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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정운여【순룡】에게 답함(答鄭雲汝【淳龍】)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08
정운여【순룡】에게 답함
자주 찾아준 뜻에 감사하여 항상 한번을 찾아가 답례를 하려고 하였는데, 지척의 거리에서도 성의가 부족하여 아직까지도 찾아가지 못하였으니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네. 그런데 어찌 어진 그대가 자신처럼 하지 않은 것을 따지지 않고 편지로 안부를 이처럼 지극히 정성스럽게 물어보는지 대단히 감사하네. 인하여 삼가 세모에 부모를 모시고 경전을 공부하면서 줄곧 건강이 좋으며, 봉양하고 남은 힘으로 이치를 연구하여 한결같이 크게 발전한다고 하니 실로 듣고 싶었던 바이네. 나는 병든 몸으로 여관에서 체류하고 있는데, 온갖 감회로 번뇌하고 있네. 다만 처중(處中)과 아침저녁으로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 다소간 유익함을 있음을 알게 되니, 이로써 위안을 삼네. 마음이 장수가 되고 뜻이 장수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서로 다른 두 장수가 아니라 다만 본 바가 어떠한가에 달려 있네. "천군(天君, 마음)이 태연해져서 온 몸이 그 명령을 따른다."주 36)는 말은 마음이 장수가 되고 기(氣)가 졸병이 됨을 이르네. "뜻이 이르는 바에 기가 반드시 따른다."주 37)는 말은 뜻이 장수가 되고 기가 졸병이 됨을 이르네. 마음과 뜻은 서로 다른 두 물건이 아니며, 병졸은 서로 다른 군진(軍陣)이 아니네. 기에는 맑음과 탁함이 있으니 갖춰진 리(理)도 그에 따라 맑고 탁해지며, 기에는 순수함과 잡박함이 있으니 갖춰진 리(理)도 그에 따라 순수하고 잡박해지네. 만약 사물 상에 나아가 본연의 리(理)를 가리킨다면 기에는 치우치거나 온전한 서로 다른 경우가 있으나 리에는 치우치거나 온전한 서로 다른 경우가 없으며, 기에는 증가하거나 감소함이 있으나 리에는 증가하거나 감소함이 없으니, 비록 식은 재나 마른 나무의 리라도 양의와 사상과 팔괘의 조종(祖宗)이 됨에 해가 되지 않네. '사람이 나서 고요한 것'이란 구절은 천도의 성(誠)이요, '사물에 감응하여 움직인다.'주 38)는 구절은 성인의 성이네. 크게 말하자면 성(性)은 모든 사물의 한 가지 근원이니, 어찌 성 밖의 사물이 있으랴. 작게 말하자면 모든 사물이 모두 나에게 갖춰져 있으니 또한 어찌 성 밖의 사물이 있으랴.

질문 : "덕을 천성적으로 타고나서 아무런 불편 없이 행하는 분을 성인이라 하고, 덕을 회복하여 고수하려 하는 이를 현인이라 한다."주 39)는 말에서, 첫 부분은 성인에 대해 말하고 다음 부분은 현인에 대해 말하고 마지막에는 신(神)에 대하여 말하였는데, 현인이 도리어 성인과 신의 중간에 있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답변 : 신은 단계적으로 논하면서 확정한 명칭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말하였네. 하루에는 네 계절의 상(象)이 있고 한 때에도 네 계절의 상이 있으니, 한 번 눈을 깜박거리거나 한 번 숨을 쉴 동안에도 모두 그렇지 않음이 없네.
답변 : 정(靜)은 천지의 마음이 아니며, 동(動)도 천지의 마음이 아니네. 다만 동하기 시작할 때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네.주 40) 또한 이른바 '본다.'는 것이 어찌 눈으로 보는 것을 뜻하겠는가.
질문 : 감(感)과 응(應)주 41)은 다만 기의 굴신(屈伸)일 따름입니다. 그러나 그 위에 굴(屈)하거나 신(伸)하는 이치가 있으니, 어찌 다만 한 개 감과 응에 불과할 따름이겠습니까.
답변 : 감(感)하고 응(應)하는 것은 참으로 기이지만 감하고 응하게 시키는 것은 리(理)가 아니겠는가. 그 종을 보지만 그 주인을 보지 못하며 또한 주인과 종이 하나인 것을 보지 못하니, 아마도 온당하지 않은 듯하네.
