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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정순문【규덕】에게 답함(答裵純文【奎悳】)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12
정순문【규덕】에게 답함
헤어진 뒤로 그리움에 답답한 마음은 오래될수록 더욱 깊어지네. 한 통의 편지가 이르니 수많은 보배를 얻은 것 그 이상으로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신 듯하여 나도 모르게 마음이 트였네. 인하여 부모께서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하니 이 때문에 걱정스럽네. 좋은 의원을 맞아들이고 약을 쓰는 데 방법이 있을 것이며 정성스런 효도에 신령이 도울 것이니, 아마도 크게 웃고 나는 것처럼 다니는 것주 57)은 평상을 회복한지가 이미 오래되었을 것이라 생각되네. 우러러 간절히 듣기 원하는 바네. 부모를 모시고 남은 힘으로 이치를 연구함이 응당 멈추지 않았을 것인데, 그대처럼 빼어난 자질로 항상 민첩하게 공부를 행한다면 그 발전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노력하고 더욱 노력하게나. 다만 학문하는 방법은 지난번 서로 만났을 때 그 대략을 말하였으니, 반드시 내가 말한 것이 그대의 처지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소홀하게 여기지 말게나. 나는 노쇠함이 날로 심하여 모든 생각이 재처럼 식어버렸으니, 때가 지나가버려 제 때 공부하지 못한 한스러움이 간절할 따름이네. 다만 바라건대 나를 종유하는 젊은이로 우리 순문 같은 이가 나를 위해 분발하여 그 빛이라도 쬐고 싶네. 영남의 벗인 정주경(鄭周京)이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는데, 과연 마음속에 있는 것을 남김없이 다 이야기하였는가. 근래 가뭄 때문에 학도들이 흩어져 떠났으니, 이런 한가로운 틈을 타서 삼산(三山)으로 가려고 하는데, 만일 그렇게 한다면 며칠 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네. 《소학》에서 '도(道)'를 말하거나 '방(方)'을 말하였는데 서로 뜻이 심하게 다르지 않으니, 도는 대강 말한 것이요, 방은 행하는 방법이네. 공자 문하에서 육예(六藝)주 58)를 어찌 급하게 말한 것이 있겠는가. 예를 들면 물 뿌리고 쓸며 응하고 대하는 것은 예가 아님이 없으며, 길게 읊조리고 노래하며 춤추고 뛰는 것은 음악 아님이 없으니,주 59) 이는 참으로 초학자들이 공부를 시행할 곳이네. 부모가 계시면 멀리 놀지 않는다주 60)는 것은 효자가 어버이를 섬기는 일반적인 법이며, 공자가 천하를 수레로 떠돈 것은 성인이 당대를 구제하려는 권도(權道)이네. 더구나 공자께서 천하를 수레로 떠돈 것이 어찌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였겠는가. 아울러 자세히 살펴보기 바라네.
주석 57)나는 것처럼 다니는 것
어버이 병이 나았다는 의미이다. 《예기(禮記)》 〈곡례(曲禮)〉)에서 "부모가 병환이 있으면 갓을 쓴 자는 머리를 빗지 않고 나는 듯한 모습으로 걷지 않으며, 웃을 때 이끝이 보이지 않는다.〔父母有疾, 冠者不櫛, 行不翔, 笑不至矧.〕"라고 한 말에서 유래하였다.
주석 58)육예(六藝)
중국 주 나라 때 행해진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의 6가지 교육 과목을 말한다.
주석 59)물 뿌리고……없으니
《소학(小學)》의 제사(題辭) 즉 머리말에 "소학의 교육 방법으로 말하면, 물 뿌리고 쓸며 응하고 대답하며, 들어와서는 효도하고 나가서는 공손하여, 동작이 혹시라도 어긋남이 없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행하고 나서 여력이 있으면, 시(詩)를 외우고 서(書)를 읽으며, 읊고 노래하며 춤추고 뛰어, 생각이 혹시라도 지나침이 없게 하는 것이다.〔小學之方 灑掃應對 入孝出恭 動罔或悖 行有餘力 誦詩讀書 詠歌舞蹈 思罔或逾〕"라고 하였다.
주석 60)부모가……않는다
《소학》 〈명륜〉에 "부모가 계실 때에는 멀리 나가서 노닐지 말 것이요, 나가서 놀더라도 반드시 일정한 처소가 있어야 한다.〔父母在 不遠遊 遊必有方〕"라 하였는데, 원래 《논어》 〈이인(里仁)〉에서 공자가 한 말이다.
答裵純文【奎悳】
別後戀菀。久而彌至。一書何啻百朋。如渴得飮不覺豁然仍審庭候欠和。是用貢慮。迎合有方。誠孝有相想。矧翔復常。亦已久矣。仰切願聞餘力溫理。計應不住。以若秀爽之資。有此時敏之功。其進可量。勉之勉之。但爲學之方。向日相聚時。槪以奉告。必不以不恕而忽之也。義林衰頹日甚。百慮灰冷。只切過時未逮之恨而已。只願年少遊從如吾純文者。爲之奮勵以被餘光也。嶺友鄭周京歷路相面。果能傾倒津津否。近因旱故。學徒散去。竊欲因此暇隙。欲作三山行。如果則歷訪有日耳。小學之言道言方。無甚異義。道是大綱說。方是爲之之法。孔門六藝。何驟語之有。如灑掃應對。莫非禮也。詠歌舞蹈。莫非樂也。此正初學下手處。父母在不遠遊。此孝子事親之常法。孔子轍環天下。此聖人濟時之達權。況孔子轍環。豈必親在時耶。倂加詳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