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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장원지【창현】에게 답함(答張沅祉【昌鉉】)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54
장원지【창현】에게 답함
한 통의 편지는 참으로 뜻밖인데, 기쁜 마음으로 두세 번 읽고 나니 오랜 감정이 다시 새로워지네. 더구나 조부모와 부모가 기력이 강녕하며 학문하는 그대 건강이 신령이 도와 좋다고 하니 이에 위안이 되어 마음이 놓이네. 나는 노쇠함과 병이 날로 심해지니, 조만간 끝내 저승에 가게 되려는지 아니면 장차 조금씩 소생하는 날이 있을 것인지 알 수가 없네. 다만 죽기만 기다릴 뿐이네. 남의 후사로 출계(出系)한 자는 자신을 낳은 부모의 상에 또한 마땅히 기년복을 입어야 하네. 만약 열한 달로 기간을 정하여 출계한 집안의 형제와 같게 한다면 어찌 재차 강복(降服)한 것이 아니겠는가. 예에는 재차 강복하는 뜻이 없으니, 마땅히 열두 달로 기간을 정하되 다만 검은 갓과 검은 띠는 이십칠 개월의 제도를 마치는 것이 옳네. 다시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재기(齋記)를 부탁하였는데, 나를 고루(孤陋)하고 과문(寡聞)하다고 도외시하지 않고 이처럼 간청하니 마음에 새길 만큼 고맙네. 그러나 다만 눈에 눈꼽이 끼고 팔이 아파 한 글자 쓰는 것이 아홉 개의 바둑돌을 쌓은 것보다 어렵네. 이는 핑계를 대어 사양하는 것이 아니니, 다만 조금 낫기를 기다려 그 성의의 만분의 일이라도 응답할 생각이네. 바짝 메마른 나무는 낙엽이 질 때 뿌리를 감추고 칩거하는 벌레는 엄동설한에 몸을 숨기니, 우리들이 문을 닫아걸고 마음을 굳게 먹고서 책을 읽으면서 이치를 궁구해야 함이 바로 지금이네.
答張沅祉【昌鉉】
一書眞望外也。愛玩數三。舊懷復新。矧審重堂氣力康寧。學履神相。是慰是豁。義衰病日甚。未知從此而遂至閻羅耶。或將見小小回甦之日耶。惟俟之耳。出後者。於本生父在母喪。亦當服朞。若以十一月爲期而同於在家之兄弟。則豈非再降乎。禮無再降之義。則當於十二月之期。直爲緇笠緇帶。以終二十七月之制。可也。更詳之如何。俯託齋記。不以置我於孤寡。而如是懇請者。非不感篆。然但眵眼病腕。作一字艱於累九碁。此非托辭。惟竢稍完而仰答誠意之萬一爲計耳。枯槁之木。晦根於搖落之時。封蟄之虫。存身於嚴凝之節。吾人杜門堅心。讀書窮理。此其時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