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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구사문【교신】에게 답함(答具士文【敎信】)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17
구사문【교신】에게 답함
인편이 있으면 항상 편지를 보내주니 오랜 벗이 나를 향하는 마음에 대해 실로 감탄이 이네. 인하여 부모를 모시고 학문을 하면서 줄곧 건강이 좋다고 하니 더욱 마음에 위안이 되네. 나는 한 가지 병도 차도가 없어서 날로 더욱 심해지니 염라대왕의 부름이 반드시 머지않을 것이기에 다만 기다리고 있을 따름이네. 머리를 감추고 자취를 숨길 때 독서만한 것이 없다고 하였는데, 이는 참으로 대단히 지극한 논의이네. 참으로 이미 이와 같다면 꿋꿋이 서서 새로 출발함이 다만 자신에게 달렸으니 이는 마치 팔을 굽히고 펴는 것처럼 쉬울 것이네.주 72) 어찌 다시 훗날을 기다릴 필요가 있겠는가. 어진 그대가 근래 책을 읽는 과정에 대해 자세히 할 수는 없으니, 보아야 하는 책을 어떻게 정해 줄 수 있겠는가. 이 또한 그대가 스스로 헤아려 처리함에 달려 있네. 다만 바라건대 이렇게 젊은 좋은 시절에 의지를 굳게 세워서 끝내 원대함에 이르러 집안의 기대하는 뜻에 부합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질문 : "사랑을 지극히 하면 마음에 보존되고 정성을 지극히 하면 나타나게 된다. 어찌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주 73)라고 하였습니다. 대개 정성을 지극히 한다[致慤]는 말에서의 정성은 곧 경(敬)을 가리킵니다. 그렇다면 앞에서는 애(愛)와 경(敬)을 겸하여 말하였는데, 뒤에서는 경 한 글자로 문장을 맺은 것은 어째서입니까.
답변 : '각(慤)'은 참으로 정성스럽다는 뜻이니, 사랑을 지극히 하고 정성을 지극히 하는 것은 경이 아니면 그렇게 할 수 없네.
질문 : "어른이 주시면 어린이와 천한 자는 감히 사양할 수 없다."주 74)고 하였는데, 대개 사양한 후에 받아야 하는 것은 예의로 보면 참으로 그렇습니다만 '감히 사양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어째서입니까.
답변 : 사양한 후에 받는 것은 붕우의 예이며, 어른을 섬기는 도리가 아니네.
주석 72)팔을……쉬울 것이네
《심경부주(心經副註)》 〈안연문인(顔淵問仁)〉에서 "그러나 기(己)는 인욕(人欲)의 사(私)이고 예는 천리의 공(公)이니, 한 마음의 가운데에 두 가지가 병립할 수 없으나 그 서로간의 차이는 털끝만큼도 못된다. 여기에서 나오면 저기로 들어가고, 저기에서 나오면 여기로 들어오니, 이는 극(克)과 불극(不克), 복(復)과 불복(不復)이 손을 뒤집는 것과 같고 팔뚝을 굽히고 펴는 것과 같이 쉽다. 그리하여 자신이 진실로 하고자 할진댄 그 기틀이 참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을 뿐이니, 어찌 타인이 관여할 바이겠는가.〔己者 人欲之私也 禮者 天理之公也 一心之中 二者不容竝立 而其相去之間 不能以毫髮 出乎此則入乎彼 出乎彼則入於此矣 是其克與不克 復與不復 如手反覆 如臂屈伸 誠欲爲之 其機固亦在我而已 夫豈他人之所得與哉〕"라고 하였다.
주석 73)사랑을……있겠는가
《예기》 〈제의(祭義)〉에 "선왕의 효도는 부모님의 안색을 눈에 잊지 못하며, 소리가 귀에 끊이지 않으며, 마음과 좋아하시던 것을 마음에 잊지 못하니, 사랑을 지극히 하면 보존되고 정성을 지극히 하면 나타나듯이 된다. 나타나고 보존하는 것을 마음에 잊지 않는데, 어찌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先王之孝也, 色不忘乎目, 聲不絶乎耳, 心志嗜欲, 不忘乎心, 致愛則存, 致慤則著. 著存不忘乎心矣, 夫安得不敬乎?〕"라는 하였는데, 이 구절은 《소학》 〈명륜〉에 다시 실렸다.
주석 74)어른이……없다
《소학》 〈명륜〉에 보이는 말이다.
答具士文【敎信】
有便每有垂訊。故人相向之意。實可感歎。因詢侍中學履。連護增祉。尤以爲慰。義林一疾不退。日益沈劇。閻羅消息。行必不遠。只惟俟之而已。縮首晦蹤。莫如讀書。此誠切至之論。誠旣如此。則着足發軔。只在自家如臂屈伸而已。何用復爲等待之有。近來賢者讀書程曆。未及詳知。則所看之書。何以指定耶。此亦在賢者自料之如何耳。惟願趁此靑陽好時節。牢着脊梁。卒究遠大。以副家庭責望之意如何。致愛則存。致慤則著。著存不忘乎心。夫安得不敬乎。盖致慤之慤卽指敬。然則上以愛敬兼言。而下以敬一字單結何。慤是誠慤之意。致愛致慤。非敬不能。長者賜。少者賤者不敢辭。盖辭而後受。禮固然也。而不敢辭云者何。辭而後受。朋友之禮。非事長之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