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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민자중【병두】에게 답함(答閔子仰【丙斗】)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26
민자중【병두】에게 답함
두 편지에 문목을 수십 마디의 말로 길게 펼쳐놓았는데, 근래 공부를 허투루 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네. 집안에 상이 동시에 나면, 장사 지낼 때는 가벼운 이를 먼저 지내고 무거운 이를 나중에 지내며 제사는 무거운 이를 먼저 지내고 가벼운 이를 나중에 지내네. 초상 중에는 담제(禫祭)주 107)를 지내지 않고 담제 지낼 달이 이미 지났으면 또한 담제를 지내지 않네. 그러므로 신위를 설치하여 곡하고 상복을 벗는다네. 부친이 만약 먼저 돌아가시면 비록 뒤에 상이 있더라도 부친을 장사지내기 전에 항상 부친의 상복을 유지해야 하니, 전헌(奠獻)을 행하고 제사를 행함에 어찌 두 곳이 있으랴. 고비(考妣)의 신주를 합독(合櫝)하는 것은 길제(吉祭)주 108)할 때 하니, 즉 지방에 열거하여 쓰는 것을 마땅히 평소와 같게 하네. 상제(常祭)는 평소 행한다는 뜻이며, 대상(大祥)은 길함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네. 남의 후사로 간 자나 시집 간 자의 지방에 대하여 말한 것은 보내준 편지의 내용이 옳네. 수(嫂)는 형수를 이르는 것이니, 아우의 부인에게는 마땅히 수(嫂)자를 써서는 안 되네. 마땅히 제부(弟婦)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네. '부군(府君)'이란 두 글자를 아우에 사용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은 것 같으니, 다시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선과 악은 모두 천리라고 하였는데, 악은 천리가 되지 않네. 그것이 천리에 뿌리를 두었으나 과와 불급이 있음을 이르는 것이네. 노사의 말은 곧 정자의 뜻과 같네. 마음에 인심과 도심이 있다고 이르는 것은 괜찮지만 본연지심과 기질지심이 있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으니,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중(中)'자에는 중(中)자의 리기가 있고 화(和)자에는 화(和)자의 리기가 있다고 한 한 단락은 말이 되지 않네. 대저 이러한 리기에 대한 의론은 현재 우리 벗의 급한 일이 아니니, 모름지기 평소에 평이하며 자신에게 매우 가까운 것에 나아가 하나하나 연구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부친을 장사 지낸 후에 뒤에 일어난 상의 복을 유지하다가 뒤에 일어난 상을 장사지내기 전에 허위(虛位)를 만들어 곡을 하고 상복을 벗는데, 어찌 일찍이 술을 올리는 절차가 있겠는가. 축이 없는 여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네. 죽은 아들에 대하여 이름을 쓰는데, 죽은 아우에 대하여 이름을 쓰는 것은 온당하지 않은 것 같네. 다만 학생(學生)이라고 쓰는 것이 괜찮을 것 같네. 두 담제는 반드시 상순과 중순으로 나눠서 행할 필요는 없으니, 정일(丁日)이나 해일(亥日)에 행하는 것이 좋겠네.
'하늘이 명한 성(性)'과 '능히 다한다는 성'주 109)은 모두 부여받은 본연지성이니, 마땅히 기질로 보아서는 안 되네. '하늘이 명하였다[天命]'는 '명(命)'은 리로써 말한 것이며, '하늘이 반드시 명하였다.[天必命之]'주 110)의 '명(命)'은 리와 기를 겸한 것으로 보아야 하네. 《소학》책은 《대학》처럼 공자의 말을 어찌 외워서 전하였겠는가. 명덕(明德)은 천명의 온전한 체를 내가 얻어서 심과 성정을 통솔한 것이네. '경전을 뒤섞어 인용하였기'주 111)에 그러므로 정비된 맥락이 없는 것 같네. '다 해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학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그 생각을 극진히 하게 만들려는 것이네.

