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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8
  • 서(7)(書(7))
  • 권범회 【춘식】에게 답함(答權範晦【春植】)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8 / 서(7)(書(7))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8.0001.TXT.0024
권범회주 57) 【춘식】에게 답함
일전에 복주(福州)주 58)의 장(張)·정(丁) 두 소년이 방문하여 우리 범회의 소식을 대략 들었는데 지금 또 이런 편지를 받았으니 그 감사하고 후련함이 어떠하겠는가? 인하여 조부모님과 부모님이 강녕하시고 아침저녁으로 문안을 드리는 외에 학문을 익힘에 과정이 있는 줄 알았으니, 더욱 듣고 싶은 마음에 부합하였네. 그대의 공부는 바야흐로 《대학혹문》에 있는데 정제(整齊) 및 성성(惺惺)의 설에 묵묵히 계합하는 것이 있고, 또 두세 조목의 문목이 있었으니 읽어봄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네. 대저 범회(範晦)는 아름답고 좋은 재질로 공부의 조예가 또한 이미 많을 것이네. 다만 학문(學問) 사색(思索)하는 방법에 오히려 첫머리에 힘을 얻는 실마리가 있지 않으니, 항상 서로 향하는 마음에 이것으로 알려주지 않음이 없었네. 지금 이에 한 단계 성장함이 이와 같으니 이로부터 진취를 또 어찌 헤아리겠는가? 이(理)는 형상이 없고 기(氣)는 형상이 있는 것은 이기의 큰 구분으로 말하면 실로 이와 같네. 모든 사물은 형기(形氣)와 신리(神理)를 가지고 있지 않음이 없는데, 형이라는 것은 기의 집이고 기라는 것은 신의 집이고 신이라는 것은 이의 집이니, 신은 바로 허령을 이르는 것이네. 기도 오히려 무형(無形)인 것이 있는데 더구나 허령하면서 형상이 있는 것에 있어서야 어떠하겠는가? 다만 이에 비하여 비교적 드러나네. 허령의 허를 오로지 이로 보는 것은 또한 합당하지 않네. 허령이 뭇 이치를 갖추고 있는 바인데, 만약 허를 이로 본다면 이것은 이로 이를 갖춘 것이니, 가하겠는가? 허령을 말하면 허가 체가 되고 령이 용이 되며, 허령 지각을 말하면 허령이 체가 되고 지각이 용이 되네. 그러나 이 용은 오로지 이 심이 발한 뒤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네. 비록 발하지 않아도 용은 실로 그 가운데 있으니, 이른바 "체와 용이 한 근원[體用一原]"이라는 것이고 이른바 "고요하고 막막하여 아무 조짐이 없을 때 만 가지 형상이 빽빽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沖漠無朕 萬象森然已具]"라는 것이 이것이네. 소이연(所以然)을 소당연(所當然)의 원두로 삼는 것은 가하고, 소이연을 깨닫는데 각(覺)을 지(知)의 원두로 삼는 것은 불가하니, 지와 각은 단지 이 심(心)의 용(用)이네.
주석 57)권범회(權範晦)
권춘식(權春植, 1879~?)을 말한다. 자는 범회, 본관은 안동(安東)이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주석 58)복주(福州)
경상북도 안동시의 고려 시대 이름이다.
答權範晦【春植】
日前福州張丁兩少年之過。槪聞吾範晦信息矣。而今又得此心畫。其爲感豁。爲何如哉。因審重省康寧。晨昏之餘。溫理有程。尤副願聞。盛課方在大學或問。而於整齊及惺惺之說。黙有契焉。又有數三問目。讀之不覺令人動情。大抵範晦以好材美質。功夫所造。亦已多矣。但於學問思索之方。尙未有開頭得力之端。尋常相向。未嘗不以此奉告矣。今乃長得一格者如此。從此進就。又何可量。理無形。氣有形。以理氣大分言之。固是如此。凡物莫不有形氣神理。形者氣之宅。氣者神之宅。神者理之宅。神卽虛靈之謂也。氣猶有無形者。況虛靈而有形乎。但比於理較著矣。虛靈之虛。專作理看。亦未安。虛靈所以具衆理。若以虛作理。則是以理具理。其可乎。言虛靈則虛爲體。靈爲用。言虛靈知覺。則虛靈爲體。知覺爲用。然是用也。非專爲此心發後事也。雖未發而用固在其中。所謂體用一原。所謂沖漠無眹。萬象森然已具者。是也。以所以然爲所當然之源頭則可。以覺其所以然而以覺爲知之源頭則不可。知與覺。只是此心之用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