아 이 좋은 시절을 잃지 말아야 한다.

질문 : 《중용》에서 "중용은 지극하구나. 사람들[民]이 능한 이가 적은지 오래되었다."주 202)라 하였는데, '민(民)'은 일반 백성을 가리킵니까, 아니면 천하 사람을 통틀어 말한 것입니까.
답변 : 사람은 천하의 백성을 통틀어 이른 것이다.
질문 : 〈지인용장(知仁勇章)〉의 장하주(章下註)에서 "순은 지(知)이고, 안연은 인(仁)이고 자로는 용(勇)이니, 이 세 가지 중에 한 가지라도 없으면 도에 나아가 덕을 이루지 못한다."라고 하였는데, 이 말대로라면 순임금에게 있어서는 지이지만 인과 용은 없으며, 안연에게 있어서는 인하지만 지와 용은 없는 것입니까.
답변 : 각각 한 가지를 들어서 말한 것이지, 순이 지하기만 하고 인과 용은 없다는 것을 이름이 아니다.
질문 : "나는 그 중에 하나도 잘하지 못한다.……"주 203)라 하였는데, 이는 겸손한 말입니까. 아니면 위의 문장의 "그 지극함에 이르러서는 성인도 능하지 못한 것이 있다."주 204)는 것을 이어서 말한 것입니까.
답변 : 이는 참으로 성인의 겸손한 말인데, 그러나 그 지극함에 이르면 또한 능하지 못한 바가 있다.
질문 : "《시경》에서 '신이 이르른 것'이라 하였다."주 205)라 하였습니다. 위에서는 귀(鬼)와 신(神)을 함께 들어 말하였는데,주 206) 여기서는 다만 '신(神)'자만 들어서 말한 것은 어째서 그렇습니까. 다만 '이르러서 펼친 것'주 207)을 위주로 하여 말하였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까.
답변 : 이미 "이르렀다."고 하였으니, 이르른 것은 '이르러서 펼친 것'이 아니더냐.
질문 : "인은 사람이다."주 208)라고 하였는데, 《장구》에서 "인이란 천지가 만물을 낳는 마음이다."주 209)라고 하였습니다. 다만 '사람'만을 말한 것은 어째서 그렇습니까.
답변 : 사물의 신령함이 되면서 이 이치를 온전히 가진 것이 사람이다.
질문 : "천하의 달도(達道)는 다섯 가지이다.……"주 210)라 하면서 군신을 먼저하고 부자를 뒤에 한 것은 어째서 그렇습니까.
답변 : 애공을 대하여 말하였기 때문에 군신을 먼저 말하였다.
질문 : "낮은 지위에 있으면서 윗사람에게 신임을 얻지 못한다."주 211)라 하였는데, 이 장은 공자가 애공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낮은 지위의 일을 말한 것은 어째서 그렇습니까.
답변 : 학문은 한 가지이며 이치도 한 가지이다. 어찌 임금을 대하고 신하를 대하는 구별이 있겠느냐.
주석 201)거듭된……형통하다
《주역》 〈감괘〉 괘사(卦辭)의 "습감은 신실함이 있어서 마음만은 형통하니, 계속 나아가면 가상(嘉尙)함이 있으리라.〔習坎 有孚 維心亨 行有尙〕"라는 말에서 발췌한 것이다.
주석 202)중용은……오래되었다
《중용》 제3장에 보이는 말이다.
주석 203)나는……못한다
《중용》 제13장에서 공자가 "군자의 도가 네 가지인데 나는 그중에 한 가지도 능하지 못하니, 자식에게 바라는 것으로써 부모를 섬김을 능히 하지 못하며, 신하에게 바라는 것으로써 군주를 섬김을 능히 하지 못하며, 아우에게 바라는 것으로써 형을 섬김을 능히 하지 못하며, 붕우에게 바라는 것을 내가 먼저 베풂을 능히 하지 못한다.[君子之道四, 丘未能一焉, 所求乎子以事父, 未能也, 所求乎臣以事君, 未能也, 所求乎弟以事兄, 未能也, 所求乎朋友先施之, 未能也.]"라고 한 데에서 온 말이다.
주석 204)그 지극함에……것이 있다
《중용》 제12장에 "군자가 추구하는 도는 그 용(用)이 광범위하다. 그래서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어리석은 수준으로도 다 함께 알 수가 있지만, 그 도의 지극한 차원에 이르면 비록 성인이라도 알지 못할 면이 있다. 필부필부의 불초한 수준으로도 행할 수가 있지만, 그 도의 지극한 차원에 이르면 비록 성인이라도 행할 수 없는 면이 있다.〔君子之道 費 夫婦之愚 可以與知焉 及其至也 雖聖人亦有所不知焉 夫婦之不肖 可以能行焉 及其至也 雖聖人亦有所不能焉〕"라 하였다.
