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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박내영【영주】에게 답함(答朴乃英【瑩柱】)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박내영【영주】에게 답함
만나보지 못한 것이 오래되었으니 그리운 마음을 어찌 견딜 수 있겠는가. 이에 한 통의 편지를 받으니 참으로 진귀한 보물과 같네. 인하여 부모를 모시면서 건강이 신령이 보호하여 좋다고 하니 더욱 듣기 바라던 바이네. 나는 병든 모습이 이전과 같으니 달리 할 말이 없네. 보내준 편지에서 눈은 피상적인 것에 내달리기만 하고 마음은 핵심에 어둡다고 하였는데, 이는 참으로 겸손한 말이네. 그러나 또한 어진 그대에게 전혀 이런 병이 없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네. 나는 그대에게 매번 이것으로 한번 충고해주려고 하였네. 지금 그대는 스스로 그러한 병을 알고 있는데다가, 또한 차의(箚疑)의 몇 가지 조목을 편지 끝에 써서 보냈는데 피상적인 것에 내달리는 습관을 없애고 핵심의 지경에 들어간 것을 알 수 있으니, 위안이 됨이 그치지 않네. 옥백(玉帛)과 종고(鐘鼓)는 이미 예악에 쓰이는 것이지만 그 쓰임만 있고 근본이 없으면 장차 어떻게 쓰임이 되겠는가. 만약 '소나무를 심고 잣나무를 심은 뜻'주 120)에 대해 묻는다면 분명 대답해 줄 말이 없을 것이지만, 과연 그대 편지처럼 그 말을 견강부회함이 어찌 '백성으로 하여금 전율케 하려는 것.'이란 말과 비슷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겠는가. 관중은 그릇이 적지만 공은 크다고 하였는데,주 121) 그릇이 적다고 해서 그 큰 공까지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 이 또한 성인의 지극히 공정한 마음이네.
- 주석 120)소나무를……뜻
- 《논어》 〈팔일(八佾)〉에 "애공이 재아에게 사에 대하여 물으니, 재아가 대답하기를, '하후씨는 소나무를 사용하였고, 은나라 사람들은 잣나무를 사용하였고, 주나라 사람들은 밤나무를 사용하였으니, 백성들이 전율을 느끼게 하도록 해서였습니다.'[哀公, 問社於宰我, 宰我對曰夏后氏以松, 殷人以柏, 周人以栗, 曰使民戰栗.]"라고 하였다.
- 주석 121)관중은……하였는데
- 《논어》 〈팔일(八佾)〉 제25장에서 "관중의 기국이 작구나!〔管仲之器小哉!〕"라고 한 것과 〈헌문(憲問)〉 제17장에서 자로(子路)가 관중은 인(仁)하지 못하다고 하자, 공자가 "환공이 제후들을 규합하되, 무력을 쓰지 않은 것은 관중의 힘이었으니, 누가 그의 인만 하겠는가, 누가 그의 인만 하겠는가?〔桓公九合諸侯, 不以兵車, 管仲之力也, 如其仁, 如其仁?〕"라고 한 것을 말한다.
答朴乃英【瑩柱】
不相見久矣。懸懷曷任。一書眞百朋也。因審侍省節宣。神相佳吉。尤協願聞。義林病牀如前。無足提喩。示中眼走皮毛。心昧肯緊。此固撝謙之語。然亦不可謂賢者全無此病也。區區和相向。每欲以此爲一奉規矣。今賢者自知其病。又有箚疑數條。錄在紙尾。其祛皮毛之習。而入肯緊之域。可以見矣。慰仰亡已。玉帛鍾鼓。旣是禮樂之用。則有其用而無其本者。將何以爲用哉。若問以松以柏之義。必無辭可對。果如來諭。又安知傳會其說。不似使民戰栗者乎。管仲器則小而功則大。不可以器之小而不與其功之大。此亦聖人至公之心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