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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황공직【호원】에게 답함(答黃公直【浩源】)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46
황공직【호원】에게 답함
여러 조목에 대해 물은 것에서 조예의 일단을 볼 수 있네. 대저 문(文)과 질(質)은 비록 경중(輕重)과 본말(本末)의 구분이 있지만 과(過)와 불급(不及)이 있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네. 자공이 말한 '같다[猶]'는 것주 141)은 경중과 본말이 없는 것을 이름이요, 공자가 말한 '조화를 이룬다[彬彬]'주 142)고 한 것은 과와 불급을 두어서는 안 됨을 이르는 것이네. 형체가 있은 뒤에 기질지성이 있다는 말에서 이 형(形)자는 '기로서 형체를 이룬다.[氣以成形]'주 143)는 말의 '형(形)'자를 말하는 것으로, '사물에 형상으로 드러난다.[事物形見]'주 144)는 말의 '형(形)'자의 의미가 아니네. '오랑캐에 처해서는 오랑캐에 맞게 행동한다.[素夷狄 行乎夷狄]'주 145)는 것은 소중랑이나 홍충선주 146) 같은 이가 이들이네. '소(素)'는 천명이니, 그렇다면 '행(行)'은 천명을 행한다는 의미이네. 천명과 인사(人事)는 그 실상은 같네. 그러나 어리석은 나의 말로 귀숙처를 삼지 말고 다시 그대 큰 형님에게 여쭤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질문 : 기(氣)가 리(理)를 따르면 참으로 기를 말할 필요가 없지만, 다만 리를 따르지 않는 곳에서 이에 기를 말하여 그 허물을 돌립니다. 비유하자면 사람이 말을 타고 가는데, 말이 사람의 뜻을 따라 거스름이 없으면 말을 책망할 필요가 없지만 날뛰고 깨물며 뜻을 따르지 않게 되면 이에 채찍질을 하면서 탓을 하게 됩니다.
답변 : 논한 바가 맞네. 다만 마지막 단락의 말은 뚜렷하지 않다네.
질문 : 한 가지 이치와 만 가지 이치에서, 한 가지는 다만 하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만 가지 이치를 거느려서 말한 것이니, 그러므로 하나입니다. 만 가지는 각각 따로 만 가지가 아니라 한 이치를 나눠서 말한 것이니 그러므로 만 가지입니다. 비록 한 가지이지만 실제로는 만 가지이고 비록 만 가지이지만 실제로는 한 가지입니다.
답변 : 한 가지는 참으로 한 가지이고, 만 가지는 참으로 만 가지이니, 어찌 다만 하나가 아닌 하나가 있으며, 각각 만 가지가 아닌 만 가지가 있겠는가. 다만 '비록 한 가지이지만 실제로는 만 가지이고, 비록 만 가지이지만 실제로는 한 가지'란 말은 옳네.
질문 : 리기는 먼저 리를 말하고, 물칙(物則)주 147)은 먼저 물(物)을 말하였습니다. 대개 리기는 만물이 탄생한 처음을 위주로 하여 위에서 위에서부터 아래를 말한 것이니, 이른바 순서대로 말한 것입니다. 물칙은 만물이 탄생한 이후를 위주로 하여 아래로부터 위를 말한 것이니, 이른바 도치하여 말한 것입니다.
답변 : 옳네.
질문 : "한 귀퉁이를 들어 주었는데 남은 세 귀퉁이를 반증하지 못하면 더 일러 주지 않는다."주 148)라 하였는데, '세 귀퉁이'는 아래 문장의 "내가 그 양쪽 실마리를 따져 빠짐없이 말해 줄 뿐이다."주 149)는 구절과 서로 상대가 됩니다. '세 모퉁이'는 '이미 말한 것을 미루어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을 아는 것'과 대략 같지 않습니까.
답변 : 양쪽 실마리를 다 했다는 것은 성인이 사람을 위해 자세히 고하고 자세히 깨우쳤다는 의미이며, 세 모퉁이로 반증하였다는 것은 다만 문인을 위하여 학문에 나아가는 방법을 말한 것으로, 말이 각각 대상이 있네. 이미 말한 것을 미루어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을 아는 것은 즉 세 모퉁이로 반증함을 이르는 것이네.
질문 : "덕이 닦이지 못함과 ……"주 150)라는 말에서 위의 두 구에는 '능(能)'자가 없고 아래 두 구에는 '능(能)'자가 있습니다.
