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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 박선장【인동】에게 답함(答朴善長【仁東】)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7.0001.TXT.0052
박선장【인동】에게 답함
그대 조부의 상기(祥期)가 갑자기 이미 지난달에 지났던가? 나는 웅크리고 막혀 있어 정신이 혼미하여 전혀 기억하지 못하여, 결국 달려가 위로하는 의식도 빠뜨렸으니, 이것이 어찌 서로 두터이 지내던 사이의 정의이겠는가? 매우 부끄럽고 부끄럽네. 모르겠으나 춘부장의 기력은 상을 당한 슬픔 속에 손상됨은 없으신가? 그리운 마음 감당할 수 없네. 그대는 《서경》을 공부하고 있다고 하였고, 즉이재(則以齋)주 121)에서 종유하고 있어, 이른바 방도가 있고 일삼는 것이 있다는 것은 이것을 말하니, 어찌 매우 위로가 되지 않겠는가? 고인이 말하기를 "우물을 아홉 길을 팠더라도 샘물에 미치지 못하면 오히려 우물을 버리는 꼴이 되는 것이다."라고 하였으니,주 122) 선장(善長)은 어릴 때부터 부지런히 힘써 우물을 판 날이 아님이 없었네. 만약 원천이 솟아나는데 미치지 못하고서 퍼먹는 것을 남이 사용하도록 맡겨둔다면 전날의 공이 어찌 아깝지 않겠는가? 그러나 우물을 판 것이 아홉 길이라면 원천이 솟아나는 것은 또한 한 길이나 반 길에 불과하여 반드시 장차 원천이 솟아나는 것을 볼 것이니, 힘쓰고 힘쓰시게. 목마를 때 임하여 우물을 파려고 하지 말고, 또 남의 문을 두드려 구하려 하지 말게.
주석 121)즉이재(則以齋)
박인진(朴麟鎭, 1846~1895)이 강학하던 재사이다. 박인진의 자는 학중(學仲), 호는 우인당(愚忍堂), 본관은 밀성(密城)이다. 저서로는 《우인당유고》가 있다.
주석 122)고인이……하였으니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나오는 말이다.
答朴善長【仁東】
尊王庭祥期。遽已經過於去月中耶。跧滯昏妄。都不記得。竟闕趨慰之儀。此豈相厚之誼耶。愧愧負負。未審春府氣力慨廓之中。不有損節。馳溯不任。盛課在書經云。而遊從於則以齋。所謂有方有業者此也。曷不慰慰。古人有言曰。掘井九仞而不及泉。猶爲棄井。善長自童丱以後。孜孜矻矻。無非所以掘井之日也。若不得源泉湧出。酌之挹之。任人所用則前日之功。豈不可惜。然所掘者九仞。則源泉之出。亦不過一仞半仞。而必將見之矣。勉之勉之。勿爲臨渴而掘之。又勿爲叩人之門而求之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