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집안 아들에게 보임(示家兒)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70
집안 아들에게 보임
우리 선대는 신라와 고려 시대로부터 앞뒤 수천 년 동안 문학으로 벼슬을 하여 빛나는 후손들이 대를 이어 일찍이 동방의 사대부 반열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내 위로 5~6대에 이르러 아주 사나운 운수주 172)를 만나 날로 쇠퇴하였으니, 증조부는 금남에서 낭주로 옮겨왔고 조부는 낭주에서 금릉으로 옮겨왔으며 선고(先考)는 금릉에서 능양으로 옮겨왔다. 반남에 남겨진 장원(莊園)은 풀이 무성하게 묵었으며, 가야산의 선영은 쓸쓸하여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쓸쓸하고 외로운 혼자 몸으로 떠돌아다니며 걸식하여 그 모욕을 받은 것이 적지 않으며 난처한 상황을 만난 것이 대단히 많았으니,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하며 말을 하면 목이 매인다. 선고 부군은 아침부터 밤까지 걱정으로 부지런하여 조금도 쉴 틈이 없었으며 바람에 머리를 빗고 빗물에 목욕하면서주 173)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애써서 겨우 가계를 세워 자손들이 이어나갈 토대를 마련하였다. 아! 불초한 나는 혼매하고 어리석으며 명석하지 못하며 나약하고 게을러 떨쳐 일어나지 못하였는데, 나 자신의 측면에서는 심지(心志)가 통투하지 못하여 학문은 이룬 것이 없고, 집안의 측면에서는 대대로 전해지는 가업을 지키지 못하여 처자가 어려움에 처하였으니, 사방으로 떠돌며 남들에게 먹을 것을 의탁할 지경이 되었다. 오호라! 이 어찌 사람이란 말인가, 이 어찌 사람이란 말인가. 나라를 망친 신하와 전쟁에서 패한 장수는 공자가 확상의 향사례(鄕射禮)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였으니,주 174) 이렇게 집안을 망친 자는 또한 나라를 망치거나 전쟁에서 패한 부류가 아니겠는가. 자식의 처지에서 효도하지 못하고 사람의 처지에서 인(仁)하지 못하였으니, 비록 이전 습관을 통렬하게 고쳐서 천만의 죄 가운데 아주 조금이라도 그 허물을 줄이고자 하지만 흰머리의 노쇠한 나이에 정력이 미치지 못하니 천지를 우러러보고 굽어보며 잊지 않고 근심하는데 죽고자 하여도 죽지 못하고 있다. 오호라! 슬프도다. 이번 생은 끝났도다. 너는 다만 스스로 도모할 것을 생각하지 않느냐. 너는 경전과 역사를 대략 섭렵했으니, 도의 대경(大經)과 옛날 성패와 존망의 원인을 조금은 알 것이다. 또한 너도 나이가 곧 40이 되니, 자신의 시비득실과 세상의 길흉화복에 대해 많이 경험했을 것이므로 좋아해야 하고 미워해야 하는 것의 취하고 버리는 향배의 구분에 대해 대략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잘 모르겠지만, 너의 마음에 뉘우치고 깨우쳐서 척연(惕然)히 이전의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을 생각하느냐. 아니면 멍청하게 깨우치는 것이 없이 자포자기를 당연하게 여기느냐. 천지의 성(性)을 품부 받고 부모의 기를 받아 장부로 태어나 선비의 신분으로 가문의 지극히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자손을 위한 무궁한 계책을 세워야 하는데, 무엇이 괴로워서 자신을 천박하다고 여기고 스스로 위망(危亡)을 취하여 탄탄한 길을 버리고 가시밭길을 달리며 인(仁)주 175)을 버리고 구덩이에 몸을 던져서 안으로 부모에게 치욕을 끼치며 밖으로 향리의 조롱을 불러들이려 하느냐. 네가 무언가를 하려하지 않는다면 말할 필요도 없지만, 만일 하려고 한다면 자신에게 절실한 병통을 알지 않을 수 없다. 옛사람은 맛있는 술을 싫어하고 직언을 좋아하였는데 너는 맛있는 술을 좋아하고 직언을 싫어하니, 여러 낭패가 어찌 이르지 않겠느냐. 