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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 안양립에게 답함(答安良立)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9.0001.TXT.0031
안양립에게 답함
편지를 받아보고 인하여 부모를 모시면서 건강하다고 하니 마음에 많은 위안이 되네. 서당을 열어 벗을 맞아들여서 날마다 금옥 같이 뛰어난 형제들과 책상을 마주하고 나란히 학업을 하다니, 이 세상에 과연 이러한 일이 있는가. 선대인이 세상에 살아 계실 때 세 부자가 함께 책을 읽었으므로 사람들이 복이 많은 집안이라 칭송하였는데, 오늘 또다시 세 형제가 이처럼 책을 읽으니 전날의 복이 많은 집안이 오늘의 복이 많은 집안이 되지 않겠는가. 힘쓰고 또 힘써야 하네. 보내준 편지를 보면 약간 우울하고 답답하며 싫증을 내서 포기하는 뜻이 보이며 두루 무젖어서 통쾌한 맛이 없으니, 이는 초학자에게 있어서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모름지기 괴로움을 참아가며 오랫동안 공부를 쌓는다면 저절로 마땅히 통쾌하게 되리니, 《주역》에서 말한 "거듭된 어려움 속에서도 신실함이 있어서 마음이 형통하다."주 80)라는 것이 이에 해당하네. 통쾌하지 못하다고 해서 싫증을 내서 포기하는 마음을 지녀서는 안 되며, 또한 통쾌한 효과를 빨리 기대하다가 싹을 뽑아 조장(助長)하는 폐단주 81)을 야기해서는 안 되네. 어떻게 생각하는가. 허령(虛靈)과 지각(知覺)은 다만 같은 사물인데, 그 체용을 말하면 허령이 체가 되고 지각이 용이 되네. 그러나 또한 체용이 나뉜다고 해서 허령과 지각을 두 사물로 보아서는 안 되네. 비유하자면 불의 밝음은 체요, 빛[光輝]은 용이네. 그러나 밝음과 빛이 어찌 서로 다른 사물이겠는가. "이전 성인의 책을 전부 하나하나 뽑아본다."주 82)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이겠는가. 그런데 자사(子思)를 주어로 본다면 말도 되지 않네. 희노애락(喜怒哀樂)은 정(情)을 통틀어 말한 것이요, 측은수오(惻隱羞惡)는 정의 한 부분만을 말한 것이네. 그러므로 자사는 "희노의 정이 숨겨진 것보다 더 드러남이 없으며 은미한 것보다 더 나타남이 없다."주 83)고 하여, 은미한 것과 드러난 것을 대응시켰네. 그 의미는 대략 가리키는 바가 있으니 마땅히 더욱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주석 80)거듭된……형통하다
《주역》 〈감괘〉 괘사(卦辭)의 "습감은 신실함이 있어서 마음만은 형통하니, 계속 나아가면 가상(嘉尙)함이 있으리라.〔習坎 有孚 維心亨 行有尙〕"라는 말에서 발췌한 것이다.
주석 81)싹을……폐단
억지로 빨리 이루려다가 오히려 해를 자초하는 것을 말한다. 《맹자(孟子)》 공손추상(公孫丑上)에, 어떤 송나라 사람이 밭의 싹을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 위로 뽑아 올렸다는 '알묘조장(揠苗助長)'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주석 82)이전……뽑아본다
《중용》 〈서문〉에서 "옛 성인(聖人)들의 책을 하나하나 뽑아 보건대, 강유(綱維)를 끌어 잡으며 깊은 내용을 열어 보여 주심이 《중용》처럼 분명하고 다한 것은 있지 않다.〔歷選前聖之書 所以提挈網維 開示蘊奧 未有若是之明且盡者也〕"라고 하였다.
주석 83)희노의……없다
《중용》 〈수장〉에 보이는 말이다.
答安良立
得書。因審侍事貞謐。慰仰實多。開塾延朋。日與金昆玉季。對床連業。此世果有此事否。先大人在時。三父子讀書。人稱福家。今日又三昆季讀書如此。前日之福家。未始非今日之福家也。勉之勉之。示中有少間有鬱塞厭棄之意。無浹洽爽快之味。此在初學。安得不然。須耐辛耐苦。積累久久。自當有爽快處。易所謂習坎心亨是也。不可以不爽快而生厭棄之心。又不可徑萛爽快而生揠苗之蔽也。如何如何。虛靈知覺。只是一物。而言其體用。則虛靈爲體。知覺爲用。然亦不可以體用而認虛靈知覺爲二物也。比如火之明體也。其先輝用也。然明與光輝。豈二物哉。歷選是何義。而乃以子思看耶。不成說矣。喜怒哀樂。是統言之情。惻隱羞惡。是偏言之情。故子思言喜怒之情。莫見乎隱。莫見乎微。隱與見對。微與顯對。其意略有攸。當更詳之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