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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송사적【종민】에게 답함(答宋士眞【淙珉】)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07
송사적【종민】에게 답함
한 해가 지나가니 그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어떻겠는가. 한 통의 편지를 받아보고 놀라서 편지지를 어루만지며 반복해서 읽으니, 마음에 깊이 위안이 된다네. 인하여 부모를 모시고 경전을 공부하면서 줄곧 건강이 좋다고 하니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인가. 더구나 이치를 익혀 깊숙이 나아가고 학문의 조예가 높고 넓어짐을 이 편지를 통해 추측할 수 있네. 이른바 "화순함이 안에 쌓여 있어야만 영채의 빛이 밖으로 드러난다."주 32)는 말은 이에 해당하지 않겠는가. 다만 잘 모르겠네만 근래 무슨 책을 읽고 무슨 일을 주로 하는가. 문사를 외우는 것은 우리 선비들의 계책이 아니며 명성과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 선비들의 좋은 방도가 아니니, 최고의 진전(眞詮)과 으뜸의 법문은 문을 벗어나지 않아도 존재한다네.주 33) 이것이 바로 옛사람이 자기 자신에게서 찾고 남에게서 찾지 않으며 안에서 힘쓰고 밖에 힘쓰지 않았던 것이네. 그렇지 않다면, 살갗이 없다면 터럭이 장차 어디에 붙어 있으며주 34) 터가 있지 않으면 집을 장차 어디에 지을 것인가. 생각건대, 우리 벗은 이미 이런 것에 환하게 알아 처음 시작하는 기본을 세우는 것이 물 샐 틈이 없을 것이네. 어찌 반드시 눈과 귀가 먼 나를 힘쓰게 하여 나에게서 보고 듣는 것을 찾거나 빌리려고 하는가.주 35) 더욱 부끄러울 뿐이네. 더구나 나는 어려서 학문을 하지 못하여 늙어서 세상에 알려진 것이 없는데, 서산에 지는 해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죽음을 앞두고 있으니 어찌 이 세상에 경중을 따져볼 만한 것이 있으며 어진 사우 사이에서 오르내릴 수 있겠는가. 다만 그대의 정성스런 질문함을 받았는데 잘못된 것에 대해 용서하지 말라는 그대의 말을 따르니, 혜량하여 너그러이 받아들이기를 바라네.
주석 32)화순함이……드러난다
《예기》 〈악기(樂記)〉에 보이는 말이다.
주석 33)문을……존재한다네
《대학장구》 전 9장에서 "군자는 집을 벗어나지 않고서도 나라에 교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니, 나의 효(孝)를 신하가 본받으면 임금을 잘 섬기게 되고, 제(弟)를 본받으면 장관을 잘 섬기게 되고, 자(慈)를 본받으면 대중을 잘 부리게 된다.[君子不出家而成敎於國 孝者 所以事君也 弟者 所以事長也 慈者 所以使衆也]"라고 하였다.
주석 34)살갗이……붙어 있으며
《춘추좌씨전》 희공(僖公) 14년 기사에 "가죽이 없다면 터럭이 어디에 붙을 수 있겠는가.〔皮之不存 毛將安傅〕"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는 학문의 토대를 강조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주석 35)반드시……하는가
일신재 자신을 스승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에 대해 겸사의 표현이다.
答宋士眞【淙珉】
經歲經年。我思如何。一幅德音。得之若驚。摩挲繙閱。慰沃良深。仍審侍旁經履。一直佳裕。何等願聞之至。況溫理之邃密。造詣之崇廣。卽此來書而可以槪矣。所謂和順積中。英華發外者。非此耶。但未知近來所讀何書。所業何事。文詞記誦。非吾儒活計。聲利追逐。非吾儒長算。太上眞詮。一等法門。不出戶而存焉。此古人所以求諸已而不求諸人。務於內而不務於外者也。不然。皮之不存。毛將焉附。基之不有。室將安築。想吾友已瞭然於此。而所以造端立本者。無有滲漏矣。何必使之勉强盲聾。而索視借聽乃爾耶。旋庸愧愧。況如愚者。少而失學。老而無聞。奄奄晩景。如日下山。何足爲有無於斯世。而上下於賢士友之間哉。特荷垂訊之勤。敢效不恕之言。幸俯諒而恕存之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