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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손자 헌에게 보냄(寄憲孫)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74
손자 헌에게 보냄
네가 특별히 방종하며 헛되이 시간을 보내는 습관이 없고 집안을 잘 이끌고 애비의 뜻을 잇는 일주 194)에 마음을 두는 것을 항상 보게 되니, 이 때문에 내가 만년에 신세가 조금 안정되고 집안은 조금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내가 너에게 위안을 받으니, 그 마음이 어떻겠느냐. 사방의 친구들도 또한 이따금 칭찬하지 않는 자가 없다. 다만 너는 평소 용모와 안색의 사이에 온화한 기운이 적기 때문에 사람을 상대하고 일에 대응할 때 온당하지 못한 단서가 없지 않으니, 이것이 너의 단점이다. 이미 그 단점을 알았으니, 어찌 온 힘을 다해 맹렬하게 살피지 않으랴. 《시경》에서 "온화하고 공손한 사람이여, 오직 덕의 기반이네."주 195)라 하였으니, 대저 온화함이란 천지가 사물을 많은 마음이요, 우리 사람이 마음에 지녀야할 기초이다. 천하의 물건은 양을 향하고 음을 등지며 온화함을 좋아하고 썰렁함을 싫어하지 않음이 없는데, 더구나 사람 마음의 향배는 어찌 이에서 벗어남이 있겠느냐. 지금부터 마음과 뼈에 새겨서 냉정하고 차가운 낯빛을 얼굴에 드러내지 말고 절박한 말은 입에서 내지 말며, 틈틈이 책을 읽고 이치를 연구하여 학문을 배양하며 또한 나의 허물을 말해 주고 나의 부족한 점을 충고해 주는 많은 도움을 줄 정직한 벗과 교유한다면, 이것이 네 한 몸의 복이며 한 집안의 경사가 될 것이니, 온 힘을 기울여 노력하라. 옛날 여동래는 젊어서 많이 격노하였다. 하루는 《논어》의 "자신에게 책망을 두터이 하고 남에게 책망을 가볍게 한다."는 구절을 읽고 나서는 죽을 때까지 격노하지 않았으니, 이것이 기질을 변화하는 방법이다.주 196) 너 또한 동래 선생처럼 기질을 변화해야 한다.
주석 194)애비의 뜻을 잇는 일
원문의 '간고(幹蠱)'는 자식이 아버지의 뜻을 잘 계승하여 아버지가 미처 다 이루지 못한 사업을 완성하는 것을 말한다. 《주역》 〈고괘(蠱卦) 초육(初六)〉에 "초육은 아버지의 일을 주관함이니, 자식이 있으면 돌아간 아버지가 허물이 없게 되리라.〔初六, 幹父之蠱, 有子, 考无咎.〕"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석 195)온화하고……기반이네
《시경》 〈대아(大雅) 억(抑)〉에 나오는 구절이다.
주석 196)여동래는……방법이다
여조겸이 젊었을 때에 기질이 거칠고 포악하여 밥상이 맘에 들지 않으면 기물을 부수곤 하였다. 뒷날 오랫동안 병을 앓으면서 한가할 때에 《논어》를 읽었는데, 〈위령공(衛靈公)〉의 "자신의 잘못은 혹독하게 꾸짖고 남의 잘못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이해해 주도록 노력하면 다른 사람의 원망을 받지 않게 될 것이다."라는 구절을 읽고 크게 깨달아 그 뒤로는 갑자기 성내는 버릇을 고치게 되었다. 《心經 卷1 損大象懲忿窒慾章》
寄憲孫
每見汝別無放逸浮浪之習。而留心於克家幹蠱之業。此我於晩年。身勢稍爲安帖。家容稍爲安集也。吾之所以慰望於汝者。其心爲何如。而四方知舊亦不無種種稱道者矣。但汝平日容色之間。少溫和之氣。是以接人應物。或不無未穩之端。此汝之所短也。旣知所短。豈不十分猛省乎。詩曰。溫溫恭人。惟德之基。夫溫溫者。天地生物之心。而吾人存心之基也。天下之物。莫不向陽而背陰。好溫而惡寒。況人情向背。豈有外於此乎。自今以往。銘心刻骨。冷涼之色。勿形於顔。迫切之言。勿出於口。間間讀書玩理以培養之。又從直友强輔。能言吾過。能攻吾闕者。與之遊逐。此汝一身之福。一家之慶也。千萬勉勉。昔呂東萊。少多暴怒。一日讀論語躬自厚而薄責於人之語。終身不暴怒。此是變化氣質法。汝亦變化質氣。如東萊先生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