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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족숙인 경수【제은】에게 보냄(與族叔景受【濟殷】)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63
족숙인 경수【제은】에게 보냄
한 가문의 제향을 함께 하는 처지인데도 얼굴이 서로 친하지 못하고 거처를 서로 알지 못하며 살고 죽는 즐거움과 슬픈 일을 서로 통하지 못하여 아무런 관계없는 행인과 같다면, 이 무슨 사리(事理)이겠습니까. 족질인 제가 성묘할 때에 족숙 어른은 우리 종파(宗派)의 먼 친척으로 의를 행하는 모범으로 성(省) 안에 이름이 났다고 전하니, 못난 저는 항상 절을 올려 찾아뵈어 친척을 좋아하는 무궁한 정을 아뢰고 싶었습니다. 이전에 저는 조물주가 너그럽게 대하지 않고 운명이 장난질을 하여 앞뒤로 수십 년 동안 집안의 부모와 세 형제 내외 등 여러 어른이 모두 이미 타계하셨으니, 쓸쓸하게 홀로 지내면서 삶을 의지할 데라고는 다만 종항간(從行間)에 몇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삶은 날로 팍팍하고 세파는 날로 거세져 떠돌아다니거나 얽매어 지내면서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처럼 헐떡이고 있으니, 동쪽으로 흰구름을 바라보면서 어찌 서글픈 생각을 그치겠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만, 고요하고 한가롭게 지내면서 존체는 평안하신지요. 자손은 몇 명이며, 생활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흰 머리로 학동을 가르치면서 선을 타인에게 미치는 즐거움이 있으니, 만년에 세월을 보낼 만 하지 않습니까. 저는 묵계에서 성동으로 옮긴 지가 삼 년이 됩니다. 다만 한 아들과 두 손자가 있는데, 손자는 이제 9살로 겨우 학문에 들어섰습니다. 그 밖의 여러 가지들은 말씀 드릴만한 것이 없으니 그만 두겠습니다. 내년 봄에 영남의 벗과 쌍계에서 강회하러 모이기로 약속하였는데, 그 때 마땅히 찾아뵙고 절을 올리겠습니다. 그러나 꽃과 바람, 사람의 일은 어찌 기필할 수 있겠습니까. 어른 고을의 허우(許友)가 찾아왔기에 감사하게 여기면서, 인하여 이처럼 대략 써서 인사를 대신합니다.
與族叔景受【濟殷】
係在一家綴食之地。面貌不相親。居住不相識。存沒休戚不相通。漠然若路人。此何事理。族姪自省事時。聞族叔丈以吾派遠親。行義聲範。名于省內。區區常切拜謁。以達無窮悅親之情。旣而造物不貸。命道作戲。前後數十年之間。家親三昆季內外諸位。皆已零落。而煢煢依活。惟是從行若而人而已。生理日索。世故日深。流離羈拘。蹙蹙如掛鉤之魚。東望白雲。曷任悲係。未審靜居燕處。德禮安寧。子姓幾人。計活何狀。白首敎學。相有及人之樂。足爲晩景自遣者否。族姪自墨溪移于星洞者。爲三年矣。只有一子二孫孫也年九歲。纔上學耳。餘外凡百。無一奉達者。只得且休。明春與嶺友有雙溪講聚之約。伊時當歷拜。然風花人事。豈可必也。貴鄕許友委枉感荷。因此略述替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