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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 김광숙【형기】에게 답함(答金光淑【炯基】)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9.0001.TXT.0042
김광숙【형기】에게 답함
뜻밖에 편지를 받아 봉투를 열어 살펴보고서, 슬픈 생각과 회한의 말이 편폭에 가득 흘러넘쳐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줄줄 흐르게 만드네. 오호라! 조상의 뜻을 만분의 일이라도 계승하는 것은 글을 배우고 자신을 신칙하는 한 가지 일이 아닌가. 예서(禮書)를 읽는 여가에 이에 열심히 한다면 해야 할 일을 잘못했다고 이를 수 없을 것이네. 천박하고 비루한 나는 상유(桑楡)주 110)의 석양을 날리며 뉘엿뉘엿 산에서 떨어지는 해와 같은데, 노쇠하고 병든 모습은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우니 세상에 알려지지 못하고 죽은 귀신이 될 것이 분명하네. 불가의 시에 "이 몸 만약 이번 생애에 제도(濟度)하지 못한다면, 다시 장차 언제나 이 몸을 제도할까."라고 하였는데, 매번 이 시구를 외울 때면 끝없이 일어나는 회한을 견딜 수가 없네. 그렇다면 상중에 있는 그대의 엎어진 수레의 경계가 나에게 있지 않은가. 듣건대 '서당을 깨끗이 쓸고 휘장을 내려주 111) 틈틈이 어린 학동을 가르친다.'고 하니, 마음에 깊이 위안이 되네. 나는 그대가 상중주 112)에 있으면서 이따금 집안의 어려운 일을 겪는다고 들으니, 찾아가서 위로하고 싶지만 끝내 그러지 못하니 매우 부끄럽네.
주석 110)상유(桑楡)
해가 질 때 햇빛이 뽕나무와 느릅나무의 꼭대기에 비치므로, 인생의 말년을 뜻한다. 《태평어람(太平御覽)》 권3에 "해가 서산으로 떨어질 때 햇빛이 나무의 꼭대기에 비치는 것을 상유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주석 111)휘장을 내려
한(漢)나라의 유학자 동중서(董仲舒)는 경제(景帝) 때에 박사가 되어 제자들을 가르쳤는데, 학문에 열중하여 "휘장을 내리고 강송하며 3년간을 뜰을 엿보지 않았다.〔下帷講誦, 三年不窺園.〕" 하였다. 《漢書 卷56 董仲舒傳》
주석 112)상중
'우고(憂苦)'는 아버지가 살아 있는데 어머니가 죽었을 경우에 쓰는 말이다. 《沙溪全書 卷32 喪禮備要》
答金光淑【炯基】
料外惠疏。披玩以還。其悲霣之意。悔恨之語。滚滚盈幅。令人不覺釀涕涔涔。嗚呼。所以繼述其萬一之志者。非學問飭躬一件事乎。讀禮之暇。汲汲於此。不可謂非其任也。如淺陋者。桑榆殘景。苒苒如下山之日。而衰相病情。有難支吾。其爲無聞之鬼也。決矣釋氏詩曰。此身若不今生道。更將何時道此身。每誦及此語。而竊不自勝悠悠無窮之恨也。然則哀侍今日之車鑑。其不在於此乎。聞掃塾下帷。間課蒙率云。爲之慰仰不已。義林聞左右在憂苦中。而遭種種家故。思欲進慰未遂。愧負多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