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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8
  • 서(7)(書(7))
  • 정사옥에게 답함(答鄭士玉)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8 / 서(7)(書(7))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8.0001.TXT.0021
정사옥에게 답함
평소 종유하여 속마음을 다 알 수 있는 사람이 몇 사람 있지만 지난번에 만났을 때 바쁘고 복잡한 일에 구애 되어 허술하게 보통의 송별을 하게 되었으니, 뒤 미쳐 생각함에 애타는 마음 지금까지 맺혀있었네. 뜻밖에 김장(金丈)이 돌아와 손수 쓴 편지를 받고 당상의 체후가 안녕하고 곁에서 모시는 체후가 진중한 줄 알았으니, 어떤 위로가 이만하겠는가? 다만 그대 아우의 병이 아직까지 낫지 않고 있어 염려되는 마음 매우 간절하네. 신명이 화락한 군자를 위로하여주 45) 장차 응당 약을 쓰지 않아도 나을 것이니,주 46) 이것으로 기원하네. 편지 끝에 날마다 생각하는 것이 몇 건의 실마리인지 모르겠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실로 공통의 병통이네. 선덕(先德)의 말에 "사람의 마음이 생각이 많으면 광명할 수가 없다."라고 하였고,주 47) 또 말하기를 "뜻을 씀에 분산하지 않아야 기가 신에 모인다."라고 하였으니,주 48) 바라건대 모름지기 이것을 거울삼아 빨리 돌이키게. 인욕을 막고 천리를 보존하는 것[遏人慾存天理]은 실로 일용에 제일의 공부이네. 그러나 초학자의 힘은 우선 갑자기 인욕을 막고 끊을 수가 없으니, 다만 천리를 보존하는 곳에서 이겨 나온다면 저 인욕은 점차 사라져 막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절로 막히고 엎드릴 것이네. 이것은 중궁(仲弓)이 인(仁)을 물었을 때 극기(克己)를 말하지 않고 경(敬)과 서(恕)의 방법을 말해 준 것이네.주 49) 충과 효는 이치가 실로 한 가지이지만 작용은 각각 다르니, 어찌 오직 충과 효만 그러하겠는가? 만 가지 이치가 그러하네. 공문(孔門)의 일관(一貫)주 50)은 이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모름지기 체와 용이 한 근원이고 만과 일이 서로 포함하는 의를 안 연후에야 바야흐로 치우침이 없음이 되네. 희노(喜怒) 등과 같은 정은 바로 이해하여 공부를 착수해야 할 곳이니, 안자(顔子)의 학문을 말함에 특별히 불천노(不遷怒)로 말한 것주 51)은 또한 이 뜻이네. 《소학》또한 하학상달(下學上達)이 있고,《대학》또한 하학상달이니, 만약 《소학》과《대학》을 상하로 구분한다면 착오가 있네. 참으로 알기 때문에 참으로 좋아하네. 그러나 덕을 좋아하기를 색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 것은 마땅히 "참으로 좋아한다."라고 해야지, "참으로 알았다."라고 해서는 부당하네. 진발용약(振拔勇躍)의 뜻은 이것은 학자의 본령의 바탕이니, 공자가 광견(狂狷)을 생각했던 것주 52)이 이것이네. 그렇지 않다면 썩은 나무나 썩은 흙으로 쌓은 담장은 어찌 성취하는 것이 있겠는가? 《대학장구》 경(經) 1장의 정정안려(定靜安慮)는 공부의 절목이 아니고 단지 공효의 차례이니 그대가 편지에서 말한 것과 같네.
주석 45)신명이……위로하여
《시경》〈대아(大雅) 한록(旱麓)〉에 "화락하신 군자는 신명이 위로하는 바이로다.[豈弟君子, 神所勞矣.]"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석 46)약을……것이니
《주역》 〈무망괘(无妄卦) 구오(九五)〉에 "무망의 병은 약을 쓰지 않으면 기쁜 일이 있으리라.[无妄之疾, 勿藥有喜.]"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석 47)선덕(先德)의……하였고
《근사록》 권4 〈존양(存養)〉에 나오는데, 횡거(橫渠) 장재(張載)의 말이다.