군자는 고요함으로 덕을 기르는데 너는 항상 동작할 것만 생각하여 어지럽게 출입하니, 너는 한번 생각해 보아라, 평소의 허물이 어찌 일찍이 동작하는 것에서 온 것이 아니더냐. 《시경》에서 "온화하고 공손한 사람은 오직 덕의 기반이어라."주 176)라고 하였으며, 《논어》에서 "남과의 관계에서 공손하여 예의가 있으면 사해 안이 모두 형제일 것이다."주 177)라고 하였다. 대저 천기가 온화하면 만물이 번창하고 천기가 차가우면 만물이 시드니, 사람에게 있어서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온화함은 덕의 기반이 되며 사해가 귀의하게 됨에 이른다. 너는 쓸쓸히 외로운 몸이라 의지하거나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데, 성기(性氣)가 거칠고 얕은데다가 자상하고 온후한 뜻이 적어서 사물이 너를 친하게 대하지 않는데 어떤 사람이 너를 친하게 대하겠느냐. 이는 외로워 약한 가운데서도 더욱 외로워 약한 자이다. 많은 사람이 배반하고 친한 이도 떠나면 만승(萬乘)의 천자도 홀로 존재할 수 없는데, 더구나 필부임에랴. 이것이 내가 너를 위해 깊이 걱정하는 바이다. 근래 이래로 집안의 살림이 탕진되어 거함에 한 해를 잘 마칠 계책이 없고 움직임에 손 쓸 방법이 없으니, 너는 어떻게 늙은 부모를 봉양할 것이며 아들을 교육시켜서 위로는 자식 된 도리를 잃지 않고 아래로는 아비 된 책임을 잃지 않겠느냐. 만약 변고를 만나서 거처를 옮기게 된다면 예상의 귀신주 178)이 됨을 면치 못할까 두려우니, 자신 한 몸도 구원하지 못하는데 부모는 어찌할 것이며 처자는 어찌할 것인가. 이는 목전의 급한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게으름은 만 가지 악의 근원이며, 부지런함은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이다. 오늘부터 시작하여 무익한 일은 하지 말며 무익한 사람은 가깝게 지내지 말며 한가로운 이야기를 줄이고 쓸데없는 출입을 생략하며 성실한 마음으로 실제 일을 행하며 겸손과 공손함으로 몸가짐을 하고 온화함과 부드러움으로 집안을 이끌고 공경함과 조심함으로 사람을 대하며 자신에 대한 책망은 두텁게 하고 남에 대한 책망은 박하게 하며 행동함에 원하는 대로 되지 않거든 자신에게 돌이켜 구하여, 부지런히 힘써서 노력하여 선을 행하는 것을 가장 즐거운 일로 삼는다면, 어찌 만년의 공이 젊었을 때의 실수를 벌충하지주 179)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겠느냐. 옛사람이 초상을 치르면서 슬퍼하지 않는 자를 보고서 "이런 것을 일러 뿌리를 쓰러트린 것이라 하니, 자손이 창대하지 못할 것인져."주 180)라고 하였으며, 제사에 임하여 공경하지 않은 자를 보고서 "이런 것을 일러 조상을 망각한 것이라 하니, 조상을 망각하면 그 조상도 또한 자손을 잊어버리니 자손을 돕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반드시 그러한 이치이다. 대저 사람이 부모를 향하는 마음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무한한 선의(善意)가 모두 이를 따라서 나오게 된다. 나는 약질로 병이 많은데 해가 갈수록 더욱 심해지는데다가 항상 밖에 있으니 어찌 될지 앞일을 알 수가 없다. 또한 지금 상황은 두려울 정도라 앞날에 일어날 일은 알 수가 없으니, 만약 부자간에 서로 보지 못하다가 갑자기 스러진다면 어찌 대단히 한스러울 일이 아니겠느냐. 이에 대략 속에 있는 마음을 기술하고서 미리 너를 위해 말하였는데, 옛사람이 편지 형식으로 준 의미를 본받았다. 잘 모르겠는데 백로처럼 잊어버리고 버려 버릴 것이냐, 아니면 무휼처럼 잊지 않고 기억하며 항상 보고서 평생 활용할 것이냐.주 181) 이것은 너에게 달렸다. 말하고 싶은 것은 참으로 이에 그치지 않는데, 그러나 네가 만약 기꺼이 이 말들을 받아들인다면 그 말하지 않은 것은 미뤄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만 이 한 편(編)의 말도 또한 무익할 것이다. 더 이상 많은 말을 어찌 하겠느냐, 모름지기 대단히 노력하여라.

