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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 임우경【태주】에게 답함(答任宇卿【泰桂】)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0 / 서(9)(書(9))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0.0001.TXT.0001
임우경【태주】에게 답함
편지를 받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답장을 써도 보낼 인편이 없었는데, 어찌 생각이나 했으리, 오늘 용희(龍熙)네 집에 오가는 인편이 있는데도 알지 못할 줄을. 뒤늦게 알아 어쩔 수 없으니 다만 탄식만 이네. 또 들으니 내일 쌍봉(雙峰)댁 인편이 있다고 하기에 이 편지를 써서 보내니, 잘 모르겠네만 옆으로 새지 않았는가.주 1) 잘 모르겠네만, 세모에 조부모와 부모를 모시고 경전 공부하면서 줄곧 건강은 좋은가. 힘에 맞게 학업을 익힐 테니 이미 날로 높은 경지에 나아갔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그런 소식 듣기를 원하는 마음이 어찌 다함이 있겠는가. 형편없는 나는 이전처럼 변함없이 비루하고 저열하며 보잘것없네. 편지에서 리(理)와 이(利)의 구분하기 어려움을 말하였는데, 이는 참으로 일반적인 사람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걱정거리이네. 성찰함이 이런 지경에 이르렀으니, '간절히 묻고 가까이 생각하는 것[切問近思]'이어서 도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네. 이는 어릿하고 아득하여 형체가 없어서 붙잡을 수 없는 이(理)와 기(氣)에 대해 담론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보내준 편지에서 '은미한 생각이 발하고 일을 행할 때 어떤 것이 리(理)이고 어떤 것이 이(利)인지 정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것이 참으로 이치를 궁구하는 방법이네. 또한 남헌(南軒) 장식(張栻)이 이른바 '바라는 것이 있으면서 하는 것은 이(利)요, 바라는 것이 없으면서 하는 것은 의(義)이다.'라고 한 것은 또한 매우 분명하게 말한 것이니, 평소에 이 말로서 성찰한다면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네. 보내준 편지에서 '공부를 하는 바탕은 계근(戒謹)과 공구(恐懼)에 있다.'고 한 것은 또한 옳네. 주자가 이른바 '존양의 공부가 정밀하면 취사의 구분이 더욱 밝아진다.'주 2)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런 뜻이네. 그러나 전적으로 존양만을 믿어서 궁구하는 공을 보태지 않는 것은 옳지 않으니 반드시 둘 다 공부를 행하여 마치 수레의 두 바퀴나 새의 양 날개 같이 한 연후에 어긋나지 않게 되네.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질없이 말로만 하는 것은 일에 보탬이 되지 않으니 반드시 몸으로 직접 겪어보아야 그 의미의 실상을 알 수 있네. 더욱 힘쓰시게나.
주석 1)옆으로 새지 않았는가
진(晉) 나라 은선(殷羨)이 예장군(豫章郡)의 태수(太守)로 있다가 임기를 마치고 떠날 즈음에 사람들이 100여 통의 편지를 주면서 경성에 전달해 줄 것을 청하였는데, 석두(石頭)까지 와서 모조리 물속에 던져 놓고는 "가라앉을 놈은 가라앉고 떠오를 놈은 떠올라라. 내가 우편 배달부 노릇을 할 수는 없다.〔沈者自沈 浮者自浮 殷洪喬不能作致書郵〕"라고 하였다. 은선의 자는 홍교(洪喬)이다.
주석 2)존양의……밝아진다
《논어》 〈이인(里仁)〉 제3장의 주에 보이는 말이다.
答任宇卿【泰桂】
承書月已。修答無階。誰謂今日龍熙家有來往便而不知耶。晩時無及。只用歎歎。且聞明日有雙峯便。故修此以去。未知不至喬沈耶。未詢歲暮重省餘經況。一衛增重。隨力溫業。想已日就佳境。區區願聞。曷有己已。義林無狀。醜差碌碌。依前而已。所喩理利之難辨。此固衆人通患。省察至此。可謂切問近思。不畔於道矣。其談理說氣。怳惚渺茫。無形響沒把捉之比哉。然來諭所謂念慮之微。事爲之際。精察其何者爲彼。何者爲此。此正是窮理之方。且張南軒所謂有所爲而爲者利也。無所爲而爲者義也者。亦說得分明。日用之間。以此省察。思過半矣。來諭又謂下功之地。在於戒謹恐懼者。亦得。朱子所謂存養之功密。則取捨之分益明者。正此意也。然不可專恃存養。而不加窮索之功。必兩下功夫。如車輪鳥翼然後。可以不差矣。如何。徒言不濟事。必身親經歷。可以知其意味之實。勉勉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