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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 정사준에게 답함(答鄭士遵)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9.0001.TXT.0034
정사준에게 답함
한 폭의 소중한 편지는 참으로 뜻밖이었네. 공청(空靑)과 수벽(水碧)주 94)이라도 어찌 그 귀함을 비유하겠는가. 편지를 펼쳐서 읊조리니, 괴롭고 답답한 마음이 활짝 열려 눈 녹듯 사라지니, 마치 한문주 95)에 날아올라 맑은 바람을 맞는 듯하네. 인하여 부모를 모시면서 건강이 매우 좋다고 하니 더욱 머리를 조아려 축원하는 마음에 흡족하네. 편지 내용 가운데 '경전의 스승이 사람 스승만 못하다.'고 말하였는데, 이는 참으로 그렇다네. 그러나 옛 사람이 이르지 않았는가. "제자가 물은 곳을 가지고 지금 자신의 질문으로 삼아보며, 성인이 답한 곳을 가지고 지금 귀로 들은 것으로 삼는다.……"주 96)라고 하였으니, 참으로 이와 같다면 어찌 경전 스승이 사람 스승만 못하겠는가. 더구나 정신과 마음으로 깨우치는 것은 직접 말로 고하여 가르치는 것보다 낫지 않음이 없으니,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석 94)공청과 수벽
한약의 약재이다.
주석 95)한문(寒門)
초사(楚辭) 〈원유(遠遊)〉에, "한문의 경계를 넘어 더 멀리 달린다.〔逴絶垠乎寒門〕"라는 구절이 있는데, 왕일(王逸)의 주(註)에, "한문은 북극의 문이다."라고 하였다. 주자가, 공중지(鞏仲至)가 시를 보내 준 데 답한 편지에, "이 더운 여름에 시원하기가 한문(寒門)에 날아올라 맑은 바람에 씻은 듯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에서 인용한 말이다.
주석 96)제자가……삼는다
《근사록(近思錄)》 권3 〈치지류(致知類)〉에 "《논어》를 읽는 자가 다만 제자들이 질문한 것을 자신이 질문한 것으로 여기고, 성인이 대답한 것을 바로 오늘 귀로 듣는 것으로 여긴다면 자연히 터득함이 있을 것이니, 만약 《논어》와 《맹자》 가운데에서 깊이 구하고 완미하여 함양해 간다면 비상한 기질을 이루게 될 것이다.[讀論語者 但將弟子問處 便作己問 將聖人答處 便作今日耳聞 自然有得 若能於論孟中 深求玩味 將來涵養 成甚生氣質]"라는 정이(程頤)의 말이 실려 있다.
答鄭士遵
一幅珍函。眞望外也。空靑水碧。何足以喩其貴也。披玩諷詠。足令苦鬱之懷。豁然消釋。如羾寒門而灈淸風也。仍審侍省節宣。凡百安宜。尢愜頂祝。示中經師不如人師之說。是固然矣。然古人不云乎。將弟子問處。便作今日已問。將聖人答處。便作今日耳聞云云。苟能如此。則經師何嘗不如人師乎。况神會心得。未必不勝於口誥而命之爲也。如何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