질문 : 〈홍범〉의 주에서 '본받아 진술한 것[法而陳之]'주 182)의 법(法)과 《한사》주 183)에서 말한 '그 모양을 본받는다.[法其象貌]'주 184)의 법은 같은 의미입니까.
답변 : 앞에 것은 그 이치를 본받는다는 것이고 뒤에 것은 그 모양을 본받는다는 의미이다。
질문 : 우(禹)가 〈낙서〉를 받고 다만 '9를 머리에 이고 1을 아래에 밟으며, 왼쪽이 3이고 오른쪽이 7이며, 2와 4가 어깨가 되고 6과 8이 발이 된다.'주 185)는 것을 본받고서 일찍이 말을 덧붙이지 않았는데, 기자에 이르러 비로소 뜻을 미뤄 넓혀서 말을 보탰습니다. 이는 복희가 〈하도〉를 받고서 64괘를 그려서 나열하기만 하고 다른 말이 없었는데, 문왕 · 주공 · 공자에 이르러 비로소 괘사 · 효사 · 단사 · 상사가 있는 것과 같은 것입니까.
답변 : 그렇다.
질문 : 태극이 움직여서[動] 양을 낳고 고요하여[靜] 음을 낳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선유는 고요한 가운데 양이 있고 움직이는 가운데 음이 있다주 186)고 말하였으니, 그렇다면 태극의 동정은 선유가 말한 것과 같지 않습니까。
답변 : 위의 한 단락은 두 체(體)가 상대하는 것이요, 아래 한 단락은 두 기가 서로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질문 : 맹자는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 것[不動心]'을 말하면서 "뜻은 지극한 것이다"라고 하였으며 또한 "그 뜻을 잡아 지킨다."주 187)라고 하였는데, 이 단락에서 다만 뜻을 들어서 말한 것은 마음이 간 바에 나아갔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까.
답변 : 뜻이란 기(氣)의 장수다. 천하의 모든 일이 어찌 뜻이 서지 않고서 성취한 것이 있겠느냐.
질문 : '뜻은 도로써 안정시킨다.'주 188)는 것은 사물이 궁구해져서 앎이 지극한 일에 해당하며, "말은 도로써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일에 해당합니까.
답변 : '뜻은 도로써 안정시킨다.'는 것은 마음에 관해 말한 것이고, '말은 도로써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은 행동에 대해 말한 것이다.
질문 : 격물치지(格物致知)와 성의정심수신(誠意正心修身)은 명덕을 밝히는 것에 속하고, 제가치국평천하(齊家治國平天下)는 신민(新民)에 속하니, 여덟 조목에서 '지극한 선에 그친다.'는 것은 오행에서의 토(土)나 사단에서의 신(信)과 같습니까.
답변 : 말은 그럴 듯한데 비교한 대상은 아마도 정밀하지 않은 듯하다.
질문 : 근래 들어 항상 이 마음을 수렴하여 억지로라도 침잠하는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다만 본래 학문으로 얻은 힘이 없어서 언뜻언뜻 왔다 갔다 하며 헛되이 시간을 보내고 장난질을 하니, 눈에 보이고 귀에 보이며 생각이 일어나는 데로 따르는 것이 북소리, 그림자나 메아리보다 빠릅니다. 이런 습관을 통렬하게 끊어내어 장차 어떻게 조금이라도 보존하여 지킬 방법이 있습니까. 또한 한가로이 노닒을 끊어버리며 세상의 교유를 멈추고 암실에 고요히 홀로 처해야만 이에 가능합니까.
답변 : 이 단락에서 말한 것을 보면 누가 너를 학문에 뜻을 두지 않았다고 하겠느냐. 그러나 장난질을 하면서 헛되이 시간을 보내면서 곧바로 다시 이전처럼 하니, 어찌 말한 것과 상반되느냐. 외면의 거친 과오를 오히려 그치지 못하는데, 내면의 언뜻언뜻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어떻게 끊어버리겠느냐. 그렇다면 너의 공부는 우선 평소 자신을 이기는 것에 두어야 한다.
