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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 백자행에게 답함(答白子行)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7.0001.TXT.0044
백자행에게 답함
헤어진 지 오래지 않아 또 편지를 받았고 인하여 어버이를 모시는 체후가 더욱 복된 줄 알았으니, 실로 듣고 싶은 마음에 흡족하였네. 의림(義林)은 설사 증세로 몇 개월 고생하여 원기를 빼앗겨 기식(氣息)이 곧 끊어질 지경이니, 오직 곧장 죽기만을 기다릴 뿐이네. 보여준 "시인(時人)의 문사(文詞)……"라고 한 것은 문장의 폐단을 다 말하여 남은 것이 없다고 할 만 하네. 나에게 달린 문제는 평소에 확충하고 함양하여 의리가 밝아진 연후에 드러내어 문사의 사이에 나타나는 것이 또한 모두 평직(平直) 통달(通達)하고 위곡(委曲) 조창(條暢)하여 "시유(時儒)……"라고 한 폐단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니,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 맹자가 말하기를 "인(仁)은 인심(人心)이다."라고 하였는데, 주자(朱子)가 말하기를 "인이라는 것은 마음의 덕이다.[仁者 心之德]"라고 하였고, 또 말하기를 "바로 사랑의 이치이다.[便是愛之理]"라고 하였습니다. 이미 "마음의 덕이다."라고 하고서 한 번 돌려 "사랑의 이치"라고 하였으니, 체가 되고 용이 됨에 오로지 주가 되는 것이 없는 듯합니다. 또 "인(仁)은 인성(人性)이다."라고 하지 않고 곧장 "인심"이라 하고, 또 "이 몸이 온갖 변화에 수작하는 주인이 됨을 볼 수 있다."라고 하여, 이 마음을 말하지 않고 몸을 말하였으니, 또한 마음이 몸이 되기 때문입니까?
[답] 마음의 덕이라는 것은 인을 오로지 말한 것이고, 사랑의 이치라는 것은 인을 한쪽으로 말한 것이네. 심(心)을 이(理)로 말한 것이 있고 기(氣)로 말한 것이 있으니, 맹자가 이른바 "인은 인심이다.[仁人心]"라고 한 것과 정자(程子)가 이른바 "심은 생도이다.[心生道]"라고 한 것은 모두 이로 말한 것이네. 심은 한 몸의 주인이 되는데, 만약 그대 말과 같다면 심이 심의 주인이 되는 것이니 가하겠는가?
[문]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그 마음을 다하는 자는 그 성을 안다.[盡其心者 知其性也]"라고 하였는데, 문의로 구해보면 이것은 성을 안 뒤에 마음을 다하는 듯합니다. 하늘을 섬김[事天]에 이르러서는 먼저 마음을 보존한 뒤에 성을 기르니, 또한 운용(運用)으로부터 본원(本源)에 거슬러 올라간 것입니까?
[답] 마음을 다하는[盡心] 것은 《대학》의 지지(知至)이고, 성을 아는[知性] 것은 물격(物格)이네. 먼저 마음을 보존한 뒤에 성을 기르는 것은 성현이 성을 논함에 마음으로 인하여 드러내지 않은 것이 없네.
[문]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어머니를 위하여 1년 복을 입고 벗으니, 만약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어머니를 위한 면복(緬服)주 107)의 제도는 바로 3개월을 따라야 합니까?
[답] 어찌 이장[緬遷]할 때 3개월의 복을 입는 제도에 압강(壓降)주 108)의 이치가 있겠는가?
[문] 근본이 하나라는 '일본(一本)'의 본 자 가운데 이미 만 가지로 다르다[萬殊]는 뜻이 포함되어 있으니, 만수(萬殊)는 다만 그 하나의 근본 가운데에서 조리가 나온 것입니다. '일'과 '만'은 층절(層節)이 없고, '본'과 '수'는 단지 일치하는 것입니다. 다만 유행하는 쪽에 나아가 말하면 차례대로 조금 차례대로 조금 따르는 것이 있지만 그 실제는 경계와 위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답] 설명한 것이 매우 옳네. 지금 주기(主氣) 폐단은 단지 이런 의(義)를 모르는 것이네.
[문] 《주역》 〈건괘(乾卦) 단전(彖傳)〉에 "건도가 변화하여 각각 성명을 바르게 한다.[乾道變化 各正性命]"라고 하였으니, 각각 바르게 한다는 것에서 만물이 한 근원이라는 것을 볼 수 있고, 각각 바르게 하는 밖에 별도로 한 근원이라는 성(性)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각각 성명을 바르게 해도 한 근원이라는 것에 해가 되지 않고 한 근원이어도 각각 성명을 바르게 하는 데 해가 되지 않으니, 이것이 이(理)의 묘처(妙處)입니다.
[답] 그대가 본 것이 착오일세. 그러나 모름지기 여기에 나아가 이면의 실체를 보아야 바야흐로 참으로 이(理)를 본 것이네.
주석 107)면복(緬服)
부모의 무덤을 이장하여 다시 장사 지낼 때 입는 상복을 가리킨다.
주석 108)압강(壓降)
존자(尊者)에게 눌려서 정해진 예법보다 등급을 낮추어 행하는 것을 말한다.
答白子行
分離未久。又承華幅。因審侍省增祉。實叶願聞。義林泄痢之證。數朔作苦。元氣見奪。氣息奄奄。惟俟朝夕就盡而已。所示時人文詞云云。可謂說盡文敝無餘蘊。在於我者。充養有素。義理昭明然後。發而見於文詞之間者。亦皆平直通達。委曲條暢。而可免於時儒云云之敝矣。如何如何。
孟子曰仁人心也。朱子曰。仁者心之德。又曰便是愛之理。旣曰心之德。而一轉爲愛之理。爲體爲用似無專主且不曰仁人性也。而直曰人心。又曰可見其此身爲酬酢萬變之主。不曰此心而言身。則抑心爲身故歟。
心之德。是專言之仁。愛之理。是偏言之仁。心有以理言者。有以氣言者。孟子所謂仁人心。程子所謂心生道。皆以理言者也。心爲一身之主。若如賢言。則心爲心之主。其可乎。
盡其心者。知其性也。以文義求之。則似是知性而後盡心也。至於事天。先存而後養性。抑自運用而沂本源乎。
盡心是大學之知至也。知性是物格也。先存心後養性者。夫聖賢論性。無不因心而發。
父在爲母。期年而除。若父在爲母緬。服制直依三月乎。
豈於緬遷三月之制。而有壓降之理乎。
一本本字中。已含萬殊意。萬殊特其一本中條理出來者也。一與萬無層節。本與殊只一致。但就流行邊說。似有次第逐些。而其實非有界位也。
說得甚是。今日主氣之敝。只是不知此個義。
乾道變化。各定性命。各正上。見得萬物之一原。非各正之外。別有一原之性也。各正而不害一原。一原而不害各正。此是理之妙處。
見得錯。然須就此。見得其裏面實體。方是眞見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