주석 48)또……였으니
《장자》〈달생(達生)〉에 "뜻을 씀에 분산하지 않아야 비로소 정신이 집중된다.〔用志不分, 乃凝於神.〕"라고 한 것을 원용한 것이다.
주석 49)중궁(仲弓)이……것이네
《논어》 〈안연(顔淵)〉 2장에서 "중궁이 인에 대해서 묻자, 공자가 말하기를 '문을 나갈 때는 중요한 손님을 뵙는 것처럼 하고, 백성을 부릴 때는 큰 제사를 모시는 것처럼 하고,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으면, 나라에 있을 때 원망을 받지 않고, 집에 있을 때 원망을 받지 않느니라.'라고 하였다.[仲弓問仁, 子曰出門如見大賓, 使民如承大祭, 己所不欲, 勿施於人, 在邦無怨, 在家無怨.]"라고 하였는데, 주희의 집주에서는 출문(出門)과 사민(使民)을 경(敬)으로 풀이하고 불욕(不欲)과 물시(勿施)를 서(恕)로 풀이하였다.
주석 50)공문(孔門)의 일관(一貫)
공자가 제자 증삼(曾參)을 불러서 "나의 도는 한 가지 이치가 모든 일을 꿰뚫고 있다.[吾道一以貫之]"라고 하자, 증삼이 "네, 그렇습니다.[唯]"라고 곧장 대답하고는, 공자가 나가지 다른 문인에게 "부자의 도는 충서일 뿐이다.[夫子之道, 忠恕而已矣.]"라고 한 것을 말한다. 《論語 里仁》
주석 51)안자(顔子)의……것
《논어》 〈옹야(雍也)〉에서, 학문을 좋아하는 제자가 누구인지 묻는 애공(哀公)의 질문에, 공자가 "안회라는 자가 학문을 좋아하여 노여움을 남에게 옮기지 않으며 잘못을 두 번 다시 저지르지 않았습니다.[有顔回者好學, 不遷怒, 不貳過.]"라고 한 것을 말한다.
주석 52)공자가……것
《논어》 〈자로(子路)〉에 "중도를 행하는 사람을 얻어서 함께 하지 못할 바에는 반드시 광자나 견자와 함께 할 것이다. [不得中行而與之, 必也狂狷乎!]"라고 한 것을 말한다.
答鄭士玉
平日遊從。可悉情蘊。有幾人。而向日之奉。拘於悤撓草草作尋常送別。追念耿耿。迄今如結。料外金丈廻。得承手存。仍審堂上安寧。侍旁衛重。何慰如之。但令弟愼節。尙爾稽和。貢慮殊切。神勞愷悌。行應勿藥。以是祈仰。紙末以爲日日所思。不知其幾件條緖。此固通患。先德有曰。人心多則無由光明。又曰。用志不分。氣凝於神。幸須鑑此而亟反之也。遏人慾存天理。固日用第一功夫。然初學之力。姑不可遽爾遏絶。但於存天理處。克將出來。則彼人慾者。漸次消磨。不待遏而自見遏伏矣。此於仲弓之問仁。不言克己而言敬恕之方者也。忠孝。理固一致。而用各不同。豈惟忠孝爲然。萬理皆然。孔門一貫非此謂耶。然須知體用一源。萬一相涵之義然後。方爲無偏。喜怒等情。正是理會着功夫處。言顔子之學。而特以不遷怒言之者。亦此意也。小學也有下學上達。大學也下學上達。若以小大學。分上下則錯矣。眞知之。故眞好之。然好德如好色。當曰。眞好之。不當曰眞知之。振援勇躍之意。此是學者本領田地。孔子之思狂狷。此也。不然朽木糞墻。豈有所成就也。定靜安慮。非功夫節目。只是功效次第如來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