주석 172)사나운 운수
'백육(百六)'은 106년을 가리키는데, 4500년이 1원(元)이고 1원 중에 5번의 양액(陽厄)과 4번의 음액(陰厄)이 있어 106년마다 액운이 찾아온다고 하였다. 《漢書 卷21 律歷志上》
주석 173)바람에……목욕하면서
《장자(莊子)》 〈천하(天下)〉에 "우 임금은 몸소 삼태기와 보급을 가지고 구주(九州)의 강들을 바다로 흘러가게 하느라 장딴지의 살은 떨어지고 종아리의 털이 다 닳아 없어졌다. 소나기에 머리를 감고 거센 바람에 머리털을 빗질하였다.[禹親自操稾耜, 而九維天之川, 腓無胈, 脛無毛, 沐甚雨, 櫛疾風.]"라고 하였다. 오랜 세월 객지를 떠돌며 온갖 고생을 겪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주석 174)나라를……하였으니
확상은 산동성(山東省) 곡부(曲阜) 궐리(闕里) 서쪽의 지명으로, 후대에 학궁(學宮)에서 사례(射禮)를 익히는 장소로 쓰였다. 공자가 확상의 포(圃), 즉 노나라 학궁 곁의 택지(澤地)에서 향사례(鄕射禮)를 행할 적에 구경하는 사람들이 담처럼 빙 둘러섰는데, 이때 자로(子路)에게 "패군(敗軍)한 장수와 망국의 대부와 인후가 된 자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그 외에는 모두 들어오게 하라.[賁軍之將 亡國之大夫 與爲人後者 不入 其餘皆入]"라고 말하게 하자, 떠나는 자가 반 들어온 자가 반이었다는 고사가 전한다. 《禮記 射義》
주석 175)인(仁)
안거(安居)는 인(仁)을 가리킨다. 《맹자》 〈이루 상(離婁上)〉에 "인은 사람의 편안한 집이요, 의는 사람의 바른길인데, 편안한 집을 비워 두고 거처하지 않으며, 바른길을 버려두고 따르지 않으니, 슬프도다![仁 人之安宅也 義 人之正路也 曠安宅而不居 舍正路而不由 哀哉]"라는 말이 나온다.
주석 176)온화하고……기반이어라
《시경》 〈대아(大雅) 억(抑)〉에 나오는 구절이다.
주석 177)남과의……것이다
공자(孔子)의 제자인 사마우(司馬牛)가 일찍이 불량한 자기 형 환퇴(桓魋)를 걱정하여 말하기를 "남들은 다 형제가 있는데, 나만 형제가 없구나.[人皆有兄弟 我獨亡]"라고 하자, 자공(子貢)이 말하기를 "나는 들어 보니, 죽고 사는 것은 천명이 있고, 부귀는 하늘에 달렸다고 하더라. 군자가 몸가짐을 공경히 하여 실수하지 않고, 남을 대해서도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한다면 사해의 안에 있는 사람이 다 형제처럼 되리니, 군자가 어찌 형제가 없다고 걱정할 것 있겠는가.[商聞之矣 死生有命 富貴在天 君子敬而無失 與人恭而有禮 四海之內皆兄弟也 君子何患乎無兄弟也]"라고 하였다. 《論語 顔淵》
주석 178)예상의 귀신
예상은 옛 지명인데,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것을 상징하는 말로 쓰인다. 춘추 시대 진(晉)나라 영첩(靈輒)이 이곳에서 굶주리고 있는 것을 조돈(趙盾)이 지나다 보고 먹을 것을 주어 구제해 주었고, 그 뒤에 영첩이 진나라 영공(靈公)의 갑사(甲士)가 되어 위험에 처한 조돈을 다시 구제해 줌으로써 조돈이 죽음을 모면하였다.《春秋左氏傳 宣公2年》
주석 179)만년의……벌충하지
《후한서(後漢書)》 권47 〈풍이열전(馮異列傳)〉에 "동우에서 잃었으나 상유에 수습한다。〔失之東隅 收之桑楡〕"라고 하였는데, 동우(東隅)는 동쪽 해가 뜨는 곳이니 젊은 시절을 말하고, 상유(桑楡)는 서방 해가 지는 곳으로 만년(晩年)을 비유한다.
주석 180)이런 것을……것인져
《좌전》 양공(襄公)29년조에 "위(衛)나라 석공자(石共子)의 죽음에 그 아들 도자(悼子)가 슬퍼하지 않으니, 공성자(孔成子)가 말하기를 '이를 일러 그 근본을 뽑아 버리는 짓이라 하니, 반드시 그 종족(宗族)을 보존하지 못할 것이다."라 하였다.
