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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 심경회【상복】에게 답함(答沈景晦【相福】)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9.0001.TXT.0050
심경회【상복】에게 답함
이별한 뒤 한 통의 편지를 받았는데 대단히 깊은 정에서 나왔으니, 헤아릴 수 없는 고마움을 어찌 말로 다하겠는가. 만약 이번에 왔다면 그대의 청범(淸範)주 126)을 보고서 마음속에 쌓였던 이야기를 펼쳐 내리라 생각했는데, 끝내 기대하던 바를 저버리니 더욱 매우 울적해졌네. 잘 모르겠네만 서늘한 가을에 부모를 모시면서 경전 공부하는데 절서에 따라 건강한지 매우 걱정하네. 나는 얼마 전에 여러 어른을 모시고 고요한 절간에서 노닐었는데, 나의 분수로 헤아려보면 매우 다행한 일이네. 다만 그대 집에 찾아가서 한 자리에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매우 한스럽네. 지난번 편지에서 말한 것들에 대해 조목에 따라 대답해주고 싶었는데, 객지에 책이 없어서 참고할 수 없었네. 이에 다만 그 대략만 대충 이해하고 있었네. 대저 미발(未發)의 경계는 말로 표현하기 지극히 어려우니, 움켜잡는다고 안정시킬 수 없는 것이 아니며 찾는다고 보이는 것이 아니네. 움켜잡으려고 하면 더욱 안정시키지 못하며 찾으려고 하면 더욱 보이지 않네. 다만 마음을 엄숙하고 공경하게 지녀 함양하려는 생각과 이치를 연구하여 자신을 다스리는 공을 지녀 오래오래 쉬지 않는다면 절로 이르게 될 것이네. 이 때문에 성인이 사람을 가르칠 때 근거를 두어 지킬 수 있는 곳인 형적(形迹)으로부터 붙들어 세우게 한 것을 볼 수 있네. 고루하여 들은 것이 부족한 내가 감히 그대 질문에 대답할 수 없지만 멀리 있는 벗이 물어보니 답을 하지 않을 수 없네. 이에 대략 대답하면서 그 뜻을 전하니 바라건대 너그러이 이해해주는 것이 어떻겠는가.
주석 126)청범(淸範)
상대의 용모와 행동을 높여서 일컫는 말이다.
答沈景晦【相福】
別後一書。儘出情眷。感感沒量。如何可喩。今此之來。意謂得承清範。以展積藴。竟孤所望。旋切悵鬱。未審秋涼侍餘經履。對時衛重。懸溯冞至。義林日間隌從諸長。無於蕭寺閒寂之地。揆以私分。爲幸大矣。但不能前進仙庄。與有一席之穩。是爲悢悢。向書云云。竊欲逐節奉答。而容地無書。不能檢考。而但其大略。則略可領會耳。夫未發境界。極難言。非把捉可定。非尋覓可見。愈把捉愈不定。愈尋覓愈不見。只有莊敬涵養之意。硏究克治之功。久久不息。則自有所到矣。是以聖人敎人。無不自有形迹可遽守處。扶竪出來。此可見矣。固陋無聞。有所不敢。而遠朋惠問。不容無答。玆以略致意焉。幸俯恕。如何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