질문 : "안자는 성냄을 옮기지 않았다."주 42)는 주에서, 주자가 "성인은 성냄이 없으니 어찌 타인에게 옮기지 않음을 기다릴 것인가.……'주 43)라고 하였습니다. 혈기의 성냄은 성인은 참으로 없지만 의리의 성냄은 성인이 어찌 다만 없겠습니까.
답변 : 만약 의리의 성냄까지 아울러서 없다고 한다면 이는 호흡이 없이 죽은 사람이네. 순(舜)이 삼묘(三苗)를 정벌하고주 44) 문왕이 숭(崇)나라를 정벌하고주 45) 주공이 무경(武庚)을 주살한 것주 46)은 모두 어째서이겠는가.
질문 : "천지의 떳떳함은 그 마음이 만물에 두루 미치되 사사로운 마음 씀이 없기 때문이요, 성인의 떳떳함은 그 정(情)이 만사를 따르되 사사로운 뜻이 없기 때문이다.……"주 47)라고 하였습니다. 하늘에 나아가서는 마음[心]을 말하고, 사람에 나아가서는 정(情)을 말한 것은 어째서입니까. 주에서 "확연히 크게 공정함은 바로 고요하여 동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하고, "이른바 만물에 두루하고 만사에 순응한다는 것은 바로 확연하여 크게 공정함을 이른다.……"라 하였는데, 만사에 순응하는 것은 정(情)입니다. 정도 또한 고요하여 동하지 않습니까.
답변 : 하늘은 의도한 것이 없으므로 마음[心]이라 말할 수 있으며 사람은 의도한 것이 있으므로 정(情)이라 말할 수 있네. '확연하여 크게 공정한 것'은 '사물이 오면 순히 응한다'는 것에 상대하여 말한 것이네. 그러므로 주에서 '고요하여 동하지 않는다'는 말로 해석하였네. 그러나 그 실상은 미발(未發)이나 이발(已發)이나 확연하게 크게 공정하지 않음이 없네.
주석 36)천군이……따른다
송(宋)나라 범준(范浚)의 〈심잠(心箴)〉에 "군자가 마음속에 참된 뜻을 보존하고서 제대로 생각하고 제대로 공경하면, 천군이 태연해져서 백체가 그 명령을 따를 것이다.〔君子存誠 克念克敬 天君泰然 百體從令〕"라는 말이 나온다.
주석 37)뜻이……따른다
《논어》 〈이인(里仁)〉 6장의 집주에 "인을 함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하고자 하면 바로 되는 것이니, 지가 이르는 바에 기도 반드시 이른다.[蓋爲仁在己, 欲之則是, 而志之所至, 氣必至焉。]"라고 한 데 나온 말이다.
주석 38)사람이……움직인다
《예기》 〈악기〉에 "사람이 나서 고요한 것은 하늘의 성이고, 물에 감응하여 움직이는 것은 성의 욕이다.〔人生而靜 天之性也 感於物而動 性之欲也〕" 본문에서 이상, 이하라고 하였는데, 이상은 앞 구절을 가리키고 이하는 뒷 구절을 가리킨다.
주석 39)덕을……한다
주돈이의 《통서(通書)》에 보이는 말로 "덕을 천성적으로 타고나서 아무런 불편 없이 행하는 분을 성인이라 하고, 이러한 덕을 회복하여 고수하려 하는 이를 현인이라 하며, 발동해도 은미해서 볼 수가 없고 사방 공간에 두루 충만하여 그 끝을 알 수 없는 것을 신이라 한다.[性焉安焉之謂聖 復焉執焉之謂賢 發微不可見 充周不可窮之謂神]"라고 하였다.
주석 40)정은……있네
주희가 장식(張栻)에게 답한 글에서는 "마음이 보존되어 있을 때는 사려가 아직 싹트지 않았어도 지각은 어둡지 않다. 이것은 정(靜) 가운데의 동(動)으로서, 복괘를 통해서 천지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方其存也 思慮未萌而知覺不昧 是則靜中之動 復之所以見天地之心也]"라 하였다.
주석 41)감(感)과 응(應)
정명도(程明道)의 "천지 사이에는 단지 하나의 감과 응이 있을 뿐이니, 또 무슨 일이 있겠는가.〔天地之間 只有一箇感與應而已 更有甚事〕"라는 말이 《근사록(近思錄)》 권1 〈도체(道體) 34〉에 실려 있다.