주석 181)백로처럼……것이냐
조 간자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장남이 백로(伯魯)이고, 차남이 무휼(無恤)이었다. 어느 날 간자가 훈계의 말을 쪽지에 적어 각각 두 아들에게 주고서 잘 기억해 두라고 명하였다. 3년이 지난 뒤에 물어보니, 형 백로는 훈계의 말을 잊어버려 대답을 못 하였고 쪽지도 이미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런데 아우 무휼은 그 말을 암송하여 잘 알고 있었고 쪽지를 꺼내라고 하자 즉시 품속에서 꺼내어 아버지에게 올렸다.《十八史略 春秋戰國 趙》
주석 182)본받아 진술한 것
《서경》 〈홍범〉의 주에서 "《한지》에 '우 임금이 홍수를 다스림에 하늘이 〈낙서〉를 내려 주므로 이것을 본받아 진열하니, 홍범이 이것이다.'라고 하였다.〔漢志曰 禹治洪水 錫洛書 法而陳之 洪範是也〕"라는 내용을 가리킨다.
주석 183)한사
한나라의 사기, 즉 《한서(漢書)》를 가리킨다.
주석 184)그 모양을 본받는다
미상.
주석 185)9를……된다
〈홍범〉 장의 집전에서 구궁(九宮)의 수를 두고 "9를 머리에 이고 1을 아래에 밟으며, 왼쪽이 3이고 오른쪽이 7이며, 2와 4가 어깨가 되고 6과 8이 발이 된다. 이는 낙서의 수이다.[戴九履一, 左三右七, 二四爲肩, 六八爲足, 洛書之數也.]"라고 한 것을 가리킨다.
주석 186)고요한……있다
명대의 전예형(田藝蘅)은 〈혼고시천역(混古始天易)〉에서 "태극의 처음에는 동정이 없다가 처음으로 동정할 때 천지간에 엉긴 것이 점차 녹아내리고 형체를 갖추어 점차로 운동을 하기 시작한다. 양은 동하여 위로 올라가 동하는 가운데 음이 있고, 음은 고요하여 아래로 내려가 정하는 가운데 양이 있다."고 하였다.
주석 187)뜻은……지킨다
맹자가 공손추와 부동심(不動心)을 논하는 대목에서 말하기를 "의지는 기운을 부리는 장수이고, 기운은 몸을 채우고 있는 것이니, 의지가 첫째요 기운이 그 다음이다. 그러므로 '그 의지를 확고히 세우고도 또 그 기를 거칠게 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夫志氣之帥也 氣體之充也 夫志至焉 氣次焉 故曰持其志 無暴其氣〕" 하였다. 《孟子 公孫丑上》
주석 188)뜻은 도로써 안정시킨다
주 무왕(周武王)이 상(商)나라에 이긴 뒤에 서려(西旅)에서 큰 개를 공물로 보내오자, 태보(太保)였던 소공이 〈여오(旅獒)〉를 지어 왕에게 경계한 내용 중 하나로, "뜻을 도로써 편안하게 하시며, 말을 도로써 대하소서.[志以道寧, 言以道接.]"라고 하였다. 《書經 旅獒》
示家兒
我先世。自羅麗來。前後數千年。文學仕宦。奕葉相承。曾不多讓於東方士大夫之列。至五六世以降。運丁百六。日就衰替。曾王考自錦南移郞州。王考自郞州寓金陵。先考自金陵遷綾陽。潘南遺庄鞠爲茂草。伽倻先隴。寂若無人。零丁孤孑。流離假乞。其受侮之不少。遘憫之旣多。念之骨寒。言之哽塞。先考府君夙夜憂勤。不遑暇寧。櫛風沐兩。血心拮据。僅能成立家計。爲予孫可繼之地。嗟余不肖。昏愚不明。懦怠不振。在身則心志不通。學問無成。在家則世業不守。妻子無賴。至於流寓四方。寄口於人。嗚乎。此何人哉此何人哉。亡國之臣。敗軍之將。聖人不與矍相之會。