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이내형【남헌】에게 답함(答李乃亨【南憲】)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53
이내형【남헌】에게 답함
어여쁜 댕기머리가 이따금 심목(心目)간에 오가니, 이는 인정상 참으로 당연한 것이네. 편지가 도착하니, 이에 부모를 모시면서 학문하는 건강이 매우 좋다고 하니, 더욱 부탁하고 싶던 바이네. 별지의 여러 조목에서 책을 읽으면서 허투루 넘기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으니, 그렇지 않다면 어찌 이처럼 의심할 수 있겠는가. 차분히 살펴보면, 너의 재성(才性)은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며 의향이 좋지 않음은 아니지만, 다만 몸가짐하는 방법에 깊이 힘을 쏟지 않으니, 이는 하찮은 일이 아니네. 만약 몸가짐을 단정하고 엄숙하게 하지 않고서 위로 향하는 공을 구하려고 한다면, 이는 비유하자면 모래에 불을 때서 밥을 짓는 것과 같으니, 어찌 성공할 이치가 있겠는가. 절대로 마땅히 마음에 새겨야 하네. 별지의 물음에 대해 나의 생각을 대략 답하였으니, 보고서 세 번 더 생각하여 올바른 답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는가.

질문 : "예의를 그르다고 말하는 것은 자포(自暴)라고 이르고, 내 몸이 인에 거하고 의를 말미암지 못한다고 하는 것을 자기(自棄)라고 한다."주 155)라고 하였는데, 자포는 예의에 대해 말하고 자기는 인의에 대해 말하였습니다. 따로 해당한 바가 있습니까.
답변 : 자포로 말하였으니 그러므로 예의가 일을 행함에 드러난 것으로 말하였고, 자기로 말하였으니 그러므로 인의(仁義) 체용(體用)의 실상을 겸하여 들어서 말하였네.
질문 : 〈격군심장(格君心章)〉주 156)에서 먼저 사람 기용의 잘못을 말한 뒤에 정사의 잘못을 말하였는데, 사람 기용의 잘못이 있은 뒤에 정사의 실수가 있어서 그런 것입니까. 정자의 주에서는 먼저 정사의 실수를 말하고 뒤에 사람 기용의 실수를 말하였는데, 어째서 그렇습니까.
답변 : 사람을 기용하는 것은 정사를 행함에 중대한 일이니 그러므로 맹자는 그 중대한 것을 먼저 말하였고, 정사의 잘못은 사람 기용의 잘못에서 많이 일어나니 그러므로 정자는 먼저 그 많은 것을 말하였네.
질문 : 〈감문우장(敢問友章)〉주 157)에서 '백승(百乘)의 집' 이하의 여러 내용들은 다만 귀함을 배경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말한 것이니, 귀함을 배경으로 삼는 것이 당시에 가장 심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언급한 것입니다. 이른바 나이가 많은 것을 배경으로 삼지 않으며 형제를 배경으로 삼지 않는 것은 모두 이런 부류를 미뤄 넓힌 것입니까.
답변 : 이 장은 임금이 선비를 대하는 도리를 말한 것이니, 나이가 많은 것을 배경으로 삼거나 형제를 배경으로 삼는 것이 어찌 이에 들어가겠는가.
질문 : 선악을 말할 때 모두 선을 먼저하고 악을 뒤로하며, 길흉을 말할 때 모두 길을 먼저하고 흉을 뒤로하며, 시비를 말할 때 모두 시를 먼저하고 비를 뒤로하는데, 사정(邪正)을 말할 때는 사를 먼저하고 정을 뒤로하니 어째서 그렇습니까.
답변 : 《주역》에서 "사특함을 막아 그 성을 보존하다."주 158)라고 하였는데, 사정이라 이르는 것은 아마도 여기에서 나온 듯하네.
