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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정윤명【순진】에게 답함(答鄭允明【淳進】)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36
정윤명【순진】에게 답함
그대의 정세는 꽉 막혔다고 이를 수 있네. 믿고 의지할 부모를 잃어서 한 몸도 지킬 수 없으며 어린 아우와 떨어져 지내니, 그 정경을 생각하노라면 비록 주변에 있는 사람이라도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것인데 더구나 그대 마음은 더욱 어떻겠는가. 그러나 이에 기운을 북돋아 노력하고 분발한다면 큰일을 성취할 수 있는 때가 될 수 있네. 물살을 쳐대면 빨리 내달리고 화살을 거세게 쏘면 멀리까지 가니, 옛날의 현인과 달사는 일찍이 곤궁함과 꽉 막힘에서 나오지 않음이 없네. 보내준 편지에서 배움을 놓쳤다고 탄식하는데, 이는 참으로 그렇긴 하네. 그렇지만 뜻이 참으로 독실하면 어느 곳인들 책을 읽는 장소가 아니며 어느 날이건 책을 읽을 때가 아닌가. 자잘한 구애를 벗어 던지고 조용한 방 한 간을 마련하여 밤낮을 잊고서 부지런히 노력하다가 만일 의심나거나 잘 모르는 곳이 만나면 가끔씩 스승과 벗에게 물어보게나. 그렇게 한다면 그 공은 여러 학동들이 어지럽고 시끄럽게 모여 있는 것보다 백 배 이상이 될 것이네. 그대의 오늘은 바로 기운을 북돋아 노력하고 분발하여 큰일을 이룰 때이니, 절대로 이전처럼 진퇴를 반복하면서 세월주 126)을 허비하지 말아야 하네.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석 126)세월
'거저(居諸)'는 일거월저(日居月諸)의 준말로,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말한다. 《시경》 〈패풍(邶風) 일월(日月)〉에 "해와 달이시여, 지상을 비추어 주시니, 이와 같은 사람이여, 옛 도리로 처하지 않는구나.〔日居月諸, 照臨下土. 乃如之人兮, 逝不古處.〕"라는 시구에 나오는 말이다.
答鄭允明【淳進】
君之情勢。可謂蹙矣。靡怙靡恃。一身無庇。稚弟分離。言念情景。雖傍人不覺爲之代涕。況君之心尤爲何如耶。然此正激勵奮發可以有爲之日也。水激則駛。矢激則遠。古之賢人達士。未嘗不自困窮拂鬱中出來。示喩失學之歎。此固然矣。然志苟篤矣。何處不是讀書之所。何日不是讀書之時。擺脫小小拘擬。判得靜室一區。罔晝罔夜。孜孜矻矻。如有疑晦。種種質問于師友間。則其爲功也。與在群蒙紛鬧叢中。不啻百倍矣。君之今日。正是激勵分撥可以有爲之日。切不可因循前却以費居諸也。如何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