則此敗家之子。亦非亡國敗軍之類耶。在子爲不孝。在人爲不仁。雖欲痛革前習。以爲一分寡過於千罪萬累之中。而白首頹齡。精力不逮。俯仰耿耿。覓死無地。嗚乎痛哉。此生已矣。汝獨不思所以自爲謀耶。汝略涉經史。粗知道之大經。及古成敗存亡之所以然。且汝年將四十矣。身之是非得失。世之吉凶禍福。多所經歷。則其可好可惡取舍向背之分。想有槪焉者矣。未知汝之心有所悔悟。而思惕然懲毖者耶。懵然無覺。甘於自暴自棄而已耶。稟天地之性受父母之氣。生爲丈夫。身爲士子。有門戶至重之責。有子孫無窮之計。何苦而自視菲薄。自取危亡。舍坦道而走荊榛。曠安居而投坑塹。內而貽父母之羞辱。外耳招鄕里之嘲訕哉。汝不欲有爲則已。如欲有爲。切已病痛。不可不知。古人惡旨酒而好直言。汝則好旨酒而惡直言。種種狼狽。何所不至君子靜以養德。汝則常思動作。紛紜出入。汝試思平日愆尤。何嘗不自動作中出來耶。詩曰。溫溫恭人惟德之基。語曰。與人恭而有禮。四海之內皆兄弟也。夫天氣溫溫。則萬物和暢。天氣冷冷。則萬物彫瘁。在乎人者亦然。此溫溫所以爲德之基。而至於四海歸之。汝以隻身煢煢。無賴無聊。而加以性氣粗淺。少慈祥溫厚之意。物不親我。人誰與我。此孤弱之中。尤爲孤弱者也。衆版親離。萬乘不能以自存。況匹夫乎。此吾所以爲汝深憂者也。近年以來。家業蕩然居無卒歲之計。動無措手之方。汝何以奉養老親。敎育子男。上不失爲人子。下不失爲人父耶。若遇事變。有小小移動。則恐不免爲翳桑之鬼。一身不足血。父母奈何。妻子奈何。此不可謂非目前急故也。怠者萬惡之源。勤者無價之寶。自今日爲始。不作無益之事。不近無益之人。少閒說話。簡閑出入。以實心行實事。以謙恭持身。以和順御家。以敬謹接人。躬自厚而薄責於人。行有不得。反求於已。俛焉孜孜。爲善最樂。則安知桑楡之功。不能盖東隅之失耶。古人見臨喪不哀者曰。此謂蹶本。子孫其不昌乎。見臨祭不敬者曰。此謂忘祖。忘祖則祖亦忘其子孫。不爲之祐矣此必然之理也。大抵人有向親之心。則自然有無限善意。皆從此出也。余弱質多病。年邁增甚。而恒在外次。人事難諶且時象凜凜。前頭遭遇。有不可知。若父子不相見。而遽爾溘然。則豈非大可恨耶。玆以略述肝鬲。豫爲汝道之。以效古人授簡之意。未知遺忘廢墜如伯魯乎。記念不忘。視爲平生受用如無恤乎。此在汝而已。所欲言固不止此。然汝若肯向此裏。則其不言者。可以推及。不然。只此一篇語。亦是無益耳。多言何爲。須千萬勉旃。洪範註法而陳之之法。與漢史所謂法其象貌之法。同義否。一則法其理。一則法其象。禹受洛書。只法陳其戴九履一。左三右七。二四爲肩。六八爲足。而曾無敷言。至箕子時。始推衍增益之。如伏羲受河圖。畵列六十四卦。而無其辭。至文王周公孔子。始有卦辭爻辭彖象耶。然。太極動而生陽。靜而生陰。以先儒靜中有陽。動中有陰言之。則太極動靜。與先儒所說不同。上一段。是二體之對待。下一段。是二氣之互藏孟子說不動心曰志至焉。又曰持其志。此段特擧志而言者。以就心之所之處而然否。志者氣之帥。天下萬事。豈有志不立而能有所成就者哉。志以道寧。物格知至事。言以道接。修齊治平事否。志以道寧。是心邊說。言以道接。是行邊說。格致誠正修屬明明德。齊治平屬新民。則止至善之於八條目。猶五行之土。四端之信否。語則似然。而比類恐不精。入近以來。每欲收斂此心。强着沈潛功夫。而但本不有定力。乍往乍來。放浪戲謔。隨耳目思慮。捷於鼓桴影響其於痛斷刻絶之所。將何以能保其一分持守之方乎。抑絶閑遊。息世交。而處於闇室幽獨之中。斯可矣否。觀此段所說。孰不以汝爲志於學乎。然戲謔放浪。旋復如古。何其與所說相反耶。外面麤粗之過。猶不能遏止。內面乍往乍來者。何以斷置。然則汝之功夫。先在日用克己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