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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 민사원 【병춘】에게 답함(答閔士元【內春】)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7.0001.TXT.0053
민사원주 123) 【병춘】에게 답함
이미 안부 편지를 보내 주었고 또 장차 잠시 머물고 있는 평수(萍水)주 124)를 찾아오려고 하였는데 나를 향한 마음을 알겠으니, 어찌 감사한 마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모르겠으나 편지를 받은 이후 여러 날이 되었으니 여행하는 절도는 어떠한가? 병을 조리하는 중에는 바깥으로 사모하는 것을 단절하면 이 때는 독서와 학문에 가장 용이하게 힘쓸 수 있네. 고인 중에 이와 같이 한 사람이 많이 있으니, 그대의 옥성(玉成)주 125)이 또한 여기에 있지 않을 줄 어찌 알겠는가? 우러러 위로하는 마음 매양 진지하네. 또 편지 가득한 말과 뜻은 후회하고 감발하는 지극함이 아님이 없었으니, 이와 같이 마음을 세운다면 어찌 얻지 못할 이치가 있겠는가? 다만 궁벽한 곳에 벗들과 떨어져 쓸쓸히 지내고 있어 보고 들으며 상종할 유익한 벗이 적을 것이니, 이것이 매우 근심스럽네. 양(羊)으로 소[牛]를 대신 하게 한 것은 만약 다른 온당한 방법이 있었다면 맹자가 어찌 말하지 않았겠는가? 선왕(宣王)이 행한 것과 맹자가 말한 것이 바로 온당한 방법이었네. 등문공(勝文公)이 끝내 큰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멀리 헤아리는 것은 불가하니, 고인이 이른바 의심스러운 것은 놓아둔다[闕疑]는 것은 정히 이러한 일을 가리켜 말한 것이네. 이지(夷之)가 다시 찾아뵙고 다시 찾아뵙지 않은 것에 대해 또한 어찌 헤아려 추측할 수 있겠는가? 문인이 매번 찾아가 뵙는 것은 다른 말로 서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실로 번거롭게 다하려는 것은 불가하네. "곡종(穀種)……"이라 한 것은 자라서 결실을 거두니, 이것은 행하여 사업이 된 곳이네. 만약 인의(仁義)의 단서라고 말하면 불가하다고 한 것은 인의의 단서는 정(情)이 아닌가? 인의예지는 성(性)이고, 측은(惻隱)과 수오(羞惡)는 정(情)이네. 그러므로 맹자가 말하기를 "측은지심은 인의 단서이다."라고 하였으니, 이것은 성과 정의 경계를 말한 것이 극도로 분명하네. 만약 "측은지심은 인(仁)이다."라고 한다면 정을 인식하여 성으로 여기는 듯하니, 이 때문에 한유(韓愈)의 박애(博愛)를 인(仁)이라 한다는 설주 126)이 후세 사람에게 비판을 당했던 것이네. 다만 맹자 시대에는 성선설(性善說)이 세상에 밝혀지지 않아 혹 성이 악하다고 여기고 혹 성이 선악이 섞여 있다고 여겼네. 그러므로 맹자가 사단(四端)을 설명해 내어 성이 본래 선하다는 것을 밝혔네. 대개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근원을 가리킨 뜻이니, 절대로 한유가 정을 인식하여 성으로 여긴 것과 견줄 것이 아니네. 형이상(形而上)의 것은 도(道)이니, 형상화 된 뒤의 것[形而後]과 함께 상대해서 거론하여 말하는 것은 불가하네. 기질(氣質)의 성(性)은 실로 성인이 가지고 있지 않지만 본연(本然)의 성은 비록 하우(下愚)라도 또한 가지고 있으니, 어찌 성을 회복하는[復性] 전후를 가지고 기질의 성과 천지의 성을 나누겠는가? "심통성정(心統性情)……"이라고 하였는데, 성(性)은 인의(仁義)이고, 정(情)은 희노(喜怒)이네. 이 성을 갖추어 이 정을 발하는 것은 심(心)이니, 심이 성정을 통솔하는 것이 또한 마땅하지 않은가? 성(性)은 공경(公卿)과 같다고 한 것은 또한 말이 되지 않네. 성(性)은 비유하자면 임금이고, 심(心)은 비유하자면 장수이고, 기(氣)는 비유하자면 졸도이네. 이것으로 보면 심과 성의 구분을 대략 알 수 있을 것이네.
주석 123)민사원(閔士元)
민병춘(閔丙春, 1878~?)을 말한다. 자는 사원, 호는 약포(藥圃), 본관은 여흥(驪興)이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주석 124)평수(萍水)
부평초가 물위에 정처 없이 떠다니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객지를 뜻한다.
주석 125)옥성(玉成)
사람을 옥처럼 훌륭히 완성시켜 준다는 뜻이다. 송(宋)나라 장재(張載)의 〈서명(西銘)〉에 "빈천과 우척은 너를 옥처럼 다듬어 완성시키는 것이다.[貧賤憂戚, 庸玉汝於成也.]"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석 126)한유(韓愈)의……설
한유가 〈원도(原道)〉에서 "널리 사랑하는 것을 인이라 한다.[博愛之謂仁]"라고 한 것을 말한다.
答閔士元【內春】
旣垂惠存。又且相尋於萍水一宿之地。仰認傾嚮。曷勝感感。未審伊後有日。旅節何似。調病之中。斷制外慕。此時讀書學問。最易爲力。古人多有如此者。則安知吾友玉成。亦不在此乎。慰仰每摯。且滿幅辭意。無非悔恨感憤之至。如此立心。安有不得之理。但僻處離索。少聞見過從之益。此爲悶悶也。以羊易牛。若有他穩當道理。孟子何不言之。宣王之所行。孟子之所言。便是穩當道理也。滕文公之終未有爲。不可懸度。古人所謂闕疑。正指此等事而言也。夷之之更見不更見。亦何可揣測也。門人之每每進見。非有異言可述。則固不可煩悉也。穀種云云。長而結實。是行之爲事業處。若曰仁義之端則不可。仁義之端非情耶。夫仁義禮智性也。惻隱羞惡情也。故孟子曰。惻隱之心。仁之端也此言性。情界至。極其分明。若曰惻隱之心仁也。則似乎認情爲性。是以。韓子博愛謂仁之說。見譏於後人。但孟子時性善之說。不明於世。而或以性爲惡。或以性爲善惡混。故孟子說出四端。以明性之本善。蓋沿流指源之意也。切非韓子認情爲性之比也。形而上是道。不可與形而後。對擧而言之也。氣質之性。固聖人之所無。而本然之性。雖下愚亦有之。豈可以復性前後。分氣質之性。天地之性耶。心統性情云云。性是仁義。情是喜怒。具此性而發此情者。是心也。心之統性情。不亦宜乎。性如公卿。亦不成說。性譬則君也。心譬則將也。氣譬則卒徒也。以此見之。心性之分。槩可知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