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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 정덕균【태중】에게 답함(答丁德均【泰重】)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9.0001.TXT.0052
정덕균【태중】에게 답함
여러 달을 타향의 서당에 묵으면서 생계 때문에 대단히 많은 괴로움을 겪었을 텐데,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이 있는가. 서로 오랫동안 같이 살았으니 의지가 확고하고 추향이 구차하지 않음을 충분히 아는데, 만분의 일도 도움을 주지 못하니 부끄럽네. 이별한 뒤에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소식을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한 마음을 더욱 풀 길이 없었네. 참으로 뜻밖에 한 통의 편지가 왔는데, 전달한 자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도중에 옆으로 새지 않고주 130) 아무 탈 없이 우리 집으로 전달되었다네. 봉투를 열고 읽어보고서, 삼가 부모를 모시고 기거하면서 신령이 도와 건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나는 위안이 되어 마음이 놓이는데 실로 듣고 싶었던 바이네. 나는 서당을 그만 둔 뒤에 집으로 돌아와서 본래 병을 요양할 계획이었으니, 어찌 다시 이전처럼 서당에 거하며 학도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겠는가. 세상이 이처럼 험난하니 대단히 통탄스럽네. 그러나 이 어찌 우리 같이 쇠잔한 인생이 알 바이겠는가. 삶과 죽음, 재앙과 복은 한결같이 저 하늘에 맡겨두고 다만 내가 해야 할 것을 닦아 미진한 단서가 없게 해야 하니, 이것이 옛사람이 말한 '평이한 도리를 행하면서 천명을 기다린다.'주 131)는 것이 아니겠는가. 성현이 남긴 가르침은 그대가 말한 것과 같이 충분히 힘을 쓸 만한 곳이네. 다만 하단의 '무슨 책을 먼저 읽고 무슨 일을 먼저 해야 합니까'라고 하였는데, 내 생각에는 아마도 그렇지 않은 것 같네. 우리 벗의 명철함으로 과정과 절차, 수신하는 대강 등에 대해 먼저하고 뒤에 할 것의 순서를 알지 못함은 걱정할 것이 아니며, 다만 수립한 과정을 떠맡아서 용맹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뜻이 혹 조금이라도 물러날까 하는 것이네. 이것은 본령(本領)에 해당하니, 차선책을 마련해서는 안 되네. 이 뜻을 바라건대 우범(禹範)과 함께 생각해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만 리 앞길에 기대하는 바가 적지 않은데, 평범하지 않은 업적은 반드시 평범하지 않은 사람을 기다리니 힘쓰고 또 힘쓰시게나. 아득히 멀어 서로 만나기가 요원하니, 그리운 마음에 안타까울 뿐이네.
대저 성(性)은 하나일 따름이네. 그러나 이른바 '하나[一]'라고 하는 것은 나뉨이 없다는 것을 이름이 아니네. 만약 이곳에 분명하게 본다면 이른바 개의 성, 소의 성, 사람의 성주 132)은 또한 처음부터 본연의 성이 아니네. 만약 본연의 성이 아니라면 개와 소의 성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사람들이 그 같지 않은 것을 보고 으레 기질지성으로 귀결시키니, 이것이 근대 주기지설이 일어나게 된 까닭이네. 맹자가 고자와 변론할 때, 다만 사단만 들어서 성의 본래 선함을 밝혔지만 '악(惡)' 한 글자가 기인한 바에 대해서는 귀속시키지 않았으니, 이것이 정자가 '성을 논하고 기를 논하지 않았다.'주 133)는 말을 하게 된 것이네. 주자는 이르기를 "맹자가 은미하게 그 단서를 발하였으니, 대개 같지 않은 것[不同]은 참으로 이(理)가 나뉜 것인데, 같지 않은 곳에서 또한 그 기질을 볼 수 있다."고 하였으니,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주석 130)도중에……않고
진(晉) 나라 은선(殷羨)이 예장군(豫章郡)의 태수(太守)로 있다가 임기를 마치고 떠날 즈음에 사람들이 100여 통의 편지를 주면서 경성에 전달해 줄 것을 청하였는데, 석두(石頭)까지 와서 모조리 물속에 던져 놓고는 "가라앉을 놈은 가라앉고 떠오를 놈은 떠올라라. 내가 우편 배달부 노릇을 할 수는 없다.〔沈者自沈 浮者自浮 殷洪喬不能作致書郵〕"라고 하였다.
주석 131)평이한……기다린다
앞의 〈답황정후(答黃正厚)〉에 보인다.
주석 132)개의……성
《맹자》 〈고자 상(告子上)〉에서 고자와 맹자가 성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으니 "고자는 '생을 성이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이에 맹자가 '그대가 생을 성이라고 하는 것은, 백을 백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가?'라고 물으니, 고자가 '그렇다.'라고 대답하였다. 맹자가 또 '백우의 백은 백설의 백과 같으며, 백설의 백은 백옥의 백과 같은가?'라고 물으니, 고자가 '그렇다.'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맹자가 다시 '그렇다면 개의 성이 소의 성과 같으며, 소의 성이 사람의 성과 같은가?'라고 물었다.〔告子曰 生之謂性 孟子曰 生之謂性也 猶白之謂白與 曰 然 白羽之白也 猶白雪之白 白雪之白 猶白玉之白與 曰 然 然則犬之性猶牛之性 牛之性猶人之性與〕"라 하였다.
주석 133)성을……않았다
고자와 맹자의 앞의 변론 이후 세 번째 장의 장하주에서 정자가 한 말이다. 즉 "성만 논하고 기를 논하지 않으면 갖추어지지 않고, 기만 논하고 성을 논하지 않으면 분명하지 않다.[論性不論氣, 不備; 論氣不論性, 不明.]"라고 하였다.
答丁德均【泰重】
數朔旅齋。討喫無限辛苦。而所得果何事耶。相聚之久。足以見其志意之牢確。趨向之不苟。而愧無以資其萬一之益也。別後有月。聲息莫憑。悵菀之懐。尢不知所以爲遺也。一書眞料外也。未知傳之者何人。而不沈不浮。無恙入吾廬耶。披玩以還。謹審侍省起居。神相萬祉。區區慰豁。實叶願聞。義林破齋歸巢。本爲養病計。豈復有居齋授徒如前日乎。世險如此。極可痛歎。然此豈吾輩残生所可與知者耶。死生禍福。一付彼蒼而。只修其在我者。俾無未盡之端。是非古人所謂居易俟命者耶。聖賢遺訓。是爲下手處。果如來喩。但下段何書爲先。何事爲先之云。竊恐未然。以吾友之明。其於課程節度。修省梗槩。不患不知其先後之所在。而但擔當堅立。勇徃直前之意。或不能無少遜耳。此是本領田地。不可作第二義觀。此意幸與禹範共更量之如何。萬里前程。所望非細。而非常之功。必待非常之人。勉之勉之。相奉悠遠無階。瞻望馳悵而已。
夫性一而已矣。然所謂一者。非無分之謂也。若於此處見透。則所謂犬之性牛之性人之性。亦始非本然之性也。若非本然。則犬牛之性。何處得來。人見其不同者。例歸之於氣質。此近世主氣之說所以作也。孟子與告子辨。特舉四端。以明性之本善。而於惡一字所從來。未有歸屬。此程子所以有論性不論氣之語也。朱子謂孟子微發其端云者。盖不同。固理之分也。而於不同處。亦可以見其氣質矣。深思之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