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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문제경에게 답함(答文【濟敬】)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30
문제경에게 답함
난초 같은 흉금과 지초 같은 얼굴은 잊히지 않고 내 눈 속에 있네. 뜻밖에 또한 편지를 받게 되었는데, 사람이 사랑스럽고 글씨도 사랑스러워 한 자나 되는 거북이나 한 아름의 구슬에 비할 것이 아니니, 고마운 마음을 어찌 견디겠는가. 인하여 조부모와 부모를 모시면서 건강하고, 그 남은 힘으로 책을 읽어서 날로 뛰어난 경지에 이르렀다고 하니, 더욱 걱정하던 마음에 위로가 되네. 당기(堂記)의 체제가 우아하지 않아 쓰기에 합당하지 않으니, 보고 나서 쓸데없는 작품이라 치부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학문의 방법은 참으로 한 가지가 아니지만 최초에 제일 먼저 할 것은 뜻을 세움에 있네. 학자가 뜻을 지니는 것은 집에 들보가 있고 농부가 밭이 있는 것과 같으니, 눈앞의 자잘한 일이라도 뜻이 서지 않고서 성취한 자가 없네. 더구나 막중하고 막대한 하늘이나 성인과 같은 공적을 세우는 일임에랴. 온전히 그럭저럭 지내며 뜻이 없는 자는 많고 뜻이 있는 자는 적으니, 값을 매길 수 없는 밝은 구슬을 연못에 던져버리고서 쓸모없는 물건처럼 여긴다면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우리 벗은 젊은 나이에 매우 뛰어난데, 만 리 앞길에 월로 갈지 초로 갈지는 바야흐로 지금 수레를 출발하는 처음에 달렸으니, 모름지기 맹렬하게 안목을 붙이고 견고하게 발을 내딛어 커다란 책임을 짊어지며 큰 사업을 성취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나는 일찍 이런 뜻이 없지 않았지만 견고하게 유지하지 못하여 드디어 마침내 쇠락하고 시들어져서 슬피 탄식함주 118)으로 떨어지고 말았으니, 이 일은 또한 어진 후배들에게 복철(覆轍)의 경계가 될 것이네. 그대의 편지에서 때때로 가슴에 새길 가르침을 주라고 하였는데, 나는 절대로 그러한 사람이 못되네. 비록 한 때 위로가 되는 말이기는 하지만 어찌 실상과 판이하며 정도에 지나침이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가. 나를 돌아봐주는 두터움에 감동하여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지만, 나 또한 미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니 자신도 모르게 매우 부끄럽네.
주석 118)쇠락하고……탄식함
촉한(蜀漢)의 승상 제갈량(諸葛亮)이 자식들을 경계하여 지은 글에 "나이가 시절과 함께 더해지고 의지가 세월과 함께 사라져 버려서 마침내 쇠락하고 시들어지게 되면 궁벽한 오두막에서 슬피 탄식한들 장차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年與時馳, 意與歲去, 遂成枯落, 悲歎窮廬, 將復何及?]"라고 하였다. 《小學 嘉言》
答文【濟敬】
蘭襟芝宇。耿耿在阿睹中。謂襮又承惠幅。可愛人可愛字。非尺蔡拱壁之比。感戢曷勝。仍詢重省康寧。餘力咿唔。日造優境。尤符懸情。堂記體裁不雅。不合入用。覽付散墨如何學文之道。固非一端。而其最初第一着。在於立志而已。學者之有志。如屋之有脊樑。農之有田地。眼前小小事。未有志不立而能有所就者。況莫重莫大希天希聖之功哉。渾區悠悠。無志者多。有志者少。使無價明珠。淪棄在淵。而視同笆離之物。豈不可哀也哉。惟吾友妙齡騰異。前程萬里適越適秦。方在今日發軔之初。須猛着眼目。牢着脚跟以任大擔負。以做大事業。如何如何。義也早不無此志。而持之不固。遂成枯落悲歎之歸。此一事。亦加以爲賢輩前車之鑑耶。若來喩所謂時惠鑴誨之云。萬萬非其人。雖一時慰藉之言。而豈浮實過當至如是耶。感傾眷之厚。覼縷到此。此亦不逮之言。不覺愧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