질문 : 마음을 기울여 검속해도 평안하고 안정되지 않습니다.……
답변 : 마음을 기울여 검속하지 않으면 초학자가 어찌 공부를 착수할 곳이 있겠는가. 마음을 기울여 검속하면 오래 되어 저절로 평안하고 안정됨이 있을 것이네。또한 '마음을 기울인다.[着意]'는 두 글자에 대해 깊이 헤아려 보아야 하니, 이미 거짓으로 꾸며서 좋게 보이려는 뜻이 없고 또한 남을 모방하면서 책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둘러대는 뜻이 없다면 마음을 기울이는 것이 어찌 방해가 되겠는가. 만약 마음을 기울여 힘쓰지 않고서 앉아서 성인의 경지에 들어가기를 기다린다면 이는 망령된 사람일 뿐이네. 깊이 생각해보게나.
주석 155)예의를……한다
《맹자》 〈이루 상(離婁上)〉에 보이는 말이다.
주석 156)격군심장((格君心章))
《맹자》 〈이루 상(離婁上)〉의 "등용한 인물을 군주와 더불어 일일이 다 허물할 수 없으며 잘못된 정사를 일일이 다 흠잡을 수 없다. 오직 대인만이 임금의 나쁜 마음을 바로잡을 수 있으니, 임금이 인(仁)해지면 모든 일이 인하지 않음이 없게 되고 임금이 의로워지면 모든 일이 의롭지 않음이 없게 되며 임금이 바르게 되면 모든 일이 바르지 않음이 없게 된다. 임금의 마음을 한 번 바루면 나라가 안정된다.〔人不足與適也 政不足間也 惟大人爲能格君心之非 君仁 莫不仁 君義 莫不義 君正 莫不正 一正君而國定矣〕"라고 한 것을 가리킨다.
주석 157)〈감문우장(敢問友章)〉
맹자의 제자 만장(萬章)이 벗에 대해 묻자, 맹자가 "나이가 많은 것을 배경으로 삼지 않고, 귀하다는 것을 배경으로 삼지 않고, 형제를 배경으로 삼지 않고 벗한다. 벗함은 덕(德)을 벗하는 것이니, 배경으로 삼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不挾長 不挾貴 不挾兄弟而友 友也者 友其德也 不可以有挾也〕"라고 대답하였다。이후로 그 실례를 들어 논의를 이끌어 가는데, 백승지가(百乘之家)인 맹헌자(孟獻子)와 작은 나라 임금인 비혜공(費惠公)과 큰 나라 임금인 진평공(晉平公)의 예를 들고 있다.
주석 158)사특함을……보존한다
《주역》 〈건괘(乾卦)〉 구이(九二) 문언(文言)에 보이는 말이다.
答李乃亨【南憲】
婉孌丱角。種種往來於心目間。此人情乏所固然。書來。仍諳侍傍學履佳迪。尤協願言。別紙諸條。可見讀書不放過。不然。安能會疑如此也。竊覵汝之才性。非不佳矣。意向非不好矣。但於持身之方。不甚着力。此非細故。若不持身端莊。而求向上之功。比如炊沙作飯。豈有有成之理。切宜識之。別紙。謹以鄙意略略答去。覽加三思。歸於稱停如何。言非禮義。謂之自暴。吾身不能居仁由義。謂之自棄。自暴言禮義。自棄言仁義。別有所當耶。以自暴者言。故特以禮儀之著於行事者而言。以自棄者言。故兼擧其仁義體用之實而言。格君心章。先言用人之非然。後言政事之失。有用人之非然後。有政事之失故耶。程子註。先言政事之失。後言用人之非。何耶。用人大於行政。故孟子先言其大者。政事之失。多於用人之非。故程子先言其多者。敢問友章。百乘之家以下諸條。特言不挾貴。挾貴是當時最甚。故言之。所謂不挾長不挾兄弟。皆可類推耶。此章主言人君待士之道。挾長挾兄弟。何有於此。言善惡。皆先善而後惡。言吉凶。皆先吉而後凶。言是非。皆先是而後非。言邪正。反先邪而後正。何也。易曰閑邪存其誠。邪正之云。恐出於此。着意檢束。不得安帖云云。不着意檢束。則初學將安有下手處。着意檢束。久自有安帖處。且着急二字。儘有商量。旣無矯飾要好之意。又無依樣塞責之意。則着意何妨。若不着意勉强。而坐待其入聖。此妄人而已。念之念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