질문 : '머리 빗어서 머리싸개로 싸매고 비녀[笄]로 지르고 끈으로 머리를 묶는다.'주 112)고 하니, 남자도 또한 비녀를 질렀습니까. 수암 권상하가 이르기를 "비녀를 상투 가운데로 비껴 찔러 놓는다."라고 하였으니, 그렇다면 지금 세속의 머리 위의 비녀[簪]이 아닌 듯합니다.
답변 : 계(笄)도 비녀[簪]이네. 수암이 말한 '비껴 찔러 놓는다.'는 것은 치포관의 비녀로써 말한 것이 아닌가하네.
질문 : "그 얻지 못하면 얻을 것을 걱정한다.[其未得之也, 患得之]"주 113)라는 말에서 '기(其)'자는 작록으로 보았는데, 도암 이재는 비루한 사내로 보았습니다.
답변 : 도암의 말이 옳네.
답변 : 천자와 제후는 대를 이어서 등극하는 것은 참으로 일반적인 일이지만, 경대부가 대를 잇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아니네. 이 때문에 공자는 《춘추》에서 경을 대대로 지내는 것에 대해 기롱하였으니,주 114) 이를 알 수 있네. 진의 삼가(三家)와 노의 삼가주 115)를 어찌 취하여 증거로 삼을 수 있는가. 다시 생각해보게나.
주석 107)담제(禫祭)
대상(大祥)을 지낸 뒤에 한 달을 건너서 지내는 제사이다. 즉 대상을 치른 뒤의 다음다음 달〔中月〕로, 초상부터 윤달을 따지지 않고 27개월이 되는 달의 하순의 정일(丁日)이나 해일(亥日)에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주석 108)길제(吉祭)
담제(禫祭)를 지낸 후에 새로 돌아가신 분의 신주를 사당에 들이면서 기존의 신위들과 함께 제사 지내는 것을 말한다.
주석 109)하늘이……성
'하늘이 명한 성'은 《중용》 수장의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 이른다.〔天命之謂性〕"을 이르고, '능히 다한다'는 성은 22장의 "오직 천하에 지극히 성실한 사람이어야 본성을 다할 수 있으니, 본성을 다하면 사람의 본성을 다하게 할 수 있고 사람의 본성을 다하면 물건의 본성을 다하게 할 수 있고 물건의 본성을 다하면 천지의 화육(化育)을 도울 수 있고 천지의 화육을 도우면 천지에 참여할 수 있다.〔惟天下至誠 爲能盡其性 能盡其性 則能盡人之性 能盡人之性 則能盡物之性 能盡物之性 則可以贊天地之化育 可以贊天地之化育 則可以與天地參矣〕"는 말에 보인다.
주석 110)하늘이 반드시 명하였다
〈대학장구서〉 중에 "한 번이라도 총명하고 슬기로워서 천성을 능히 다하는 사람이 그 사이에서 출현하면, 하늘이 반드시 그에게 명하시어 억조창생의 임금과 스승으로 삼고는 그에게 백성들을 다스리고 가르쳐서 백성들이 천성을 회복하게 하였다.[一有聰明睿智能盡其性者, 出於其間, 則天必命之, 以爲億兆之君師, 使之治而敎之, 以復其性.]"에서 '천필명지(天必命之)'를 가리킨다.
주석 111)경전을 뒤섞어 인용하였기에
《대학장구(大學章句)》의 경문(經文)과 전문(傳文) 사이에 주희가 "무릇 전문은 경전을 섞어 인용하여 정비된 기강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문리가 이어지고 혈맥(血脈)이 관통하여 깊고 얕음과 처음과 끝이 몹시 정밀하니, 익숙히 읽고 자세히 음미하면 오래 시간이 지남에 응당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다 풀이하지 않는다.[凡傳文, 雜引經傳, 若無統紀. 然文理接續, 血脈貫通, 深淺始終, 至爲精密, 熟讀詳味, 久當見之, 今不盡釋也.]"라고 하였다.
주석 112)머리……묶는다
《소학》 〈명륜〉에 보이는 말이다.