답변 : 의를 옮기는 것과 허물을 고치는 것은 일을 행하는 실제에 나타나는 것이니 힘을 쓴다는 의미가 비교적 드러나네. 그러므로 '능(能)'자를 쓸 수 있으니, 능자는 힘을 갖춤이 되기 때문이네.
질문 : "위선을 행하면서도 아무런 의심 없이 안주한다."'주 151)는 말은 맹자가 "오랫동안 빌리고서 돌아가지 않았다."주 152)라 말한 뜻은 서로 같습니다.
답변 : "위선을 행하면서도 아무런 의심 없이 안주한다."는 것과 "오랫동안 빌리고서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됨의 크고 작음은 서로 다르지만 밖으로 거짓되게 속인다는 것은 마찬가지이네.
질문 : 사단에는 절도에 맞지 않는 것과 절도에 맞는 것이 있는데, 맹자는 절도에 맞지 않는 것은 말하지 않았으며, 절도에 맞는 것으로 다만 성품이 선한 것을 증명하였으니, 어째서 그렇습니까.
답변 : 정(情)의 선한 것을 들어서 성이 선한 의미를 증명하였는데, 절도에 맞는 것이나 맞지 않는 것을 말할 겨를이 없었네.
주석 141)자공이 말한 같다는 것
춘추 시대 위(衛)나라 대부(大夫) 극자성(棘子成)이 말하기를, "군자는 질실하면 그만이지, 어찌 문식할 필요가 있겠는가。[君子質而已矣 何以文爲]" 하자, 자공(子貢)이 말하기를, "애석하도다, 선생의 말이 군자답기는 하나, 실수한 것을 사마도 따라잡지 못하겠도다。문도 질과 같은 것이며, 질도 문과 같은 것이니, 범이나 표범의 털 벗긴 가죽은 개나 양의 털 벗긴 가죽과 같은 것이다。[惜乎 夫子之說 君子也 駟不及舌 文猶質也 質猶文也 虎豹之鞹 猶犬羊之鞹也]"라 한 것을 가리킨다. 《論語 里仁》
주석 142)공자가……이룬다
본바탕과 외양이 적절하게 조화된 아름다운 군자를 말한다.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질(質)이 문(文)을 이기면 야(野)하고 문이 질을 이기면 사(史)하니, 문과 질이 빈빈한 연후에 군자이니라.〔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 然後君子〕"라고 하였다. 《論語 雍也》
주석 143)기로서 형체를 이룬다
《중용장구》 제1장에서 주희가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고 한다.〔天命之謂性〕"라는 경문을 "하늘이 음양오행으로 만물을 화생하매 기로써 형체를 이루고 이를 또한 부여한다.〔天以陰陽五行 化生萬物 氣以成形 理亦賦焉〕"라고 해설하였다.
주석 144)사물에 형상으로 드러난다
미상.
주석 145)오랑캐에……행동한다
《중용장구》 제14장의 "군자는 현재 처한 위치에 알맞게 행동할 뿐이요, 그 이외의 것은 바라지 않는다. 현재 부귀하면 부귀한 처지에 알맞게 행동하고, 현재 빈천하면 빈천한 처지에 알맞게 행동하며, 현재 이적의 가운데에 있으면 그 상황에 알맞게 처신하고, 현재 환난의 가운데에 있으면 그 상황에 알맞게 처신한다. 따라서 군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는 것이다.〔君子素其位而行 不願乎其外 素富貴 行乎富貴 素貧賤 行乎貧賤 素夷狄 行乎夷狄 素患難 行乎患難 君子無入而不自得焉〕"라 하였다.
주석 146)소중랑이나 홍충선
중랑은 한(漢) 나라 소무(蘇武)를 가리킨다. 그가 중랑장(中郞將)으로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유폐되어, 눈과 전모(旃毛)를 씹으며 연명하였고, 북해(北海)로 옮겨진 뒤에는 들쥐와 풀 열매로 연명하다가 19년 만에 돌아왔다. 홍 충선은 송 나라 사람으로 이름은 호(皓), 충선은 시호인데 금(金)에 사신으로 갔다가 15년간 유폐 당하였다.
