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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 백경행 【봉흠】에게 답함(答白景行【奉欽】)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7.0001.TXT.0055
백경행주 130) 【봉흠】에게 답함
한 모퉁이의 진귀한 편지가 3년 동안 격조했던 오랜 뒤에 나왔으니, 그 위로되고 시원한 마음 과연 어떠하겠는가? 더구나 경서를 공부하는 기거가 시절 따라 평안한 줄 알았음에랴. 실로 두 손 모아 축원하던 마음에 흡족하였네. 의림(義林)은 노쇠한 질병으로 날로 쇠약해지는 것은 이치이니, 어찌하겠는가? 다만 옛날부터 먹었던 옛 학업에 대한 마음은 성취한 것도 없는데 엄자(崦嵫)주 131)의 광경이 갑자기 여기에 이르렀으니, 단지 인생은 되돌리기 어려운 한이 절실할 뿐이네. 보내온 편지에서 나에 대해 일컬은 것은 이것이 어찌 알맞게 비긴 말이라 하겠는가? 매우 부끄럽고 송구하여 감당할 수 없네. 보여준 〈착정동금조(鑿井洞琴操)〉주 132)는 표격(標格)이 고매(高邁)하고 사운(詞韻)이 청절(淸絶)하여 읊조린 뒤에 마치 천년 위에서 경착(耕鑿) 호호(皥皥)의 기상주 133)을 보는 것 같았네. 그렇다면 오늘 주인이 요순의 도를 즐기면서 만족하여 욕심이 없는 것을 대략 상상할 수 있겠네. 운자에 따라 지어 지성스러운 뜻에 만분의 일이라도 답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필력이 졸렬하고 의사가 껄끄러워 묘사해 낼 수 없고, 단지 한 수 절구를 지어 대신하네. 문채가 없음이 심하니, 바라건대 보고나서 한 번 웃으며 적료함을 깨뜨리는 자료로 삼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착정산 중의 우물 파는 노인鑿井山中鑿井老
지금 우물 몇 길이나 팠는가如今鑿到幾尋深
끊임없이 흐르는 물 솟아나는 것 볼 터이니會看活水源源出
마른 곳 적실 한 잔의 물 따라주길 사양 말게霑涸休辭一勺斟
주석 130)백경행(白景行)
백봉흠(白奉欽, 1859~1909)을 말한다. 자는 경행, 호는 명강(明岡), 본관은 수원(水原)이다. 저서로는 《명강유고(明岡遺稿)》가 있다.
주석 131)엄자(崦嵫)
엄자산으로, 전설에 의하면 해가 져서 이 산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만년 또는 노년의 비유로 쓰인다.
주석 132)착정동금조(鑿井洞琴操)
《명강유고》권1에 실려 있다.
주석 133)경착(耕鑿) 호호(皥皥)의 기상
태평성대의 기상을 말한다. 경착은 밭 갈고 우물 판다는 말로 태평성대를 구가한다는 뜻이다. 요 임금 때에 어느 노인이 지었다는 〈격양가(擊壤歌)〉에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쉬면서, 내 우물 파서 마시고 내 밭을 갈아서 먹을 뿐이니, 제왕의 힘이 도대체 나에게 무슨 상관이랴.[日出而作, 日入而息, 鑿井而飮, 耕田而食, 帝力於我何有哉?]"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호호는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덕으로 왕업을 이룬 임금의 백성은 태평하다.〔王者之民, 皥皥如也.〕"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答白景行【奉欽】
一角珍緘。出於三載阻違之久。其爲慰豁。果何如哉。矧審經體起居。對時安謐者乎。實協拱祝。義林衰替病痼。日就澌頓。理也奈何。但宿心舊業。未有所就而崦嵫光景。遽至於此。只切人生難追之恨而已。來喩所以稱道者。此豈着題可擬之語哉。愧悚萬萬。不敢承當。俯示鑿井洞琴操。標格高邁。詞韻淸絶。諷詠以還。如見耕鑿皥皥之象於千載之上。然則今日主人所以樂堯舜之道而囂囂焉者。槩可想矣。切欲追步。以答勤意之萬一。而筆拙意澁。摸寫不得。只構得一絶詩以代之。不文甚矣。幸加視至。以爲一笑破寂之資如何。鑿井山中鑿井老。如今鑿到幾尋深。會看活水源源出。霑涸休辭一勺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