주석 205)《시경》에서……하였다
《중용장구》 제16장에서 "《시경》에 이르기를 '신(神)의 이르름을 예측할 수 없으니, 하물며 신을 싫어할 수 있겠는가.'라 하였으니, 은미(隱微)한 것이 드러나니, 성(誠)의 가릴 수 없음이 이와 같구나!〔詩曰神之格思 不可度思 矧可射思 夫微之顯 誠之不可揜如此夫〕"라고 한 구절이 보인다.
주석 206)위에서는……말하였는데
16장의 초입에서 공자는 "귀신의 덕이 됨은 성대하도다."라 하였다.
주석 207)이르러서 펼친 것
주자는 16장 귀신이 덕이 성대하다는 구절의 주에서 "귀신을 한 기로써 말한다면 이르러서 펼친 것은 신(神)이 되고 돌이켜서 돌아가는 것은 귀(鬼)가 된다."라 하였다.
주석 208)인은 사람이다
《중용장구》 제20장에 "인은 사람이니 어버이를 친히 함이 크고, 의는 마땅함이니 어진 이를 높임이 크다.[仁者人也, 親親爲大; 義者宜也, 尊賢爲大.]"라고 하였다.
주석 209)인이란……마음이다
《중용》 20장의 '정치를 하는 것이 사람에게 있다.〔爲政在人〕"의 주에 보이는 말이다.
주석 210)천하의 달도(達道)는 다섯 가지이다
《중용장구》 제20장에 "천하의 달도가 다섯인데 이것을 행하는 것은 세 가지이니, 군신간과 부자간과 부부간과 형제간과 붕우간의 사귐이 다섯 가지는 천하의 달도요, 지ㆍ인ㆍ용 이 세 가지는 천하의 달덕이니, 이것을 행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 학문을 좋아함은 지에 가깝고, 힘써 행함은 인에 가깝고, 부끄러움을 앎은 용에 가깝다.〔天下之達道五, 所以行之者三, 曰君臣也, 父子也, 夫婦也, 昆弟也, 朋友之交也五者, 天下之達道也; 知ㆍ仁ㆍ勇三者, 天下之達德也, 所以行之者一也.……好學近乎知, 力行近乎仁, 知恥近乎勇.〕"라고 한 것을 말한다.
주석 211)낮은……얻지 못한다
《중용장구》 제20장에,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백성을 다스리지 못할 것이다.……어버이에게 순함이 방법이 있으니 자기 몸을 돌이켜보아 성실하지 못하면 어버이에게 순하지 못할 것이다. 몸을 성실하게 함에는 길이 있으니 선을 밝게 알지 못하면 몸을 성실히 하지 못할 것이다.〔在下位不獲乎上 民不可得而治矣……順乎親有道 反諸身不誠 不順乎親矣 誠身有道 不明乎善 不誠乎身矣〕"라고 하였다.
與宋外孫秉基
送別已有日矣。未知掃塾下帷。專精讀書。果能一如吾言否。洞齋近熟鬧。山堂曠職分。惟是穩便從容。莫如家塾耳然此事。只在於吾之篤志。志若不篤。而因循悠泛。對閑人客。打閒說話。或早寢晏起。或日中打睡。則窮歲窮年。安能有成。古之文章賢哲。流芳百世者。誰無十分刻苦功夫。而能如此耶。如邵康節十年夜不就枕。黃勉齋十年夜不解帶者。皆是也。天下好事。皆從艱難辛苦中出來。易所謂習坎心亨。是也。每見汝少誠篤之意。多悠泛之狀。此其不細之病也。日用之間。先須夙興夜寐。收歛儀形。俾不放慢。然後此心有所安頓。而不至於散漫。千萬戒之。勿失此好時節也。子曰。中庸其至矣乎。民鮮能久矣。民指庶民。抑統天下人否。人統謂之天民。知仁勇章云云。舜知也。顏淵仁也。子路勇也。三者廢其一。則無以造道而成德矣。以此言則在舜知而未仁勇。在顏淵仁而未知勇耶。各擧一事而言。非謂舜知而未仁未勇也。丘未能一云云。此盖謙辭歟。抑承上文及其至聖人有所不能而言歟。此固聖人之謙辭。而極其至。則亦有所未能焉。詩曰神之格思。上竝擧鬼神言。此獨擧神字言。何也。只主至而伸者言故耶。旣曰格。則格非至而伸者耶。仁者人也。章句仁者天地生物之心。獨言人者何也。爲物之靈。而全此理者。人也。天下之達道五云云。先君臣後父子。何也。對哀公言。故先君臣。在下位不獲乎上。此章孔子對哀公問。而言在下位之事。何耶。學一也。理一也。豈有對君對臣之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