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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김이수【덕희】에게 답함(答金而修【德熙】)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11
김이수【덕희】에게 답함
부평초처럼 떠도는 나의 행적을 염려하여 편지를 보내 위로함이 이와 같음에 이르니, 젊은 청년이 오랜 교의를 잊지 않는 의리에 대단히 고맙게 생각하네. 또한 조부모와 부모를 모시면서 건강한데다가 서당을 청소하고서 책을 읽은 지가 상당히 되었다고 하니, 더욱 듣고 싶었던 바이네. 사람이 그 누가 허물이 없겠는가마는 고치는 것이 가치가 있네. 더구나 젊은 나이에 자잘한 실수를 참으로 고쳐서 다시 싹트지 않게 한다면, 거울에서 때를 씻어내어 거울이 다시 밝아진 것과 같으니, 어찌 높게 치지 않으랴. 모름지기 오래 묵은 습관을 통렬하게 씻어내고 굳은 의지로 공부를 행하여 전날의 비웃음과 비난을 자자한 칭송으로 바꾸는 실상이 있게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평소 사색하다가 통하지 못하면 일단 한쪽으로 제쳐두고서 간혹 그 쉬운 것을 먼저 생각하던가 혹은 그 어려운 것을 먼저 생각하다보면 반드시 비슷한 것으로 말미암아 깨닫는 날이 있을 것이네. 더구나 어진 스승과 신실한 벗은 세상에 적지 않으니 때로 교유하면 어찌 질문에 답을 얻을 날이 없겠는가.

질문 : 주자는 "심(心)은 동정(動靜)을 관통하여 있지 않음이 없다."주 51)라고 하였고, 정자는 "심은 본래 선하지만, 사려로 발하게 되면 이것을 정이라고 해야 하고 심이라 할 수 없다."주 52)라고 하였습니다. 주자의 말로 보자면 심이 미발과 이발을 겸하기 때문에 심에 선과 불선이 있는 것이고 정자의 말로 보자면 미발일 때에는 심이지만 이미 발한 뒤에는 즉 심이 아닌 것입니다. 그러므로 "심에는 불선이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답변 : 정자는 심(心)을 이발처로 삼은 것이 있고 또한 심을 미발처로 삼은 것이 있으니, 다만 그 본문의 뜻이 어떠한가를 살펴보아야 하네. 그러나 개괄하여 심(心)자의 뜻을 말한다면 미발과 이발을 아울러 거느린 것이네. 하단의 '선, 불선' 운운한 것은 아마도 옳은 듯하네.
질문 : 정자는 "천지 만물의 이(理)는 홀로 있는 것은 없고 반드시 상대가 있으니, 안배한 것이 아니다. 언제나 한밤중에 이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춤을 추고 발로 뛰게 된다.……"주 53)라 하였습니다. 대개 정자가 평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이에 매우 절실하고 긴요한 것을 깨우침이 대단히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다만 '홀로 있는 것은 없고 반드시 상대가 있는데 안배한 것이 아니다.'는 이것에 대해 어찌하여 자신도 모르게 춤을 추고 발을 구르게 된다고 하였습니까.
답변 : 생각을 지극히 하다가 이치가 순해져서 얼음이 풀리는 경우에 이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쁜 마음이 솟구치니, 다만 '홀로 있는 것은 없고 상대가 있다.'는 것에만 그런 것이 아닌데, 특별히 '홀로 있는 것은 없고 상대가 있다.'는 것에 기인하여 이런 뜻을 드러낸 것이네.
질문 : 태극은 음양의 주재(主宰)가 되고 심(心)은 성정의 주재가 되는데, 주자는 "성은 태극과 같고, 심은 음양과 같다."주 54)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성은 심의 주재가 되는 것입니까.
답변 : 심은 그 성을 검속하고 성이 그 심을 검속하지 못한다면 어찌 성을 심의 주재자라고 이를 수 있겠는가. 원두로써 말한다면 성은 주재가 되고 심은 활용하는 그릇이 되며, 당체로써 말한다면 심은 주재가 되고 성은 담아놓은 리(理)가 되네.
질문 : 리는 함이 없고 기는 함이 있는데, 태극이 동하여 양을 낳고 정하여 음을 낳는다면 다만 함이 없고 존재하지 않는 태극은 어떻게 동정을 합니까.
답변 : 동하지만 동함이 없고 정하지만 정함이 없는 것이 바로 태극의 오묘함이네.
질문 : 이미 "성이 선하다."주 55)고 하였으니,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사람이 태어나 고요할 때 이상의 단계를 말한 것입니다. "잇는 것이 선이다."주 56)라는 말은 아마도 성에 선악이 섞여 있다는 말인 듯합니다.
답변 : 인의예지는 원형리정(元亨利貞)에 짝하여 우리 마음에 갖춰진 것이니, '사람이 태어나 고요할 때 이상의 단계'를 말한 것이 아니라 이를 수 없으며, 또한 '잇는 것은 선이라는 이하의 단계를 말한 것이 아니라고 이를 수 없네.
