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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 박형숙【환현】에게 답함(答朴亨叔【恒鉉】)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9.0001.TXT.0051
박형숙【환현】에게 답함
편지가 5월 한여름에 왔는데 답장은 8월 한가을에 보내니, 한 번 편지를 주고받는 동안에 세월이 이처럼 빨리 흐르는가. 티끌 바다의 부평초 같은 인생이 이에 상심한다네. 삼가 생각해보니, 현재 자당(慈堂)께서는 강녕하시며 큰 형의 숙환은 차도가 있으신가. 효제를 행하면서 거처하는데 건강이 줄곧 좋은 지 멀리서 걱정하고 있으니, 항상 소식 듣기를 간절히 원하네. 나는 여름 동안 혈종(血腫)주 127)을 앓아 오랫동안 괴로워하였는데, 지금 겨우 괜찮아졌네. 대저 학문은 특별히 다른 종류의 일이 아니라 다만 평소 생활하는 가운데 부모와 어른을 섬기고 사물을 상대하면서 크건 작건 많건 적건 간에 의리를 따라서 이를 어기거나 잃지 않을 뿐이니, 어찌 일찍이 일을 다 물리쳐버리고서 문자에 몰두한 뒤에야 학문이라 이를 수 있는가. 다만 전심하여 책을 읽지 않으면 의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기에 행한 바가 간혹 사의(私意)에서 나오니, 그러므로 효제를 행한 남은 힘으로 학문을 해야 하는 것이네.주 128) 만약 이 마음을 굳게 지켜 외부의 일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다면 일에 대응함이 비록 번거로워도 남은 힘이 없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네. 옛사람이 이르기를 '학문 연구에 방해가 될 것을 걱정하지 말고 다만 뜻을 빼앗길까 걱정해야 한다.'주 129)라고 했는데, 어찌 이것을 이른 것이 아니겠는가. 부지런히 힘써야 하네.
이 리(理)가 있은 뒤에 이 사물이 있으니, 태극이 양의(兩儀)를 낳은 것이 아닌가. 마음이 아니면 성(性)을 볼 수 없으니, 마음이 성과 정(情)을 거느리는 것이 아닌가. 전자는 원두(源頭)에 대해 말한 것이고, 후자는 당체(當體)에 대해 말한 것이네.
도와 리(理)는 같은 것이고, 형(形)과 기는 같은 것이네.
무릇 사물이 가지고 있는 형(形)은 참으로 기인데, 실제로는 리(理)가 한 것이네. 그러므로 한 개의 '형(形)'자에 나아가 도(道)라고 하고 기(器)라고 하니, 상(上)과 하(下)는 다만 그 경계를 말한 것이지 실로 상하가 있는 것은 아니네.
리(理)의 묘용을 신(神)이라고 하는데, 이는 정신(精神)의 신(神)과는 같지 않네. 신(神) 안에 리(理)가 있다는 말은 누구에게서 나왔는지 알 수는 없는데, 나의 소견으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은 것 같네.
칠정(七情)은 사람의 정에 이 일곱 가지가 있는 것을 통틀어 말한 것이요, 사단(四端)은 칠정의 가운데에 나아가 다만 선(善)한 쪽만을 가리키니, 칠정이 사단에서 발해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면 어찌 잘못되지 않으랴.
예를 들어 "오성(五性)은 기(氣)로 말미암아 존재하고 만수(萬殊)는 본연이 아니니, 그렇다면 태극은 사람이 억지로 주재(主宰)라고 이름 붙인 것이 아닌가."라고 하는 것은 세유(世儒)가 상투적으로 하는 말버릇이네.
주석 127)혈종(血腫)
장기나 조직 속에 출혈하여 한 곳에 혈액이 괸 상태.
주석 128)효제를……것이네
《논어》 〈학이(學而)〉에서 "제자는 들어가서는 효하고 나와서는 공손하며, 행실을 삼가고 말을 성실하게 하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이를 친히 해야 하니, 이것을 행하고 나서도 여력이 있을 경우에는 학문을 하라.[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 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라고 하였는데, 그 집주에서 "여력은 가일이란 말과 같다.[餘力, 猶言暇日.]"라고 하였다.
주석 129)학문‥‥걱정해야 한다
정이천(程伊川)이 "과거 공부를 한다고 해서 학문 연구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걱정할 것까지는 없다고 하더라도, 오직 자신의 마음을 뺏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科擧之事 不患妨功 惟患奪志]"라고 하였다. 《性理大全 卷55)》
答朴亨叔【恒鉉】
書出於仲夏。書復於仲秋。一徃復之間。光陰若是其飜耶。塵海浮生。無非所以傷心處。謹惟玆辰庭闈康寧。伯氏宿愼。進退何居。孝弟之餘。起居凡百。一直勝裕。遠外懸懸。每切願聞。義林夏間患血腫。爲苦者久矣。今纔見可耳。夫學問非別様物事。只是日用之間。事親事長應事接物。大小多少。遵循義理。勿違勿失而已。何嘗以掃却事物而汨沒文字然後。可以謂學哉。但專然不讀。則無以知義理之所在。而所行或出於私意。故不可不以餘力及之。若能堅固此心。不與外面事倶徃。則應事雖繁。而不患無餘力矣。古人所謂不患妨功。惟患奪志者。豈非謂此耶。勉勉焉。
有是理而後有是物。則非太極生兩儀乎。非心無以見性。則非心統性情乎。一則源頭說。一則當體說。
道與理一事。形與氣一事。
凡物之有是形。固氣也。而實理之所爲。故就一形字。言道言器。上下特言其界至。非實有上下。
理之妙用謂之神。其與精神之神差別也。神内有理之說。不知其出於誰氏。而以愚所見。恐欠妥當。
七情。統言人之情有是七者。四端。就七情之中而特言其善一邊。以七情爲四端中發出者。豈不誤哉。
若曰五性因氣有。萬殊非本然。則太極其非人之強名底主宰乎。此世儒口氣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