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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 이태경【정원】에게 답함(答李泰卿【正遠】)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9.0001.TXT.0036
이태경【정원】에게 답함
앞뒤로 두 통의 편지가 한꺼번에 도착하였는데, 연달아 봉투를 열고 읽어보니 마주앉아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네. 인하여 조부모와 부모를 모시면서 건강하여 몸에 병이 없으며 또한 더욱 좋아진다고 하니, 대단히 위로가 되네. 동서로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가르치는 것은 참으로 곤궁함을 견디는 본래 모습이니, 자신을 옭아매어 출입하지 않는 것이 비록 목전의 어떤 일에는 괴로워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러나 또한 네 가지 이익주 99) 가운데 한 가지가 아니겠는가. 더구나 농사를 대신하여 음식을 마련하는 방법은 이것을 놔두고서 다시 어찌 다른 방법이 있겠는가. 현재 처한 상황에서 보면 내가 마땅히 해야 할 바라네. 영남 사람 아무개 등이 의리의 옳고 그름을 알지 못하고서 거취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의논하면서 애매모호한 것을 지적하고 황당무계함을 널리 퍼트려서 모함주 100)하는 계책으로 삼으려 하니, 이는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사로움에서 나온 것이 아님이 없네. 애초에는 그들과 더불어 변론하지 않고 도외시하려고 하였는데, 곧 부모와 스승이 모욕을 받으니 한 마디 변론이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하였네. 그러므로 그들에 대해 영남에 소리 높여 책망하였으며 사방에 무고를 변론하였네. 이로부터 다시 말없이 고요하게 있으면서 저들의 행동이 어떤가를 살펴보려고 하였네. 그러나 이는 또한 사문(斯文), 세도와 중대한 관계가 있는 곳이니, 저 공백료(公伯寮)와 장창(臧倉)주 101) 같은 저들이 그에 대해 어찌할 수 있겠는가. 보내준 편지에서 자세히 길게 말한 것은 안에 쌓인 의기가 분출한 것으로 읽으매 나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뜨거운 피가 올라오네. 다만 바라건대 드러내지 않고 함양하며 남몰래 수신하는 공부를 더욱 실천하여 깊은 땅속 일양(一陽)으로 하여금 발전하여 하늘에 밝게 빛나게 한다면,주 102) 저 하찮은 무지개주 103)가 그 빛에 사라지지 않겠는가. 더욱 더 노력하게나.
주석 99)네 가지 이익
《근사록(近思錄)》 권10 〈정사(政事)〉 64조에 나오는 내용이다. "횡거 선생(橫渠先生)이 말하기를 '사람들이 어린 아이를 가르치는 일에도 또한 유익함을 취할 수 있으니, 자기를 옭아매어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첫 번째 유익함이요, 사람을 여러 번 가르침에 자신도 글 뜻을 분명하게 아는 것이 두 번째 유익함이요, 아이들을 대할 적에 반드시 의관을 바르게 하고 시선을 공경하게 하는 것이 세 번째 유익함이요, 항상 자신으로 인해 남의 인재를 파괴함을 근심한다면 감히 게을리 하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네 번째 유익함이다'[人敎小童, 亦可取益, 絆己不出入, 一益也, 授人數數, 己亦了此文義, 二益也, 對之, 必正衣冠, 尊瞻視, 三益也, 常以因己而壞, 人之才爲憂, 則不敢墮, 四益也.]"라고 하였다.
주석 100)모함
'처비금패(萋斐貝錦)'는 《시경》 〈항백장(巷伯章)〉에 보이는 말로 "반짝반짝 작은 무늬 자개 비단 이뤘도다.〔萋兮斐兮 成是貝錦〕"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소인들이 처음부터 작은 일을 큰 일로 만들어 군자를 모함한다는 뜻이다.
주석 101)공백료(公伯寮)와 장창(臧倉)
공백료는 《논어(論語)》 〈헌문(憲問)〉에 보인다. 즉 "공백요가 계손씨에게 자로를 참소하였는데, 자복 경백이 이 일을 공자에게 고하고 말하기를 '계손씨가 틀림없이 공백료의 참소에 마음이 현혹되었습니다마는, 내 힘은 오히려 공백료를 처형하여 주검을 시장에 버리게 할 수 있습니다.' 하니, 공자가 말하기를 '도가 장차 행하여지는 것도 운명이고, 도가 장차 폐기되는 것도 운명인데, 공백료가 운명을 어찌하겠는가?' 하였다.〔公伯寮愬子路於季孫 子服景伯以告曰 夫子固有惑志於公伯寮 吾力猶能肆諸市朝 子曰 道之將行也與 命也 道之將廢也與 命也 公伯寮其如命何〕"라 하였다. 장창은 《맹자》 〈양혜왕하〉에 보인다. 전국 시대 노 평공(魯平公)이 맹자(孟子)를 만나려고 했을 때, 폐인(嬖人) 장창이 맹자가 예(禮)를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평공으로 하여금 맹자를 만나지 못하게 하였다. 맹자의 제자인 악정자(樂正子)가 그 사실을 맹자에게 고하자, 맹자가 이르기를 "가는 것도 누가 시켜서 갈 수 있고, 못 가는 것도 누가 막아서 못 갈 수 있지만, 가고 못 가는 것은 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노후를 만나지 못한 것은 하늘의 뜻이거니, 장씨의 자식이 어떻게 나로 하여금 만나지 못하게 하겠는가.〔行或使之, 止或尼之, 行止非人所能也. 吾之不遇魯侯天也, 臧氏之子焉能使予不遇哉?〕"라고 하였다.
주석 102)깊은……한다면
주자는 〈감흥(感興)〉에서 "추운 위엄이 온 세상을 덮었어도 양맥(陽脉)은 궁천(窮泉)에서 밝아온다.[寒威九野閉 陽德昭窮泉]"라 하였다. 복괘(復卦)에서 일양(一陽)이 오음(五陰)밑에 있으면서 양(陽)이 커져 가는 모양을 지니니, 즉 난세가 치세로 변해가는 모습을 형상한다.
주석 103)무지개
원문의 '접동(蝶蝀)'에서 접은 체(螮)의 오자이다. 체동(螮蝀)은 무지개의 이칭이다. 무지개는 천지의 음기(淫氣)가 뭉쳐서 된 것이므로 음흉하고 간사한 사람을 가리킨다. 《시경》 〈체동(蝃蝀)〉에 "무지개가 동쪽에 있으니, 감히 이를 가리킬 수 없네.〔蝃蝀在東, 莫之敢指.〕"라고 하였다.
答李泰卿【正遠】
前後兩書。一時倂至。續續披玩。可敵對穩。仍審重省康寧。體上莫痾。亦且向和。慰仰萬萬。東西往敎。此固固窮本色。絆已不出入。雖於目前甚事。苦爲可憾。然亦非四益之一端耶。況代耕供旨之方。舍此更安有別筭耶。素其位。而爲吾所當爲而已。嶺人某某軰。不知義理可否。議論去就之爲何如。而指摘其疑似。傳衍莫謬妄。以爲萋斐貝錦之計者。無非出於猜嫌之私。初不欲與之辨焉。而置之度外。旋念父師受誣。不可無一言之辨。故己有所聲責。嶺中又有所辨誣於四方。自此更欲守靜無言。以觀彼輩擧措之如何耳。然此亦斯文世道一大關數處。彼伯寮臧倉。焉能爲甭也。示中縷縷。無非自義氣蓄積中出來。讀之不覺腔血盪激。惟願益加晦餋濳修之工。使窮泉一脈。進而爲中天之明。則彼么麽蝶蝀。不其見晛乎。勉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