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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 김사길【운형】에게 답함(答金士吉【潤亨】)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김사길【운형】에게 답함
편지를 받은 뒤 여러 날이 지났는데, 잘 모르겠네만 부모를 모시고 공부하는 가운데 근황은 어떠한가? 사길은 자질이 조심스럽고 정성스러우며 재능이 밝게 뜨여 오당(吾黨)의 젊은이 가운데 두려운 사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네. 지난 번 신안사(新安社)에서 계남(溪南)과 애산(艾山)주 30) 등 여러 어른과 이런 자네에 대해 말이 미쳤는데, 다만 두 아이주 31)가 장난을 쳐서 비록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저들이 비록 기운을 빼앗더라도 봄날의 꽃샘추위나 가을날의 늦더위처럼 오래 가지 않을 것이네. 다만 바라건대 더욱 더 마음을 굳게 하고 생각을 정하여 양명정대(陽明正大)한 기운으로 하여금 나날이 채워 자라게 한다면, 저 하찮은 여증(餘證)은 다만 눈이 햇빛에 녹는 것처럼 사라질 것일세. 나를 따르며 친밀하게 지내는 한 무리의 젊은이 가운데 우리 그대 같은 이에 대해 나는 부탁하는 마음이 없을 수 없으니, 어찌하면 좋겠는가. 성(性)이란 만물의 한 가지 근원이니, 어찌 일찍이 '가깝다' '가깝지 않다'고 말할 것이 있겠는가. "서로 가깝다."주 32)고 한 것은 이는 기질지성(氣質之性)을 가리켜서 말한 것이네. 그러나 이른바 '기질지성'이란 것도 또한 다른 곳에 있는 또 다른 한 성이 아니네. 전적으로 이(理)를 가리켜 말한다면 본연지성(本然之性)이요, 기를 겸하여 말한다면 기질지성이네. 이(理)는 기의 주재자요, 기는 이(理)의 바탕이 되니, 어찌 일찍이 선후(先後)를 말할 수 있는가. 이 때문에 근원에 나아가 그 물줄기를 보는 것이 있으며 흐르는 물에 나아가 근원을 가리키는 것이 있으니, 각각 가리키는 것을 따라 선후를 말하는 것도 또한 어찌 해로움이 되겠는가.
- 주석 30)계남(溪南)과 애산(艾山)
- 계남은 최숙민(崔琡民, 1837~1905)의 호이고 애산(艾山) 정재규(鄭載圭, 1843~1911)의 호이다. 최숙민의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원칙(元則)으로, 기정진의 문인으로 진주(晋州)에 거주하였다. 정재규의 본관은 초계, 자는 영오(英五), 후윤(厚允)으로, 〈납량사의기의변(納凉私議記疑辨)〉·〈외필변변(猥筆辨辨)〉 등을 지어 전우(田愚)의 기정진에 대한 반박을 변론하여 철학사적으로 중요한 논쟁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 주석 31)두 아이
- 원문의 '이수(二竪)'는 병마(病魔)의 별칭이다. 춘추 시대 진(晉)나라 경공(景公)의 꿈에 병마가 두 아이[二竪]의 모습으로 나타나 고황(膏肓) 사이에 숨는 바람에 끝내 병을 고칠 수 없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春秋左傳 成公10年》
- 주석 32)서로 가깝다
- 《논어》 〈양화(陽貨)〉에서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성은 서로 가까우나 습관에 따라 서로 멀어지는 것이다.[性相近也 習相遠也]"라 하였다.
答金士吉【潤亨】
書后有日。未審侍旁學履。近節何如。士吉天姿謹慤。才性開爽。在吾黨少年。未始非可畏人也。向於新安社。與溪艾諸丈語及矣。但二竪作戱。雖若可憾。而彼已奪氣如春寒秋熱之不能久。惟益加堅心定慮。使陽明正大之氣。日日充長。則彼小小餘證。不啻見晛矣。從遊親密。一隊少年。如吾友者不能無區區寄托之意如何。性者萬物之一原。何黨有近不近之可言。其言相近者。是指氣質之性而言。然所謂氣質之性。亦非別有一性在別處也。單指理言之。則本然之性也。兼指氣言之。則氣質之性也。理是氣之主。氣是理之質。何嘗有先後之可言。是以有卽源而見流者。有溯流而指源者。各隨所指而說先後。亦何妨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