주석 147)물칙(物則)
《시경》 〈증민(蒸民)〉의 "하늘이 사람을 이 세상에 내실 적에, 누구나 하늘의 원리가 그 속에 깃들게 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양심을 지니게 되어, 이 아름다운 덕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天生蒸民 有物有則 民之秉彝 好是懿德〕"라는 구절을 가리킨다.
주석 148)한 ……않는다
《논어》 〈술이(述而)〉에서 "통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열어 주지 않으며, 애태우지 않으면 말해 주지 않는다. 한 귀퉁이를 들어 주었는데 남은 세 귀퉁이를 반증하지 못하면 더 일러 주지 않아야 한다.〔不憤不啓 不悱不發 擧一隅 不以三隅反則不復也〕"라고 하였다.
주석 149)내가……뿐이다
《논어》 〈자한(子罕)〉에서 "내가 아는 것이 있느냐? 아는 것이 없다. 무식한 사람이 내게 물을 경우 그가 아무것도 모른다 하더라도 나는 그 양쪽의 실마리를 따져 빠짐없이 말해 줄 뿐이다.〔吾有知乎哉 無知也 有鄙夫問於我 空空如也 我叩其兩端而竭焉〕"라 하였다.
주석 150)덕이 닦이지 못함과
《논어》 〈술이(述而)〉에 "덕이 닦이지 못함과 학문이 강습되지 못함과 의를 듣고 옮겨 실천하지 못함과 불선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 바로 나의 걱정거리이다[德之不修, 學之不講, 聞義不能徙, 不善不能改, 是吾憂也.]"라고 한 공자의 말이 나온다.
주석 151)위선을……안주한다
《논어》 〈안연(顔淵)〉의 "명성만을 추구하는 자를 보면, 표면상으로는 인덕을 주장하는 것 같지만 행동은 딴판이요, 그런 위선을 행하면서도 아무런 의심 없이 안주하고 있는데, 그런 자들이 나라에서도 겉으로 이름이 나고 집에서도 이름이 나는 것이다.〔夫聞也者 色取仁而行違 居之不疑 在邦必聞 在家必聞〕"라는 공자의 말에서 나온 것이다.
주석 152)오랫동안……않는다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요순은 인의(仁義)의 성품을 타고났고, 탕왕과 무왕은 몸에 익혔고, 춘추 오패는 차용하였다. 오래도록 빌리고서 돌아가지 않으니, 어찌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줄을 알겠는가.〔堯舜性之也 湯武身之也 五覇假之也 久假而不歸 烏知其非有也〕"라 하였다.
答黃公直【浩源】
俯問諸條。可見造詣一端。夫文質。雖有輕重本末之分。而不可使有過不及則均矣。子貢所謂猶。是無輕重本末之謂也。夫子所謂彬彬。是不可使有過不及之謂也。形而後有氣質之性。此形字。是氣以成形之形。非事物形見之形。素夷狄。行乎夷狄。如蘇中郞洪忠宣是也。素是天命。則行是行天命也。天命人事。其實則一也。然勿以瞽說爲歸宿。更稟於賢伯氏如何。氣順理。固不必言氣。特於不順理處。乃言氣以歸咎。譬如人乘馬行。馬從人意。無所違逆。則不必責馬。及其蹄齧不順。乃鞭策而執咎。所論得之。而但末段語句未瑩。一理萬里。一非單一。統萬里而言。則是一也。萬非各萬。分一理而言。則是萬也。雖一而實萬。雖萬而實一。一固一。萬固萬。豈有非單一之一。非各萬之萬乎。但雖一而實萬。雖萬而實一者。得之。理氣先言理。物則先言物。盖理氣。是主萬物有生之初。而自上說下。所謂正說物。則是主萬物有生之後。而自下說上。所謂倒說。是。不以三隅反則不復云。三隅下文。我叩其兩端竭焉句。相對。而三隅與告往知來。略有不同耶兩端竭。是聖人爲人申誥申諭之意也。三隅反。特爲門人而語進學之方也。語各有當也。告往知來。卽三隅反之謂。德之不修云云。上二句無能字。下二句有能字。徙義改過。是見於行事之實。而用力之意爲較著。故下能字。能字爲有力故也。居之不疑。如孟子之言久假而不歸之意。居之不疑。與久假不歸。大小雖殊而其僞飾於外。一也。四端有不中節中節。孟子不言不中節中節。但證性善而已。何也。擧情之善者。以證性善之義。中不中不暇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