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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박사홍【기용】에게 답함(答朴士洪【淇容】)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40
박사홍【기용】에게 답함
면주(綿州)주 129)는 하늘 위에 있는 것도 아닌데 그리워하는 그대는 이처럼 아득히 멀리 있는가. 이슬에 젖은 갈대와 구름에 덮인 나무가 매일 그리움을 일으키네. 낙경이 오는 차에 그대 편지를 받았는데, 나의 위안은 한곡(寒谷)에서 해를 보는 것주 130) 그 이상이니, 고마운 마음 어찌 그치겠는가. 인하여 부모를 모시고 책을 읽으면서 건강이 매우 좋다고 하니 더욱 듣고 싶었던 바이네. 나는 정신이 소진되어 다만 속이 텅 비어버리고 껍데기만 남았는데, 아직도 이 세상에 머물고 있네. 그밖에 다시 무슨 할 말이 있어서 멀리 있는 붕우에게 들어서 보여주겠는가. 참으로 대단히 부끄럽네. 물을 길어오고 짚신을 짜는 것은 아들이 해야 할 일로 그만둘 수 없는 것인데, 그 일을 하지 않고 한갓 책만 읽는다면 과연 어디에 쓰겠는가. 성인이 말한 '부모를 모시고 남은 힘으로 글을 배우라.'주 131)는 것은 참으로 이런 뜻이네. 한편 평소에 자신에게나 집안일에 무익한 것을 헤아려야 하니, 예를 들면 한가하게 출입하거나 한가하게 대화하는 것 등은 일체 통렬하게 끊어버리고, 익힌 것을 심신(心身)과 성정(性情)의 사이에 증험해보고 움직이고 쉬거나 말을 하고 행동할 즈음에 체험하여 성인의 말로 하여금 종이 위에 적혀진 헛된 문장에 이르지 않게 한다면 많은 스승주 132)이 없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어떻게 생각하는가. 멀리 있는 벗이 나를 멀리하지 않는 정성에 감동하여 일부(一副)의 어리석은 말을 해주니, 잘 모르겠네만 남의 사정을 헤아리지 않는 말이라고 여겨서 배척하지는 않을 것인가.
주석 129)면주(綿州)
무안현의 옛 이름이다.
주석 130)한곡에서 해를 보는 것
한곡은 연(燕)나라에 있는 골짜기 이름으로 추워서 곡식이 자라지 못하는데, 추연(鄒衍)이 옥률(玉律)을 불었더니 따뜻한 기운이 일어 마침내 화서(禾黍)가 자랐다고 한다. 《列子 湯問》 여기서는 상대방의 편지가 추연의 옥률과 같다는 의미이다.
주석 131)성인이……배우라
앞의 〈여정원경(與鄭元卿)〉에 보인다.
주석 132)많은 스승
《맹자》 〈고자 하(告子下)〉에 "도는 대로와 같은 것이니, 어찌 알기 어렵겠는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것이 병일 뿐이다. 그대가 돌아가서 찾아본다면 많은 스승이 있을 것이다.〔夫道若大路然 豈難知哉 人病不求耳 子歸而求之 有餘師〕"라는 말이 나온다.
答朴士洪【淇容】
綿州不在天上。而所懷伊人。若是闊遠耶。露葭雲樹。無日不與懷。樂卿來。承此惠存。區區慰豁。不啻若寒谷之見陽。感感何已。仍審奉親讀書。候節珍勝。尤副願聞。義林神耗精脫。只有枵然一形殼。尙爾住泊此世耳。餘外復有何說。可以擧似於遠朋哉。良愧良愧。汲水捆屨。此是子職之所不容已者。不修其職。而徒爾讀書果何用哉聖人所謂餘力學文。正此意也。第於日用間。度其無益於身事家事者。如間出入閑說話之類。一切痛斷。驗之於身心性情之間。體之於動靜云爲之除。使聖人言語不至爲紙上虛文。則不患無餘師。如何如何。感遠友不遐之勤。敢以一副瞽曚之說及之。未知不以不恕之言而見斥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