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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윤자운【정섭】에게 답함(答尹子運【定燮】)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14
윤자운【정섭】에게 답함
헤어진 지가 여러 달이 지났는데 소식이 전혀 없으니 평소 거처하면서 마음이 서글펐다네. 뜻밖에 덕수가 와서 그대의 편지를 전해주니, 고마운 마음은 평소에 배가 되었다네. 인하여 부모를 모시면서 온화하고 화열하며 건강도 좋다가 하니, 얼마나 마음에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네. 그대의 학과(學課)는 비록 근래 어떤 양상으로 절도를 지키며 행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깨닫지 못해 분하게 여기고 표현을 못하여 답답하게 여기며주 69) 뉘우치는 뜻이 지면에 넘치는 것을 보니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기에 더욱 마음이 놓이네. 나의 몸은 노쇠하고 마음은 병들어감이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데 반드시 세상에 오래 있지 못할 것이니, 흘러가는 데로 맡겨둘 따름이네. 다만 오래 배운 학업은 성취하지 못하고 이전부터 품어온 뜻은 물거품이 되었는데, 교유하는 벗 사이에서 분연히 힘을 쏟아 마음을 둘 만한 곳이 없으니 이것이 대단히 한스럽네. 원컨대 자운은 이렇게 젊을 때 맹렬하게 정채를 쏟아 공부함이 어떻겠는가.

질문 : 힘쓰는 것을 잊거나 조장하는 병을 구원하고자 한다면주 70) 아마도 '경(敬)' 한 글자가 좋은 약이 될 것입니다。
답변 : 그럭저럭 한가롭게 하는 것은 잊어버리는 것에 가까우며 급하게 서두르는 것은 조장함에 가깝네. 공부의 핵심은 바로 이곳에 있으니, 경을 견지하여 점차로 익숙하게 된다면 절로 이런 폐단이 없게 되네.
주석 69)깨닫지……여기며
앞의 〈답황신여(答黃新汝)〉에 보인다.
주석 70)힘쓰는……한다면
《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서 "반드시 일삼아서 미리 기필치 말고서 마음으로 잊지도 말고 조장하지도 말라.〔必有事焉而勿正 心勿忘勿助長也〕"라 하였다.
答尹子運【定燮】
分手數朔。音聞漠然。居常馳悵。謂外德受來。承惠墨。感豁倍常。仍審侍省怡愉。體事沖裕。何慰如之。盛課雖不詳其近日節度之果作何狀。而見憤悱悔悟之意。溢於紙面。可想其不悠悠浪過也。尤庸豁然。義林衰相病情。日甚一日。必非久於世者。任之而已。但舊業未就。宿心歸虛。而交遊之間。又無奮然用力可以寄意處。是爲悢悢耳。願子運趁此少壯時。猛着精彩如何。欲救勿忘勿助之病。恐以敬一字爲良劑。悠泛近於忘。急迫近於助。功夫要處。正在於此。持敬浸熟。自無此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