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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임우경에게 답함(答任宇卿)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임우경에게 답함
새 봄이 저물어 가는데 소식이 없으니 애타게 그리운 마음을 어찌 견딜 수 있겠는가. 인편에 편지 한 통이 이러한 때 전해지니 위안과 감사함을 어떻게 형용할지 모르겠네. 더구나 조부모와 부모를 모시고 학문하면서 줄곧 건강이 좋다고 함을 알았음에랴. '자신을 얽어맨다.'주 3)고 하였는데, 이는 참으로 가난을 참고 견디는 본래 모습으로 면할 수 없는 것이네. 다만 횡거(橫渠) 장재(張載)가 말한 사익(四益)과 같이 하면서 실로 더욱 공부를 더한다면 그대가 말한 '망령된 계책'이란 것이 또 어찌 올바른 계책이 아니라고 장담하겠는가. 마음이 흔들려서 사물에 이끌려 가버리는 것은 이 또한 보통 사람들이 다 같이 겪고 있는 걱정거리이네. 무릇 사물이 자신에게 닥쳐올 때 반드시 리(理)로 이겨서 사물에 마음을 빼앗겨 버리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네. 그러나 마음을 존양하고 이치를 궁구하는 공부가 없다면 이(理)가 있는 곳을 알지 못하며, 또한 비록 알더라도 그 힘이 이기지 못하니, 이는 실로 일상생활에서의 제일가는 중요한 일이네. 힘쓰고 또 힘쓰게나. 향당의 학교를 '상(庠)'이라고 하고 주의 학교를 '서(序)'라 하며 나라의 학교를 '학(學)'이라고 하며, '교(校)'는 가르친다는 의미라네. 상(庠), 서(序), 학(學)은 사람을 가르치는 것 아님이 없으니, 그러므로 연달아 거론하여 문장을 이룬 것이네. 또한 교(校)는 하(夏)나라의 학교이니, 헤아릴 때 빼서는 안 되네. 우(虞)는 순(舜)의 씨이며, 하(夏)는 우(禹)의 씨이니, 이는 상고 시대의 다른 씨족류의 의미이네. 은(殷)과 주(周)는 나라 이름이요, 씨족의 호칭이 아니네. 나의 견해가 이와 같은데, 잘 모르겠네만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러나 독서는 반드시 대의를 힘써 궁구해야 하니, 만약 한 글자의 위 아래와 한 구의 같고 다른 곳에 대의가 있지 않으면 참으로 급급할 필요가 없네. 정자가 말하기를 "대개 문장을 이루려고 하면 형세가 모름지기 이와 같아야 하니, 반드시 매 글자마다 각각 그 의미를 구할 필요는 없다."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이네. 가르치고 공부하는 여가에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마음을 존양하는 공부를 더하여 나의 힘으로 하여금 저 한가롭고 태만한 것을 이기게 하고 한가롭고 태만한 것이 나를 이기게 하지 말게나.
- 주석 3)자신을 얽어맨다
- 《근사록(近思錄)》 권10 〈정사(政事)〉 64조에 나오는 내용이다. "횡거 선생(橫渠先生)이 말하기를 '사람들이 어린 아이를 가르치는 일에도 또한 유익함을 취할 수 있으니, 자기를 옭아매어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첫 번째 유익함이요, 사람을 여러 번 가르침에 자신도 글 뜻을 분명하게 아는 것이 두 번째 유익함이요, 아이들을 대할 적에 반드시 의관을 바르게 하고 시선을 공경하게 하는 것이 세 번째 유익함이요, 항상 자신으로 인해 남의 인재를 파괴함을 근심한다면 감히 게을리 하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네 번째 유익함이다'[人敎小童, 亦可取益, 絆己不出入, 一益也, 授人數數, 己亦了此文義, 二益也, 對之, 必正衣冠, 尊瞻視, 三益也, 常以因己而壞, 人之才爲憂, 則不敢墮, 四益也.]"라고 하였다.
答任宇卿
新春向暮。音聞寂然。懷想憧憧。曷以勝堪。便頭一幅。際此來至。慰豁感沃。又不知所以爲諭。矧詢重省學履。連序佳告者乎。且示絆已之云。此固固窮本色。而有不得免者。只得如橫渠四益之云。而實加功焉。則賢所謂妄計者。又安知不爲得計也。戚戚牽引。此亦衆人通患。凡事物之來。必以理勝而不與俱往。爲可爲可。然非有存養窮索之功。則不知理之所在。雖知之。而其力又不能以勝之矣。此實日用第一事。勉之勉之。黨曰庠。州曰序。國曰學。而校者敎也。庠序學。無非所以敎人者。故連擧成文。且校是夏學。而不可以關數也。虞是舜之氏。夏是禹之氏。此是上古氏別族類之義。殷與周是國名。非氏號也。鄙見如此。未知何如。然讀書必須務窮大義。若其一字上下。一句同異。非大義所存。固不必汲汲爾也。程子曰。盖欲成文。勢須如此。不必每字。各求其義。正爲此也斅學之暇。更加端莊存養之功。使吾之力。足以勝彼之優優。而勿爲優優之所勝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