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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 조사현【옥승】에게 답함(答曺士賢【玉承】)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조사현【옥승】에게 답함
방문을 받은 지 여러 해가 되어 그리운 생각 정히 간절하였는데, 뜻밖에 그대 4촌이 방문하였고 그대 편지가 따라왔으니, 직접 얼굴을 보고 진진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위로되는 마음 많았네. 삼가 노친을 모시고 독서하는 체후가 넉넉한 줄 알았으니, 실로 멀리서 듣고 싶은 마음에 흡족하였네. 색동옷 입고 어버이를 기쁘게 하여주 100) 하루의 봉양을 삼공(三公)과 바꾸지 않으니,주 101) 인생의 좋은 시절은 오직 이 때가 그럴 수 있네. 다시 부모님을 모시는 여가에 고서를 읊조리고 옛날 들은 것을 익힌다면, 그 즐거움을 상상할 수 있고 그 아취를 취할 만 할 것이니, 옛날에 은거하며 어버이를 봉양했던 동소남(董召南)주 102)과 주인궤(朱仁軌)주 103) 같은 이가 어찌 아름다움을 독차지 하겠는가? 의림(義林)은 위아래로 외롭고 곤궁하여 정경을 표현하기 어렵고, 오직 긴 백발만 있어 이것이 그 천업(倩業)일 뿐이니, 곤궁한 집에서 슬퍼 탄식한들 무슨 수로 미칠 수 있겠는가? 우리 두 사람이 교분을 맺어 뜻을 살핀 지 비록 이미 여러 해가 되었으나 그 공부의 절도와 덕을 진전시키고 학업을 닦는 모습은 또한 그 속내를 상세히 알 수 없었네. 지금 보내온 한 통의 편지에서 그 독실하고 시원함에 대해 그 만 분의 일이라도 대략 알 수 있었고, 더구나 이른바 "기질이 치우치고 뜻이 또 서지 않아 능히 구습(舊習)을 혁파할 수 없다.……"라고 하였으니, 스스로 성찰하는 것이 매우 치밀하고 힘을 쓰는 것에 게으르지 않음을 볼 수 있었네. 무릇 공부의 요처(要處)는 단지 그 뜻을 세우고 구습을 혁파하는 데 달려 있으니, 이와 같다면 기습(氣習)이 치우친 것은 별도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또한 없앨 수 있을 것이네. 뜻이 서면 근본이 더욱 견고하고 구습을 혁파하면 덕은 더욱 진보하네. 다만 살피는 것이 정밀하지 못하고 행하는 것에 힘을 쓰지 않는다면 비록 이 중요한 말이라도 그 요체가 됨을 알지 못할까 두려우니, 어떻게 여기는가?
- 주석 100)색동옷……하여
- 춘추 시대 초(楚)나라 사람 노래자(老萊子)가 나이 70에 부모를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해서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떨고, 일부러 마루에 물을 뿌려 놓고 미끄러져서 어린애처럼 울기도 하고, 새를 희롱하며 장난치기도 하였다. 《小學 稽古》
- 주석 101)하루의……않으니
- 송(宋)나라 왕안석(王安石)이 "옛사람은 하루 동안의 부모 봉양하는 기회를 삼공의 자리와도 바꾸지 않았네.〔古人一日養, 不以三公換.〕"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臨川文集 卷9 送喬執中秀才歸高郵》
- 주석 102)동소남(董召南)
- 당(唐)나라 때 안풍(安豊) 사람으로 은사(隱士)인데 한유(韓愈)가 〈동생행(董生行)〉이라는 노래를 지어 동소남이 주경야독(晝耕夜讀)하며 살림을 잘 꾸려 부모를 편안하게 모시고, 처자식이 근심이 없도록 한 것을 노래 하였다.
- 주석 103)주인궤(朱仁軌)
- 당(唐)나라 때 사람으로, 자는 덕용(德容)이다. 평생 출사하지 않고 은거하며 어버이를 봉양하였다. 자식들에게는 일생 동안 남에게 밭두둑을 양보해도 1묘(畝)의 밭도 손실되는 것이 아니라고 훈계하였다. 《小學 嘉言》
答曺士賢【玉承】
承枉有年。懷想政勤。料襮。令從氏委訪。惠幅隨之。與親承顔範。津津傾倒。何以異哉。慰沃多矣。謹審奉老讀書。候節沖裕。案愜遠外願聞之情。彩趨供歎。一日三公。人生好時節。惟此爲然。更於餘力暇日。諷詠古書。溫理舊聞。其樂可想。可趣可掬。古之隱居養親。如董召南朱仁軌。豈獨專美也。義林上孤下窮。情景難狀。而惟有三千丈白髮。是其倩業耳。窮盧悲歎。何計可追。吾兩人定交視志。雖已有年。而其功夫節度。進修樣轍。亦末得詳悉其裏許。今於來喩一紙。其篤實開爽。可以領略其萬一矣。況所謂氣質偏駁。志又不立。而不能革去舊習云云者。可見自省之甚密。而不懈於用力也。大抵功夫要處。只在於立其志。而革舊習。如此則氣習之偏。不用別方。而亦可銷磨矣。立志則本益固。革舊習則德益進。但恐察之不精。而行之不力。則雖是要語。而不知其爲要矣。如何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