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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손자 헌에게 보냄.(寄憲孫)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76
손자 헌에게 보냄.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반드시 귀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으며 반드시 부유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지만 모름지기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더구나 귀함과 부유함은 천명이 있으니, 구한다고 반드시 얻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타인에게서 구할 것도 없고 밖에서 찾을 것도 아니며 다만 나의 본성을 따르고 나의 행실을 닦기만 하면 되니, 무슨 어려움이 있겠느냐。몸가짐을 삼가고 조심하며 집에 거처함에 효도하고 우애하며 게으르지 않고 방탕하지 않으며 죄를 짓지 않고 허물을 만들지 않아서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자신의 집을 지킨다면 이것이 이른바 좋은 사람이 아니겠느냐. 평소에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항상 겸손과 공손으로 자처하고 진심을 다하여 신의로 상대하며, 절대로 업신여기는 생각과 분노하는 낯빛으로 마주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일에 온당하지 않은 것이 있거든 마땅히 자신을 책망하고 구차하게 남을 책망하지 말아야 한다. 남을 책망하는데 힘쓰면 원망이 더욱 쌓이고 자신을 책망하는데 힘쓰면 덕이 날로 나아가니, 그 득실의 거리가 과연 어떠하겠느냐. 맹자는 말하기를 "지극히 성실하고서 감동시키지 않은 자는 있지 않으니, 성실하지 못하면 능히 남을 감동시킬 자가 있지 않다."주 199)라고 하였다. 대저 자신의 성실이 지극하지 못함을 알지 못하고서 다만 타인이 감동하지 않음을 책망한다면 자신의 몸을 굽혔는데 그림자가 곧지 않음을 미워하는 것 또는 그 근원을 더럽히고서 흘러가는 물줄기가 맑지 못함을 탓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붕우 관계는 진심을 다하여 신의가 서로 통한다면 말을 내면 사람이 믿게 되며, 친척 간에 은혜와 사랑이 서로 무젖으면 말을 내면 사람이 감응하게 된다. 이는 바뀌지 않는 이치이니, 온 힘을 기울여 노력해라. 집에 거처할 때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자면서 뜨락을 청소하고 집안일을 맡아 하는 여가에 조금이라도 남은 힘이 있거든 곧 성현의 책을 잡고 읊조리면서 연구하여 의리로 하여금 항상 내 마음에 무젖게 한다면 평소 일을 행할 때 자연스럽게 도움을 받는 것이 있을 것이다. 점술과 방술의 책은 불경스럽고 고아하지 않으니 선비가 숭상할 바가 아니다. 더구나 바둑과 잡스런 놀이 등은 뜻을 빼앗고 일을 방해함에 가장 심한 것이니, 깊이 생각해 보아라. 나 자신을 생각해보건대, 헐떡이는 실낱같은 숨은 조만간 끊어질 것이니 세상만사를 둘러보아도 다시 기대할 것이 없는데, 다만 바라는 것은 이것 하나뿐이다. 마음과 뼈에 새기고 한가로운 이야기라 여기지 말라.
주석 199)지극히……있지 않다
《맹자》 〈이루상(離婁上)〉에 보이는 말이다.
寄憲孫
人生斯世。不必要作貴人。不必要作富人。要作好人。是第一事。況貴與富有命焉。求之不可必得。至若做好人則無求於人。無慕乎外。只是順我性分。修我行實而已。何難之有哉。持身謹勅。居家孝友。無怠無荒。無罪無過。以保其身。以守其家。此非所謂好人耶。平日接人爲一大事。常以謙恭自牧。忠信相與。切不可以侵侮之意。忿戾之色。加之也。事有不可。當責己而勿苟責於人也。務責人則怨益積。務責己則德益進。其得失相去。果何如哉。孟子曰。至誠而不動者。未之有也。不誠。未有能動者也。大抵不知已誠之不至。而但貴人之不感動。何異於曲其身而惡影之不直。濁其源而責流之不淸乎。朋友之際。忠信相孚。則言出而人信之。親戚之間。恩愛相浹。則言出而人感之。此是不易之理。千萬勉之。居家夙興夜寐。灑掃庭除。幹蠱之餘。少有餘力。輒把聖賢書。諷詠硏究。使義理常常浸灌吾心則於日用行事。自然有所補助者矣。至於占訊方技之書。不經不雅。非儒者所尙。況碁奕雜戲。其爲喪志妨務。最爲甚焉。千萬戒之。自惟喘喘一縷。朝夕待盡。環顧萬事。無復所望。而所望惟此而已。銘心刻骨。勿視以閑說話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