주석 42)안자는……않았다
《논어》 〈옹야(雍也)〉에 보인다.
주석 43)성인은……것인가
《어류》 권30 〈논어〉에 보인다.
주석 44)순이 삼묘를 정벌하고
순(舜) 임금 때 남방의 오랑캐인 삼묘(三苗)가 동정호 일대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이를 정벌하여 삼위(三危)로 내쫓았다.
주석 45)문왕이 숭(崇)나라를 정벌하고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은(殷)나라 말엽 서백(西伯)으로 있을 때 숭후(崇侯) 호(虎)가 시기하여 주왕(紂王)에게 무고하여 유리옥(羑里獄)에 갇힌 일이 있었다. 후에 숭을 토벌하였다는 내용이 《사기(史記)》 권4 〈주본기(周本紀)〉에 보인다.
주석 46)주공이……한 것
주 무왕(周武王)이 죽고 성왕(成王)이 어렸으므로, 주공이 대리청정(代理聽政)을 하였다. 그러자 주공의 형 관숙(管叔)과 아우 채숙(蔡叔)이 '주공이 장차 어린 왕에게 불리할 것이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렸으므로, 주공이 두려워서 동도(東都)로 피해가 살았다. 그 뒤에 성왕이 주공을 맞이하여 돌아왔을 적에, 관숙과 채숙이 주왕(紂王)의 아들 무경(武庚)을 추대하고 반란을 일으켰다. 주공이 군사를 출동하여 무경과 관숙을 죽이고, 채숙은 귀양을 보내어서 난이 비로소 평정되었다.
주석 47)천지의…… 때문이다
《근사록》에서 정자가 한 말이다.
答鄭雲汝【淳龍】
感屢顧之意。每欲一造修謝。而咫尺落落。尙爾未就。念念不安。豈意賢者不較不猶。而書尺存訊。若是勤至乎。愈用感感。謹審歲暮侍旁經履。連膺茂祉。餘力溫理。一味長長。實叶願言。義林病滯旅榻。百感惱人。惟與處中。晨夕相守。不無相觀多少之益。以是爲慰耳。心爲帥。志爲帥。此非二帥。惟在所見之如何。天君泰然。百體從令。此心爲帥而氣爲卒徒也。志之所至。氣必至焉。此志爲帥氣爲卒徒也。心志非二物。而卒徒非別陣也。氣有淸濁。則所具之理。亦隨而淸濁。氣有粹駁。則所具之理。亦隨而粹駁。若就物上。指其本然之理。則氣有偏全。而理無偏全。氣有增減。而理無增減。雖煨燼枯槁之理。不害爲兩儀四象八卦之宗祖也。人生而靜以上。天道之誠也。感物而動以下。聖人之誠也。大而言之。則性者萬物之一原。豈有性外之物乎。小而言之。則萬物皆備於我。亦豈有性外之物乎。問性焉安焉之爲聖。復焉執焉之爲賢。首言聖。次言賢。終言神。賢反在聖神中何也。神不是階級確定之名。故別言之。一日有四時之象。一時有四時之象。在於一瞬一息。莫不皆然。靜非天地之心。動非天地之心。但於動之始。乃見天地之心也。且所謂見者。豈目見之見耶。感與應。只是氣之屈伸而已。其上有所以屈所以伸之理。豈只有一箇感與應而已哉。感與應固氣也。而使之感與應。非理耶。見其僕而不見其主。又不見主僕之爲一。恐未安。問顔子不遷怒註。朱子曰。聖人無怒。何待不遷云云。血氣之怒。則聖人固無。義理之怒。則聖人豈獨無耶。若倂與義理之怒而無之。則是沒氣息底死人。舜之征苗。文王之伐崇。周公之誅武庚。皆何以哉。天地之常以其心。普萬物而無心。聖人之常以其情。順萬事而無情云云。就天言心。就人言情何耶。註曰。擴然大公。是寂然不動。又曰。所謂普萬物順萬事者。卽擴然而大公之謂云云。順萬事者情也。情亦寂然不動耶。天無爲故可言心。人有爲故可言情。擴然大公。對物來順應說。故註以寂然不動釋之。然其實未發已發。無非擴然大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