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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 박자언【준동】에게 답함(答朴子彦【俊東】)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9.0001.TXT.0029
박자언【준동】에게 답함
이전에 돌아가는 인편이 있어서 바쁘게 답장을 써서 보냈는데, 뒤미처 생각해보니 마음이 편치 않네. 이후로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객지에 머물면서 경서 공부하는 건강은 어떠한지 물어보지 못하였으니, 그리워하는 마음 그치지 않네. 나는 노쇠한 몸이 더욱 노쇠해지고 병든 몸에 또 다른 병이 생겨 정신과 기력이 텅 비듯 모두 빠져나가 남아 있는 것은 다만 허깨비 같은 껍질뿐이니, 무슨 말로 비유할 수 있겠는가. 문목 한 통에서 책을 읽고 이치를 연마함에 착실하여 멈추지 않는 것을 짐작할 수 있으니 대단히 가상하네. 삼가 나의 어리석은 말로 조목에 따라 답변할 것이니, 그 오류가 분명히 많을 것이네. 바라건대 더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근래 우리 벗의 편지를 얻어 보니 문사(文辭)가 더욱 발전한 것을 알게 되었네. 이는 반드시 실제 공부가 계속 발전하여 문사에 드러난 것이 이와 같은 것이니, 어찌 찬탄하지 않겠는가. 더욱 더 채찍질하기를 깊이 바라네.

질문 : 《맹자》 〈노오노장(老吾老章)〉에서 "은혜를 미루어 나가면 사해(四海)를 보호할 수 있다"주 77)라 하였고 〈불인심장(不忍心章)〉에서 "참으로 능히 확충하면 사해를 보호할 수 있다."주 78)라 하였습니다. '미뤄 나간다[推]'와 '확충한다[充]'는 말은 서로 분별이 없는데, 구분하여 말한다면 혹 같지 않은 점이 있습니까.
답변 : '미뤄 나간다[推]'는 것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곳으로 간다는 의미이며, '확충한다[充]'는 것은 조금씩 쌓아서 큰 것을 이룬다는 의미이니, 그 실상은 같다네.
질문 : 《맹자》 〈경공열장(景公說章)〉에서 "임금과 신하가 서로 즐거워하는 음악을 만들라고 하니, 치소(徵招)와 각소(角招)가 바로 이것이다."주 79)라고 하였습니다. 다만 치소와 각소만 말하고 궁소와 상소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어찌하여 임금과 신하가 서로 즐거워하는 음악이 됩니까.
답변 : 임금이 한번 유람하고 한번 즐기는 것과 창고를 열어서 백성들의 부족함을 보충해주는 것이 모두 백성을 위한 일이 아닌가.
주석 77)은혜를……있다
《맹자》 〈양혜왕 상(梁惠王上)〉에서 "우리 어른을 어른으로 섬겨서 남의 어른에게 미치며, 우리 어린이를 어린이로 사랑해서 남의 어린이에게 미친다면 천하를 손바닥에 놓고 움직일 수 있다. 《시경》에 '처에게 모범이 되어서 형제에 이르고 집과 나라를 다스린다.' 하였으니, 이 마음을 들어서 저기에 놓을 뿐임을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은혜를 미루면 족히 사해를 보호할 수 있고 은혜를 미루지 못하면 처자식도 보호할 수 없는 것이다. 옛사람이 일반인보다 크게 뛰어난 까닭은 다른 것이 없으니, 그 하는 바를 잘 미루었을 뿐이다.[老吾老以及人之老 幼吾幼以及人之幼 天下可運於掌 詩云刑于寡妻至于兄弟以御于家邦 言擧斯心 加諸彼而已 故推恩 足以保四海 不推恩無以保妻子 古之人所以大過人者 無他焉 善推其所爲而已矣]" 하였다.
주석 78)참으로……있다
《맹자》 〈공손추상(公孫丑上)〉에 "무릇 나에게 있는 사단을 모두 넓혀서 채울 줄을 알면, 마치 불이 타오르기 시작하는 것과 같고 샘물이 터져 나오는 것과 같다. 만일 사단을 채운다면 사해를 보호할 수 있고 채우지 못한다면 부모도 섬길 수 없을 것이다.〔凡有四端於我者, 知皆擴而充之矣, 若火之始然, 泉之始達. 苟能充之, 足以保四海, 苟不充之, 不足以事父母.〕"라고 하였다.
주석 79)임금과……이것이다
《맹자》 〈양혜왕하(梁惠王下)〉에서 "경공이 기뻐하며 나라 안에 크게 경계령을 내리고 교외로 나가 머물면서, 이에 비로소 창고를 열어 백성들의 부족한 것을 보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악관인 태사(太師)를 불러 '나를 위하여 군신(君臣)이 서로 즐기는 음악을 지어 보라.' 하였는데, 지금의 치소(徵招)와 각소(角招)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 가사에 '임금 욕심 저지한 게 그 무슨 잘못이랴.' 하였으니, 임금의 욕심을 저지한 것은 임금을 사랑한 것입니다.〔景公說, 大戒於國, 出舍於郊, 於是始興發, 補不足, 召大師曰爲我作君臣相說之樂, 蓋徵招角招是也. 其詩曰畜君何尤. 畜君者, 好君也.〕"라 하였다.
答朴子彦【俊東】
前者回便。忙關修答。追念未安。繼而有日。未詢旅居經履更何如。瞻溯無已。義林衰上添衰。病上添病。精神氣力。枵然澌脫。而所餘者一箇虛殼而已。夫何可喩之有。問目一紙。可見讀書硏理慥慥不已之意。可䙡可䙡。謹以瞽說。逐條供答。其紕繆必多矣。幸加詳焉如何。近來得吾友書。見其文辭益進。必其實地功夫。長長而見於文辭者如此。曷不贊歎。惟益加鞭策。是望是望。
老吾老章。推恩。足以保四海。不忍心章。苟能充之.足以保四海。推與充相似無分辨。而分而言之。或有不同然耶。
推是自近及遠之意。充是積小成大之意。其實一也。
景公說章。君臣相說之樂。徵招角招是也。但言徵角而不及宮商。何以爲君臣相說之樂耶。
一遊一豫。與興發補不足。皆非爲民爲事者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