질문 : 희노애락(喜怒哀樂)이 발하지 않은 것을 중(中)이라 하고, 발하여 모두 절도에 들어맞는 것을 화(和)라고 하니, 중은 리(理)요, 화는 기(氣)이며, 중은 체요 화는 용이며, 중은 성이요 화는 정입니까.
답변 : 이미 발했다면 혹 기를 말할 여지가 있지만 화(和)는 기가 발한 것은 통틀어 말한 것이 아니네. 발하여 절도에 들어맞은 연후에 화가 되니, 이윽고 절도에 맞는다면 선이라 이를 수 있지만 악이라 이를 수 없으며 리라고 이를 수 있지만 기라고 이를 수 없네.
주석 51)심은……없다
《주자대전》 권41 건도 8년의 〈답풍작숙(答馮作肅)〉에 보인다.
주석 52)심은……없다
《근사록(近思錄)》 권1 〈도체(道體)〉에 보인다. 어떤 이가 심(心)에도 선악(善惡)이 있는가를 물었는데, 정이(程頤)가 답하기를, "하늘에 있으면 명(命)이라고 하고 사물에 있으면 이(理)라고 하고 사람에 있으면 성(性)이라고 하고 몸에서 주재하면 심(心)이라고 하니, 그 실제는 하나이다. 심(心)은 본래 선하지만 사려로 발하게 되면 선함과 불선함이 있게 되니, 만약 이미 발하였다면 정(情)이라고 해야 하고 심(心)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在天爲命, 在物爲理, 在人爲性, 主於身爲心, 其實一也. 心本善, 發於思慮, 則有善有不善, 若旣發, 則可謂之情, 不可謂之心.]"라고 하였다.
주석 53)천지……된다
《근사록》 〈도체(道體)〉에 보이는 말이다.
주석 54)성은……같다
《주자어류》 권5 〈성리 이(性理二)〉에 나오는 말이다.
주석 55)성은 선하다
바로 앞의 주에 보인다.
주석 56)잇는 것이 선이다
《주역》 〈계사전 상〉에 "한 번 음이 되고 한 번 양이 되는 것을 도라고 하니 이것을 계속 이어 가는 것이 선이요, 이것을 이루어 갖춘 것이 성이다.[一陰一陽之謂道 繼之者善 成之者性也]"라 하였다.
答金而修【德熙】
念此萍水羈寓之跡。專書委問。至於如此。妙年存舊之義。至爲感感。且審重省康寧。而掃塾讀書。且又有日。尤副願聞。人孰無過。改之爲貴。況此初年少少之失。苟能改革而不復萌焉。則如鑑之去塵。鑑復明焉。豈不可尙。須痛洗宿習。刻意下功。使前日之嗤訕。一變爲藉藉稱賞之實如何。日間思索。不通且置之。或先其易者。或先其難者。必有類會傍通之日。況賢師良朋。世不乏人。時節相從。豈無辨質之日乎。朱子曰。心則貫乎動靜而無不在焉。程子曰。心本善。發於思慮。則可謂之情。不可謂之心。以朱子之言。則心兼未發已發。故心有善不善。而以程子之言。則未發時是心。而已發後。便不是心也。故曰心無不善云云。程子有以心爲已發處。有以心爲未發處。惟看其本文所指之義如何耳。然槪言心字之義。則統未發已發者也。下段善不善云云。恐得之。程子曰。天地萬物之理。無獨必有對。非有安排也。每中夜而思。不知手之舞之足之蹈之云云。盖程子於平日思爲之間。則其親切緊要處。想爲許多。而只於此無獨有對非有安排。謂不知舜蹈耶。致思而到理順氷釋處。自不覺有油然喜悅之意。非獨於無獨有對而然。特因無獨有對而發此義耳。太極爲陰陽之主宰。心爲性情之主宰。而朱子曰。性猶太極也。心猶陰陽也。然則性爲心之主宰耶。心能檢其性。性不知檢其心。則豈可謂以性爲心之主宰耶。以源頭說。則性爲主宰。而心爲資用之器。以當體說。則心爲主宰。而性爲該具之理。理無爲。氣有爲。而太極動而生陽。靜而生陰。則只此無爲無有者。有何動靜耶。動而無動。靜而無靜。此太極之妙。旣曰性善。則仁義禮智。是人生而靜以上說也。而若曰繼之者善云。則恐或有性混善惡之說也。仁義禮智。配元亨利貞而具於吾心。則不可謂非人生而靜以上說。亦不可謂非繼之者善以下說也。喜怒哀樂之未發。謂之中。發而皆中節。謂之和。中者理。和者氣。中者體。和者用。中者性。和者情耶。已發則容或有言氣之地。而和者不是統言氣發也。發而中節然後謂之和。旣而中節。則可謂之善。而不可謂之惡。可謂之理。而不可謂之氣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