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조태경【중엽】에게 답함(答曺泰卿【重燁】)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18
조태경【중엽】에게 답함
보내준 편지에서 '외적인 사고와 망령된 생각이 흉중에서 서로 싸운다.'고 하였는데, 이는 참으로 보통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겪는 걱정거리라네. 반드시 구차하게 억제하려다가 더욱 분란함에 이르게 하지 말고, 다만 경(敬)을 위주로 하여 앎을 지극하게 하는 공부에 더욱 깊이 뜻을 두고서 조금도 중단하지 않는다면 이른바 망령된 생각이란 것은 점점 가볍게 될 것이니 정자가 말한 '체득이 깊으면 유혹의 작음을 알 수 있다.'주 75)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이네. 뒤에 기록하여 보낸 여러 조목은 아마도 모두 옳은 듯하니, 근래 조예의 깊음을 볼 수 있네. 이는 다만 그대가 참으로 노력하여 이른 것뿐만이 아니라 또한 종유한 사람들의 도움이 없지 않네. 두 번째 조목에서 '음양은 하나의 도이다.'주 76)라는 말은 즉 주자(周子)의 '음양은 한 태극이다.'주 77)라는 뜻이니, 앞에 기록한 것이 옳네. 여덟 번째 조목인 기질설은, 대저 기가 리를 따른다면 기가 곧 리이니, 별도로 기질을 말할 필요가 없네. 아홉 번째 조목인 미발설은, 대저 중인(衆人)은 미발의 때가 없으니, 만약 있다면 성인과 같네. 열 번째 조목인 용은 한가지인데, 문명의 상(象)으로 말하면 양이 되고, 물속의 생물로 말하면 음이 되네. 무릇 사물은 음 안에 양이 있고, 양 안에 음이 있으니, 분명하게 나뉘어 음만 되거나 양만 되는 이치는 없네. 이 모두 의리의 핵심인데, 이와 같은 나의 억견이 어찌 오류가 없겠다고 보장할 수 있겠는가. 다시 자세히 살펴보게나.

질문 : 《대학》의 〈치국장〉에서는 '사랑[慈]'을 말하였고,주 78) 〈평천하장〉에서는 '고아를 돌본다.[恤孤]'를 말하였습니다.주 79)
답변 : 성인이 효를 말하고 자(慈)를 말하지 않았으니, 대저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아는 것은 부모의 사랑만한 것이 없네. 그러므로 이어지는 문장의 앞에서주 80) '억지로 함을 빌리지 않음주 81)을 말하는 곳에서 자(慈)를 들어 밝혔으니 미뤄 넓힌다는 의미이며, 아래 문장에서 '노인을 노인으로 대하고 어른을 어른으로 대함'을 말하는 곳에서 어린이를 어린이로 대한다고 말하지 않고 다만 고아를 돌본다고 말한 것이네.
질문 : 〈비부가여사군장(鄙夫可與事君章)〉의 장하주(章下註)에서 호씨는 근재지의 말을 인용하여 "공훈과 명성에 뜻을 둔 자는 부유함과 귀함이 그 마음을 더럽힐 수 없다.……"라고 하였는데, 공훈은 부유함, 귀함과는 서로 다르지만 명성은 즉 부유하여도 또한 명성이 나고 귀하여도 또한 명성이 나니 그렇다면 부유함, 귀함에 뜻을 두는 것은 공훈과 명성에 뜻을 두는 것과 또한 같습니다.
답변 : 공훈과 명성, 부유함과 귀함은 비록 맑고 탁함이 같지 않지만 이로움을 추구하는 마음은 같네. 근재지의 생각은 의리에 뜻을 두고 부유함과 귀함이 그 마음을 바꾸지 못하는 옛날의 호걸의 선비로서 말한 것이니, 장량이나 제갈량 같은 무리들이네.
질문 : "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주 82)라 하였는데, 예를 알지 못하거나 말을 알지 못하면 모두 군자가 아니거늘, 오직 명을 알지 못한다는 말 아래에 군자가 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답변 : 예를 알지 못하거나 말을 알지 못하면 참으로 군자가 될 수 없네. 그러나 한번 예를 잃거나 한번 말을 실수하는 것은 비록 군자라도 면할 수 없지만 명을 아는 여부는 즉 향배와 취사의 사이에 한 몸의 큰 절개가 연관되어 있으니, 이 때문에 특별히 군자라고 말한 것이네.
주석 75)
체득이……있다 ; 정이(程頤)가 "마음이 진중하면 외물의 가벼움을 이길 수 있고 체득한 것이 깊으면 유혹이 작음을 알 수 있다.[內重則可以勝外之輕 得深則可以見誘之小]"라고 하였다. 《二程遺書 卷6》
주석 76)음양은 하나의 도이다
《이정전서(二程全書)》 〈역서(易序)〉에 보이는 말이다.
