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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 안경삼 【규용】에게 답함(答安敬三【圭容】)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7.0001.TXT.0050
안경삼주 117) 【규용】에게 답함
은미한 양(陽)의 기운이 처음 움직여 맑은 기운이 바야흐로 올라오니, 이는 군자의 도가 자라는 때인지라 그리운 마음 더욱 간절하네. 마침 묵계(墨溪)주 118)에 갔다가 그대가 보내준 한 통의 편지를 받아 펼쳐 읽어본 뒤에 참으로 서로 그리워하고 감응하는 뜻이 말하지 않아도 백 리 밖에서 묵묵히 계합하는 것이 있음을 알았으니, 더욱 마음이 경도되었네. 편지를 받은 이후로 다시 생각건대 어버이를 모시는 여가에 경서를 공부하는 체후는 한결같이 넉넉하고 좋으신가? 편지에서 말한 "몸소 사무를 집행하고 남는 여가에 글을 배운다."라고 한 것 이것은 집이 가난하고 어버이가 연로한 입장에서는 용이하지 못한 점이 있으니, 매우 좋네. 무릇 이 일은 쉬운 듯하지만 실제로는 어려우니, 오직 정성과 노력이 지극히 독실하여 외면의 일과 함께 따라가지 않아야 바야흐로 가할 것이네. 주자가 말하기를 "매사에 도리를 보고 쉽게 지나치지 않게 하고, 다시 그 속에서 평소의 병통을 간파하여 통렬하게 잘라버리면 학문을 하는 방도가 무엇이 이보다 더하겠습니까? 만약 조금이라도 물리쳐버리고 싫어하는 마음이 생기면, 이치와 일이 도리어 두 가지로 나누어지니 독서 또한 쓸데가 없습니다."라고 하였고,주 119) 남헌(南軒) 장자(張子)주 120)가 말하기를 "어버이 곁에서 모시는 잡무는 자식의 직분 상 마땅히 해야 할 것이니, 구차하게 지나쳐 버려서는 불가하다. 다만 경(敬)으로 위주로 삼아 일마다 살피는 것이 학문하는 방도이다."라고 하였으니, 원컨대 그대는 이 몇 마디 말에 깊이 더욱 체득하여 평소 복행하는 요체로 삼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주석 117)안경삼(安敬三)
안규용(安圭容, 1873∼1959)을 말한다. 자는 경삼, 호는 회봉(晦峰), 본관은 죽산(竹山)이다.
주석 118)묵계(墨溪)
전라남도 화순군 능주면의 마을 이름이다.
주석 119)주자가……하였고
《주자대전》권49 〈진부중에게 답함[答陳膚仲]〉제6서에 나오는데 내용의 출입이 있다.
주석 120)남헌(南軒) 장자(張子)
남송(南宋)의 성리학자 장식(張栻, 1133~1180)을 말한다. 자는 경부(敬夫)ㆍ흠부(欽夫)ㆍ낙재(樂齋), 호는 남헌이다. 호굉(胡宏)에게 정자(程子)의 학문을 전수받았으며, 주희(朱熹)와 절친한 벗이기도 하다. 학자들이 그를 존경하여 남헌 선생(南軒先生)이라 불렀으며, 주희ㆍ여조겸(呂祖謙)과 더불어 '동남(東南)의 삼현(三賢)'이라 불렸다. 저서로는 《논어해(論語解)》, 《맹자설(孟子說)》, 《남헌역설(南軒易說)》, 《남헌집》 등이 있다.
答安敬三【圭容】
微陽初動。淑氣方升。此是君子道長之時。懷仰尤切。適到墨溪。得高明所惠一度心畫。披繙以還。儘知相懷相感之意。有不言而默契於百里之外者矣。尤用傾倒信後更惟侍旁經履。一直崇裕。示中躬執事務。餘日學文者。此在家貧親老之地。有所不容易者。甚善甚善。大抵此事似易而實難。惟誠力篤至。不與外面事俱往。方可。朱子曰。每事看得道理。不令容易放過。更於其間。看得平日病痛。痛加剪除。爲學之道。何以加此。若起一排遣厭苦之意。則理事却成兩截。讀書亦無用處。南軒張子曰。侍旁雜務。子職所當爲。不可苟且放過。但敬以爲主。而事事必察焉。學之道也。願吾友於此數語。深加體當。以爲平日服用之要。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