주석 113)그……걱정한다
《논어》 〈양화(陽貨)〉에 "비루한 사람과 더불어 임금을 섬길 수 있겠는가. 부귀를 얻기 전에는 그것을 얻지 못할까 걱정하고, 이미 그것을 얻고 나서는 또 잃어버릴까 걱정한다. 진실로 그것을 잃어버릴까 걱정하면 못할 짓이 없게 된다.〔鄙夫, 可與事君也與哉? 其未得之也, 患得之, 旣得之, 患失之. 苟患失之, 無所不至矣.〕"라고 하였다.
주석 114)공자는……기롱하였으니
세경(世卿)은 아비가 죽은 뒤 아들이 세습한 경대부(卿大夫)를 말한다. 《춘추좌씨전》 은공(隱公) 3년 조의 "여름 4월에 윤씨가 죽었다.〔夏 四月辛卯 尹氏卒〕"라는 경문에 대해 《공양전(公羊傳)》에서 "윤씨가 누구인가. 천자의 대부이다. 그런데 왜 윤씨라고 칭하였는가. 폄하한 것이다. 왜 폄하했는가. 세경을 비난한 것이니, 세경은 예가 아니기 때문이다.〔尹氏者何 天子之大夫也 其稱尹氏何 貶 曷爲貶 譏世卿 世卿非禮也〕"라고 하였다.
주석 115)진의 삼가와 노의 삼가
진의 삼가는 춘추 시대 진(晉)나라의 권세를 잡았던 6족(族) 출신의 6경(卿) 가운데 조씨(趙氏)ㆍ위씨(魏氏)ㆍ한씨(韓氏)를 가리키고, 노의 삼가는 노(魯)나라의 권신(權臣) 맹손씨(孟孫氏)ㆍ숙손씨(叔孫氏)ㆍ계손씨(季孫氏)를 가리킨다.
答閔子仰【丙斗】
二紙問目。張皇數十言。可見近日功夫。有不草草也。何感如之。家有偕喪。葬則先輕後重。祭則先重後輕。喪中不禫禫月已過則亦不禫。故設位而哭除之。父若先亡。則雖有後喪。而父葬前。常持父服。行奠行祭。豈有二處也。考妣合櫝。在吉祭之時。則紙榜列書。亦當如之。常是常行之義。祥是卽吉之義。出后者出嫁者紙榜云云。來示得矣。嫂是兄嫂之謂。於弟之妻。不當下嫂字。當曰弟婦可也。府君二字。用之於弟。似未穩。更詳之如何。善惡皆天理云者。非以惡爲天理也。以其根於天理而有過不及之謂也。蘆沙之言卽程子之意也。以心謂有人心道心則可。謂有本然之心氣質之心則不可。試思之如何。中字上有中字理氣。和字上有和字理氣。此一段不成說。大抵此等理氣說話。非吾友今日之急務。須就日用平易切近處。一一硏究如何。父葬後。持後喪服。以後喪葬前也。設虛位哭除。何嘗有酌獻之節乎。無祝與否。不須說也。於亡子書名。而於亡弟則書名。似未穩。只書學生似可矣。一一禫不必以上中旬分行之。或丁或亥。天命之性。能盡之性。皆是所賦本然之性。恐不當作氣質看。天命之命以理言。天必命之之命。兼理與氣看。小學書。孔子何嘗誦而傳之如大學耶。明德是天命全體。得於已而統心與性情者也。雜引經傳。故若無統紀也。不盡釋。所以使學者自致其思也。櫛縱笄總。男子亦有笄耶。遂庵云橫施此笄于髻中云。則非今世俗上頭之簪也。笄簪也。遂庵所謂橫施。以緇布冠之簪言之耶其未得之也。患得之。其字似以爵祿觀之。而陶庵以鄙夫言之。陶庵說是。天子諸侯。繼世而立。固其常也。而卿大夫之繼世。非其常也。是以孔子於春秋。譏其世卿。此可見也。晉之三家。魯之三家。何足取以爲據哉.更思之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