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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 오양로에게 보냄(與吳陽路)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9.0001.TXT.0003
오양로에게 보냄
근래 부모님을 모시며 지내는 정황이 어떠한가? 의림(義林)은 객지 서재에서 분주하니 마음으로 삼을 것이 없네. 대저 이번 행차는 본래 양로(陽路)·양립(良立)주 6) 등 여러 벗들과 밤낮으로 노닐며 모일 계획이었는데, 어찌 오래 거처하고 있었는데도 아직 이렇게 적막한가? 또 양로의 오늘 일로 말하자면 소년의 공명이 이미 여기에 이르렀으니, 이것 외에 다시 무엇을 바랄 것이 있겠는가? 마땅히 벼슬을 쉬고 가만히 처하여 어버이를 받들며 독서하는 것이 최상의 계책이 될 것이네. 더구나 이것으로 인하여 더욱 그 학업을 진전시켜 훗날 크게 떨칠 바탕이 되게 한다면 어찌 좋은 계책이 아니겠는가? 소년이 고과(高科)에 오르는 것은 바로 지금 사람들은 큰 다행이라 하지만 고인은 불행으로 여겼으니, 대개 그 학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갑자기 나가는 것을 애석해 한 것이네. 그러나 비록 고과에 올랐더라도 만약 벼슬하면서 여가가 있는 힘으로 학문에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어찌 불행함이 있겠는가? 더구나 오늘날이 어떤 날인가? 한 번 발을 잘못 디디면 문득 밑 없는 구덩이에 빠질 것이니, 간절히 바라건대 마음을 편안히 하고 사려를 안정시켜 정신을 수습하여 서책에 종사하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주석 6)양립(良立)
안홍섭(安弘燮, 1883~?)을 말한다. 자는 양립, 호는 매하(梅下), 본관은 죽산(竹山)이다.
與吳陽路
日來侍況何狀。義林客齋捿屑。無以爲懷。大抵此行。本欲與陽路良立諸友。爲日夕游聚之計矣。何其居之久。而尙此寂爾也。且以陽路今日之事言之。少年功名。旣已到此。此外復有何希望哉。當休官潛處。奉親讀書。爲太上計。況因此而益進其業。以爲後日大闡之地。豈非良算耶。少年登高科。乃今人所謂大幸。而古人以爲不幸。盖惜其學未成而遽出也。然雖登高科。而若以仕優之力。而不怠於學。則何不宰之有。況今日何日。一足之蹉。便是無底坑塹。切聖安心定慮。收拾精神。從事簡冊。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