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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 정경회 【재혁】에게 답함(答鄭景晦【在爀】)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9 / 서(8)(書(8))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9.0001.TXT.0001
정경회주 1) 【재혁】에게 답함
영남과 호남은 동서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편지를 받은 지 3년이 되도록 실로 편로(便路)가 없어 지금까지 답장을 미루고 있었으니, 민첩하지 못한 허물이 항상 석연치 못하였네. 그런데 뜻밖에 여름쯤에 또 보내준 안부 편지를 받았으니, 그대의 따지지 않는 아량은 실로 얕지 않음을 헤아릴 수 있겠기에 한편 감사하고 한편 부끄러워 사례할 바를 모르겠네. 겨울이 깊어가는 이즈음 기쁘게 부모님을 모시는 체후는 신명의 도움으로 모두 복되시는가? 스승을 따라 집을 옮겨 좋은 이웃과 가까이 지내고 있으니 그 덕을 숭상하고 배우기를 좋아하는 독실함은 여기에 나아가 상상할 수 있겠고, 또 앞뒤의 편지에 길게 한 말들은 절실하고 진밀(縝密)함이 공부에서 나온 것이 아님이 없었으니, 읽어봄에 나로 하여금 옷깃을 여미게 하였네. 의림(義林)은 젊어서는 노력하지 못하였고 늙어서는 알려진 것이 없어 매번 어진 사우들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부끄러워 대답할 수 없었네. 오직 그대는 추로(鄒魯)의 고을주 2)에서 태어나 문로(門路)의 바름을 얻어 독실하게 매진하여 이와 같은데 이르렀으니, 결국 사문(斯文)의 희망이 어찌 다른 사람에게 있겠는가? 앞의 편지에서 우리들이 가장 급하게 해야 할 것은 숭안(崇安)주 3)을 묵묵히 외우는 것이고 저렇게 포효(咆哮)하는 것은 오히려 다음의 일이라고 하였으니, 매번 이 말을 외우며 당장의 단방(單方)은 이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여겼네. 오호라! 오늘날이 어떤 날인가? 그 위험의 늠름함은 비록 지난날 한 쪽에서 포효했던 것과 견줄 것은 아니지만 우리들을 위한 계획이 또한 어찌 이것을 벗어남이 있겠는가? 더욱 우리의 학업을 힘써 삼가 천명을 기다리는 것일 뿐이니, 어떻게 여기는가?

[문] 맹자가 말한 개의 성(性)·소의 성·사람의 성이라는 이런 '성' 자는 본연의 성입니까, 기질의 성입니까? 《논어》 〈양화(陽貨)〉의 "성은 서로 비슷하다[性相近]"라고 한 세주(細註)에 주자가 말하기를 "천명(天命)의 성은 천하를 통틀어 하나의 성이니, 어찌 서로 비슷함이 있겠는가? 이것은 이른바 기질의 성이니, 맹자가 말한 개·소·사람의 성이라는 것이 이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이 설을 항상 의심스러워하였습니다.
[답] 개의 성과 소의 성이 만약 본연의 성이 아니라면 어찌 사람의 성만이 유독 본연의 성이 되겠는가? 주자의 설은 절로 하나의 뜻이니, 아마 정자(程子)와 남헌(南軒) 장씨(張氏)의 말과 섞어서 보아서는 불가할 듯하네.
[문] 기질의 성은 발한 뒤의 이름이니, 발하지 않았을 때 별도로 기질의 성이 있어 한 쪽에 엎드려 있는 것이 아닌데 주자는 "발하지 않았을 때 기질의 성 또한 모두 그 속에 있다."라고 한 것이 의심스럽습니다.
[답] 기질의 성은 때에 따라 있고 없는 물이 아니지만 다만 발하지 않았을 때로는 말할 수 없네. 주자가 말한 "기는 용사하지 않는다.[氣不用事]"라는 네 글자는 아마 이 설의 단안(斷案)이 될 것이네.
[문] 《대학》제가장(齊家章)에서 서(恕)를 말하지 않고 치국장(治國章)에 이르러 비로소 말한 것은 어째서입니까? 애옹(艾翁)주 4)은 제가(齊家)에서 편벽된다는 다섯 개 '벽(辟)' 자는 자신의 마음으로 미루지 못한[不恕] 병통으로 여겼는데,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
[답] 다섯 개의 '벽' 자는 실로 자신의 마음으로 미루지 못한[不恕] 병통이네. 그러나 두터움으로부터 박한데 미치고 친함으로부터 소원한데 미치니, '서(恕)' 자의 뜻은 나라와 천하에 이르러서 비로소 크네.
주석 1)정경회(鄭景晦)
정재혁(鄭在爀)을 말한다. 자는 경회, 본관은 서산(瑞山)이다. 노백헌(老柏軒) 정재규(鄭載圭, 1843~1911)의 문인이다.
주석 2)추로(鄒魯)의 고을
공자와 맹자가 태어난 곳인데, 여기서는 영남을 뜻한다.
주석 3)숭안(崇安)
중국 복건성 숭안현을 말하는데, 주자가 이곳의 무이산(武夷山)에 무이정사(武夷精舍)를 지어 강학하였다.
주석 4)애옹(艾翁)
정재규(鄭載圭, 1843~1911)를 말한다. 자는 영오(英五)ㆍ후윤(厚允), 호는 애산(艾山)ㆍ노백헌(老柏軒)ㆍ물계(勿溪), 본관은 초계(草溪)이다. 경상남도 합천군 쌍백면 묵동에서 살았다.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 1798~1876)의 문인이다. 저서로는 《노백헌집》이 있다.
答鄭景晦【在爀】
嶺湖東西何。其遙濶也。承書三載。苦無便路。迄稽謝復。不敏之咎。尋常不釋。謂外夏間。又承惠存。賢者不較之量。實非淺淺者所可算也。且感且愧。不知所以爲謝也。冬令垂深。未審侍省怡愉。神相百福。從師遷舍。近接芳隣。其尙德好學之篤。卽此可想。而又於前後書幅。娓娓說話。無非切實縝密自功夫中出來。讀之令人斂袵義。林少而不力。老而無聞。每得賢士友書。愧無以仰對也。惟座右生於鄒魯之邦。得門路之正。慥慥征邁。至於如此。究竟斯文之望。豈在他人乎。前書以爲吾輩最可急者。是崇安黙誦而彼之咆哮。猶屬第二件。每誦此言。以爲目下單方。無過於此。嗚呼。此日何日。其危險凜凜。雖非曩時一邊咆哮之比。而爲吾輩之計者。亦豈有外於此乎。益勉吾業。恭俟天命而已。如何如何。
孟子所謂犬之性牛之性人之性。此等性字。是本然性與。氣質性與。論語性相近註。朱子曰。天命之性通天下一性。何相近之有。此所謂氣質之性也。孟子所謂犬牛人性是也。此說尋常可疑。
犬之性牛之性。若非本然。則豈人之性。獨爲本然乎。朱子之說。自是一義。恐不可與程張語混看。
氣質之性。是發後之名。非未發時別有氣質之性。伏在一邊。而朱子曰。未發之時。氣質之性。亦皆在其中。可疑。
氣質非隨時。有無之物。但不可以未發言。朱子所謂氣不用事四字。恐爲此說之斷案。
大學齊家章。不言恕。而至治國章。始言之何也。艾翁以爲齊家五箇辟字。是不恕之病。未知如何。
五辟字。固不恕之病。然自厚而薄。自親而疎。則恕字之義。至國與天下而始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