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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정원경에게 주다(與鄭元卿)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정원경에게 주다
그대는 인편이 있으면 일찍이 편지를 보내지 않음이 없으며, 편지를 보낼 때면 일찍이 정성을 담지 않음이 없네. 길고 자세하게 그 마음을 쏟아내면서 정성을 극진히 하는지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동하게 만드니 이 어찌 다른 까닭이겠는가. 다만 이는 어진 그대가 아버지의 친구라고 하여 이처럼 정성을 다하기 때문이네. 효애의 마음이 만일 지극하지 않다면 어찌 아버지의 친구를 잊지 않고서 이와 같이 하겠는가. 다만 이 한 가지 일은 무한히 좋은 바탕이 되며 무한히 좋은 발전을 이룰 것이니, 그대와 떨어져 은거하며 지내는 내가 비록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매번 이 일을 생각하면 내가 기대하는 마음은 실로 적지 않네. 오호라! 사군자가 한번 말을 내고 한번 발을 들 때 어떤 것이 효도가 아니겠는가.주 117) 모름지기 혼정신성(昏定晨省)의 여가에 더욱 이치를 연구하는 힘을 더하여 앞날의 대계로 삼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 주석 117)한번……아니겠는가
- 《예기(禮記)》 〈제의(祭義)〉에 "한 걸음 발을 떼는 때도 감히 부모를 잊지 않고, 한마디 말을 하는 데도 감히 부모를 잊지 않는다.〔壹擧足而不敢忘父母 壹出言而不敢忘父母〕"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與鄭元卿
有便未嘗不致書。有書未嘗不致意。縷縷輸瀉。極其懇惻。使見之者。不覺動情。此豈他故哉。只是賢認以父之執而致意若是也。孝愛之心。如有未至。則豈不忘父之執乃爾乎。只此一事。便是無限好田地。無限好步趨。屛居落落。雖不能種種相聚。而每念此一事。區區期望之意。實不淺尠。嗚呼。士君子一出言一擧足。安往而非孝。須於晨昏之餘。更加溫理之力。以爲前程大計。如何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