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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배순문에게 답함(答裵純文)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13
배순문에게 답함
뜻밖에 한 통의 편지를 받았는데 이는 참으로 나를 돌아보는 마음에서 나왔으니, 고마운 마음 한량이 없는데 또한 무슨 말로 표현하랴. 인하여 부모를 모시면서 온화하고 화열하며, 줄곧 건강하다고 하니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네. 실로 듣고 싶었던 바이네. 나는 용렬한데다 노쇠하여 들어서 보여줄 만한 것이 없네. 공부가 끊어지는 것은 쉽고 지속하는 것은 어려우니, 이는 참으로 일반 사람들이 모두 겪는 근심거리이네. 그러나 끊어짐을 깨닫는 것이 바로 지속하는 곳이니, 어찌 별다른 방법이 있겠는가. 힘쓰고 더욱 힘쓰게나. 문목에 대해서는 조목에 따라 답을 하였으니, 만약 온당하지 않은 곳이 있으면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 어떻겠는가.
귀신은 음양의 굴신(屈伸)으로써 말한 것이네. 그러므로 '공용(功用)'이라 하였네. 신은 음양의 헤아릴 수 없음으로써 말한 것이네. 그러므로 '묘용(妙用)'이라 하였네주 61)
삼획을 그은 후에 음이 되고 양이 되네. 낮은 양이지만 정오 이후로 음이 되고 밤은 음이지만 자정 이후로 양이 되네.
무릇 날짐승과 물짐승은 상을 취함에 음양이 한결같지 않네. 한 가지 사물의 관점에서 보자면 한 가지 사물에 각자 절로 음양이 있으며, 만물의 관점에서 보자면 만물에 각자 절로 음양이 있으며, 사람의 관점에서 보자면 만물도 모두 음양이네.
이미 "양은 음을 겸할 수 있지만, 음은 양을 겸할 수 없다."주 62)라 하였으니, 그렇다면 이 어찌 곤괘의 덕이 항상 건괘의 반으로 줄어든 것이 아니겠는가.
도와 기(器)는 하나이면서 둘이요, 둘이면서 하나이네. 형이상과 형이하에서 형(形) 한 글자는 합하여서 하나인 것이요, 상하(上下) 두 글자는 나뉘어서 둘인 것이네.
건(健)은 용(用)을 말하고 곤(坤)은 체(體)를 말한 것은 하늘은 움직이고 땅은 고요하기 때문이네. 발산과 수렴은 건괘와 곤괘가 같네. 이른바 '천지가 어긋나도 그 일은 같다'주 63)고 하였으니, 어찌 건괘만 홀로 발산하고 곤괘는 발산하지 않으며, 곤괘만 홀로 수렴하고 건괘는 수렴하는 이치가 없겠는가.
비괘(比卦)의 아래 네 개의 음을 선천(先天)이 아니라고 이를 수 없다면, 가장 위의 한 개의 음을 유독 후천(後天)이 아니라고 이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대축(大畜)은 쌓임이 많은 것이네. 그러므로 극에 달하면 흩어지는 것이네. 소축(小畜)은 쌓임이 적은 것이네. 그러므로 극에 달하면 이뤄지는 것이네. 이 때문에 앞에서 비가 내리지 않다고 하였다가 후에 이윽고 비가 내린다고 한 것이네.주 64)
삼묘(三苗)와 관숙(管叔), 채숙(蔡叔)주 65)은 참으로 망동하지 않는데도 생긴 병이네. 그렇지만 순(舜)이 양쪽 섬돌 앞에서 간우(干羽)로 춤을 추고,주 66) 주공(周公)은 붉은 신을 신고 걸음이 진중하였다주 67)는 것은 약을 복용하지 않은 것주 68)을 이름이 아니겠는가.
주석 61)귀신은……하였네
《근사록》 〈도체〉에서 정자는 "하늘을 오로지 총체로서 말하면 도이니 하늘도 어기지 않는다는 것이 이것이요, 나누어 말할 경우 형체로써 말하면 천(天)이라 이르고 주재(主宰)로써 말하면 상제(上帝)라 이르고 공용(功用)으로써 말하면 귀신(鬼神)이라 이르고 묘용(妙用)으로써 말하면 신(神)이라 이르고 성정(性情)으로써 말하면 건(乾)이라 이른다.〔天, 專言則道也, 天且弗違是也. 分而言之, 則以形體謂之天, 以主宰謂之帝, 以功用謂之鬼神, 以妙用謂之神, 以性情謂之乾.〕이라 하였다.
