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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손자 헌에게 보냄(寄憲孫)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손자 헌에게 보냄
근래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이 끝이 없다. 지난번에 지은 다섯 첩의 약 가운데 어제 두 첩을 복용하였고 오늘 두 첩을 복용하였는데, 다 복용한 뒤에 재탕할 생각이다. 이미 지어서 보내왔기에 물리칠 수가 없기 때문에 복용하였지만, 그러나 천하에 어찌 늙음을 물리치고 회춘하는 처방이 있겠느냐. 헛웃음만 나온다. 주자가 일찍이 '조심함[謹]'과 '부지런함[勤]' 두 글자를 아들에게 주면서 경계하기를 "다만 이 두 글자를 따라서 올라가면 무한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며, 등지고 내려가면 무한한 나쁜 일이 있을 것이다."주 197)라 하였는데, 너 또한 이 두 글자를 평생의 가계(家計)로 삼아라. 노쇠하고 병든 몸은 죽음이 드리웠는데 무엇을 구하며 무엇을 기다리랴. 다만 너희 형제들이 본분에 입각하여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질문 : 사상채가 말하기를 "다만 한 개 '오만함[矜]'자를 제거하라."주 198)고 하였는데, 대개 먼저 경(敬)을 위주로 하여 마음에 아주 조금도 사사로운 뜻이 없으면 긍(矜)자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잘 모르겠는데 긍(矜)은 본래 무엇에서 기인하여 발하는 것입니까.
답변 : 본래 마음이 협소함에서 발하는 것이다. 내가 한 바가 남보다 백 배나 훌륭해야 함이 자신이 응당 해야 할 일인 것을 안다면 오만함[矜]이 어떻게 발하겠는가.
질문 : 명덕(明德)과 지선(至善)은 과연 어떤 것입니까.
답변 : 명덕은 마음 위에서 말한 것이고, 지선은 일 위에서 말한 것이다. 명덕은 체(體)를 통합하여 말한 것이고, 지선은 사리의 극처이다. 명덕은 천명이 자신에게 얻어진 것이며, 지선은 천명이 만물에 흩어져 있는 것이다.
- 주석 197)다만……있을 것이다
- 〈주선생계자서(朱先生戒子書)〉에 보인다.
- 주석 198)사상채가……제거하라
- 상채는 사양좌(謝良佐)를 말하고, 긍 자는 자랑하고 과시하는 것을 뜻한다. 그가 헤어진 지 1년 만에 스승인 정이(程頤)를 찾아가자, 정이가 그동안 무슨 공부를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그가 "다만 긍 자를 없애려고 했다.[只去得箇矜字]"라고 대답하였는데, 그 이유를 묻자 "병통이 모두 이 속에 들어 있는 만큼, 이 죄과를 굴복시키면 바야흐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病痛盡在這裏 若按伏得這箇罪過 方有向進處]"라고 하였다. 《심경부주》 권1 〈천선개과장(遷善改過章)〉
寄憲孫
日間爲況何如。馳念無已。向日所制五帖藥。昨日服二帖。今日服二帖服了後又爲再湯計耳旣已制來不可退却故服之。然天下安有回春却老方也。可笑。朱夫子嘗以謐勤二字。授其子而戒之曰。只此二字。循之以上。有無限好事。背之以下。有無限不好事。汝亦以此二字。視作生平家計也。衰病垂死。何求何待。只望汝兄弟依本分做好人也。謝上蔡曰。只去得箇矜字。盖先主於敬心。無纖毫私意。可得去矜字。而但未知矜本何由而發。本自其內俠小而發。我之所爲。百勝於人。惟知自家合做底事而已。則矜何以發出。明德與至善。果是甚底。明德心上說。至善事上說。明德統體說。至善事理之極處。明德天命之得於已者。至善天命之散在萬物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