주석 77)음양은 한 태극이다
주렴계의 〈태극도설(太極圖說)〉에 보인다.
주석 78)〈치국장〉에서는 사랑을 말하였고
《대학장구》 전 9장에 "군자는 집을 벗어나지 않고서도 나라에 교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니, 나의 효(孝)를 신하가 본받으면 임금을 잘 섬기게 되고, 제(弟)를 본받으면 장관을 잘 섬기게 되고, 자(慈)를 본받으면 대중을 잘 부리게 된다.[君子不出家而成敎於國 孝者 所以事君也 弟者 所以事長也 慈者 所以使衆也]"라는 말이 나온다.
주석 79)〈평천하장〉……말하였습니다
《대학장구》 전 10장에 "이른바 천하를 평안히 함이 그 나라를 다스림에 있다는 것은, 윗사람이 노인을 노인으로 대우하매 백성들이 효를 흥기하며, 윗사람이 어른을 어른으로 대우하매 백성들이 공경함을 흥기하며, 윗사람이 고아를 구휼하매 백성들이 저버리지 않는다. 이러므로 군자는 구(矩 곱자)로 재는 도가 있는 것이다.〔所謂平天下在治其國者 上老老而民興孝 上長長而民興弟 上恤孤而民不倍 是以君子有絜矩之道也〕"라고 하였다.
주석 80)이어지는 문장의 앞에서
본문의 '상문(上文)'은 이어지는 문장의 앞 문장을 가리키고 '하문(下文)'은 이어지는 문장에서 상대적으로 뒷 문장을 가리킨다.
주석 81)억지로……않음
《대학장구》 전 8장에, "〈강고(康誥)〉에 이르기를 '적자(赤子)를 보호하듯이 한다.' 하였으니, 마음에 진실로 구하면 비록 딱 맞지는 않으나 멀지 않을 것이다. 자식 기르는 것을 배운 뒤에 시집가는 자는 있지 않다.〔康誥曰 如保赤子 心誠求之 雖不中 不遠矣 未有學養子而后嫁者也〕" 하였는데, 이에 대한 주에 "이는 《서경》을 인용하고 이것을 해석하여, 또 가르침을 세우는 근본이 억지로 함을 빌리지 않고, 그 단서를 알아서 미루어 넓힘에 있을 뿐임을 밝힌 것이다.〔此引書而釋之 又明立敎之本 不假强爲 在識其端而推廣之耳〕"라고 하였다.
주석 82)명을……없다
《논어》 〈요왈(堯曰)〉에서 "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를 알지 못하면 설 수 없으며,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不知命 無以爲君子也 不知禮 無以立也 不知言 無以知人也〕"라는 하였다.
答曺泰卿【重燁】
示中外思妄念。交戰胸中。此固衆人通患。不必區區排抑。益致紛亂。但於主敬致知之功。深加意焉。而無容間斷。則所謂妄念。漸漸輕歇。程子所謂得深則可以見誘之小者。此也。後錄諸條。恐皆得之。可見近日所造之深。此不惟賢誠力之所到。而亦未始非遊從之助也。第二條陰陽一道。卽周子陰陽一太極之意。所錄前說爲是。第八條氣質說。夫氣之循軌處。氣卽理也。不必別言氣質。第九條未發說。夫衆人無未發時。若有之則與聖人同。第十條龍一也。而以文明之象而言。則陽也。以鱗潛之物而言。則陰也。凡物有陰中之陽。陽中之陰。無截然爲陰爲陽之理也。此皆義理肯綮。以若臆見。安保無至差繆也。更加詳確。治國章言慈。平天下章言恤孤。聖人言孝不言慈。夫不敎而自知者。莫如慈。故於上文言不假强爲處。擧慈而明推廣之義。於下文言老老長長處。不言幼幼。而特以恤孤言。鄙夫可與事君章下。胡氏引斳裁之言曰。志於功名者。富貴不足以累其心云云。功則與富貴相別。而名則富亦有聲聞。貴亦有聲聞。然則志於富貴。則志於功名。亦自在矣。功名富貴。雖淸濁不同。而其爲利心則一也。裁之之意。以古之一種豪傑之士。志乎義理。不以富貴移其心者言之。如張良諸葛亮之流。不知命。無以爲君子云云。不知禮。不知言。皆非君子。而特於不知命下云。無以爲君子。不知禮不知言。固不得爲君子。然一禮之失。一言之失。雖君子而或不免焉。至於知命與否。則向背取舍之間。一身之大節繫焉。此所以特言君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