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 위과경【석량】에게 답함(答魏果卿【碩良】)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9.0001.TXT.0044
위과경【석량】에게 답함
가을 하늘이 바야흐로 높아가니 그대를 그리는 마음이 참으로 간절하네. 뜻밖에 존부장께서 왕림해 주고 겸하여 그대의 편지를 받으니 너무나도 고맙네. 더구나 조부모와 부모를 모시면서 건강하며 학문도 매우 발전한다고 하니, 멀리서 그리는 마음에 매우 흡족하네. 나는 노쇠함과 병이 서로 도모하여 날로 퇴락하고 있으니, 매번 사우(士友)에게 보낼 편지를 쓸 때면 자랑할 것이 없어서 부끄럽네. 편지 끝에 몇 조목의 의문에 대해 물었는데, 이에서 옛날 배운 것을 다시 익혀 부지런히 멈추지 않고 연구하는 뜻을 볼 수 있으니, 이후로 깨닫지 못함을 어찌 걱정하겠는가. 부지런히 노력하게나. "군자는 덕을 생각한다."라는 말은 덕을 숭상하고 덕을 좋아함을 이르니, 그 마음에 보존하고 있는 것이 원래부터 있던 선주 115)이기 때문에 머릿속에 생각하고서 숭상한 것이 바로 덕이네. 만일 마음에 지닌 바가 아니라면 어찌 생각하겠는가. 이에 나는 말하노니, "나는 이에서 사람과 천지가 일체라는 뜻을 볼 수 있다."라고 하네. 《중용》에서 "만물을 발육시켜 그 높은 도의 경지가 하늘에까지 닿았도다."주 116)라는 것을 성인의 도라고 하였으며, "하늘이 하는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네.주 117)"라는 것을 지극한 덕의 드러나지 않는 오묘함이라고 하였는데, 이 말에서 사람과 천지가 일체라는 것을 알 수 있네. '머문다[住]'는 말과 '의지한다[倚]'는 같은 뜻이지만, 그러나 불가, 도가가 으뜸으로 삼는 것은 공적(空寂)이기 때문에 '머문다[住]'고 하고, 우리 유가가 주장하는 것은 중용이기 때문에 '의지한다[倚]'고 말하네.주 118) 정으로 해산물을 보내니, 고맙기 그지없네. 다만 그대 어른에게도 이바지할 음식도 분명히 많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멀리 있는 벗에게까지 보내는가. 마음이 매우 편치 않네.
주석 115)군자는……있던 선
《논어》 〈이인(里人)〉에서 공자는 "군자는 덕을 생각하고, 소인은 땅을 생각한다.〔君子懷德 小人懷土〕"라 하였는데, 주에서 주자는 "덕을 생각하는 것은 원래 있던 선을 보존함을 이른다.〔懷德 謂存其固有之善〕"라 하였다.
주석 116)만물을……닿았도다
《중용(中庸)》 제27장에서 "위대하다, 성인의 도여. 물이 넘쳐흐르듯 끝없이 만물을 발육시켜 그 높은 도의 경지가 하늘에까지 닿았도다.〔大哉 聖人之道 洋洋乎發育萬物 峻極于天〕"이라 하였다.
주석 117)하늘이……없네
《중용》 제33장에 보인다. 원래 《시경》 〈대아·문왕〉에 보이는 구절인데, 《중용》에서 인용하여 지극한 덕의 보이지 않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주석 118)중용이기……말하네
《중용장구》 제11장에서 "군자는 중용을 따라 세상에 은둔하여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후회하지 않으니, 오직 성인만이 가능하다.〔君子依乎中庸 遯世不見知而不悔 唯聖者能之〕"라고 하였다.
答魏果卿【碩良】
秋色方高。懐人政勤。謂外尊院府委枉。兼承惠翰。慰感萬萬。矧審重省康寧。學履佳迪。尢叶遠情。義林衰與病謀。日就頽落。每作士友書。愧無以相聞也。紙末数條。可見溫理硏究。舋舋不已之意。率是以徃。何患無得。勉之勉之。懷德如尙德好德之謂。以其所存固有之善。故所思念而慕尙者德也。如非所存。何思念之爲。吾道之吾可見人與天地一體之意。中庸以發育萬物。峻極于天。爲聖人之道。以上天之載。無聲無臭。爲至德不顯之妙。此可見矣。住與倚。自是一義。然佛老所宗者。是空寂故言住。吾儒所主者。是中庸故言倚。海物出於情眖。感戢亡已。但篤老下供具之節。想必浩多。而何以遠及於朋友耶。旋切不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