주석 62)양은……없다
《주역정의》 〈건괘〉 초구(初九)의 소(疏)에 보이는 말이다.
주석 63)천지가……같다
〈규괘(睽卦)〉의 단사(彖辭)에 보이는 내용이다.
주석 64)앞에서……한 것이네
〈소축(小畜)〉에서 "소축은 형통하니 구름은 빽빽하나 비가 오지 않는 것은 나의 서쪽 교외로부터 왔기 때문이다.〔小畜, 亨, 密雲不雨, 自我西郊.〕"라고 하였으며, 〈상구(上九)〉에 "이미 비가 오고 이미 비가 그쳤다. 이는 덕을 숭상하여 가득 쌓이게 된 것이니, 부인이 견고하게 이것을 지키면 위태로울 것이다. 달이 거의 보름이 되었으니 군자가 동하면 흉하리라.〔旣雨旣處 尙德載 婦貞 厲 月幾望 君子征 凶〕"라고 하였고, 그 상(象)에 "이미 비가 오고 이미 비가 그친 것은 덕이 쌓여 가득한 것이요, 군자가 동하면 흉하다고 한 것은 의심할 것이 있어서이다.〔旣雨旣處 德積載也 君子征凶 有所疑也〕"라고 하였다.
주석 65)삼묘와 관숙, 채숙
앞의 〈답정운여(答鄭雲汝)〉의 주를 참조.
주석 66)
순이……추고 간우(干羽)'는 방패를 쥐고 추는 간무(干舞)와 새의 깃을 쥐고 추는 우무(羽舞)를 합칭한 말이다. 《서경》 〈대우모(大禹謨)〉에 "순(舜) 임금이 일찍이 문덕을 크게 펴고 방패와 깃을 들고 두 섬돌 사이에서 춤을 추었는데, 그런 지 70일 만에 완악한 묘족이 감복하였다.[帝乃誕敷文德, 舞干羽于兩階, 七旬有苗格.]"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임금의 훌륭한 덕화(德化)를 의미한다.
주석 67)주공은……진중하였다
《시경(詩經)》 〈빈풍(豳風) 낭발(狼跋)〉에서 "공(公)은 겸손하고 크고 아름다우니, 적석(赤舃)의 걸음이 진중하다.[公孫碩膚 赤舃几几]"라 하였고, 시의 서(序)에, "주공을 아름답게 여겨 지은 것이다."라 하였다.
주석 68)약을…… 것
《주역(周易)》 무망괘(无妄卦) 구오(九五)에 이르기를, "예기치 않았던 병이다. 약을 쓰지 말라. 기쁨이 있으리라.〔无妄之疾 勿藥 有喜〕" 하였다.
答裵純文
謂外一書。寔出情眷。感感沒量。又何可喩。仍審侍省怡愉。連膺貞謐。何慰如之。實協願言。義林碌碌頹榻。無足擧似耳。間斷易。接續難。此固衆人通患。然覺得間斷。便是接續處。豈有別樣方法哉。勉之勉之。問目逐條答去。如有未穩。更爲回示。如何如何。鬼神以陰陽屈伸言。故曰功用。神以陰陽不測言。故曰妙用。後三畵爲陰爲陽。如晝陽也。而日中以後爲陰。夜陰也。而夜半以後爲陽。凡飛潛之物。取象陰陽不一。以一物觀之。一物各自有陰陽。以萬物觀之。則萬物各自有陰陽。以人觀之。則萬物皆是陰陽。旣曰陽得兼陰。陰不得兼陽。則此豈非坤之德。常減於乾之半者耶。道與器。一而二。二而一。形上形下。形一字。是合而一者也。上下字。是分而二者也乾言用。坤言體。以天動地靜故也。發散翕聚。乾坤一也。所謂天地睽而其事同也。豈乾獨發散而坤不發散。坤獨翕聚而乾不翕聚之理。比卦下四陰。不可謂非先天則上一陰獨不可謂非後天大畜。畜之大。故極而散。小畜。畜之小。故極而成。此所以先不雨而後旣雨也。三苗管蔡。固爲無妄之疾。然舜之干羽兩階。周公之赤舃几几。非勿藥之謂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