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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 이인보 【장환】에게 답함(答李仁甫【長煥】)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7.0001.TXT.0036
이인보주 93) 【장환】에게 답함
세월이 멈추지 않아 여름이 또 깊어졌네. 상중에 보낸 편지를 받고 인하여 이런 즈음에 상중의 절도를 보호하고 있는 줄 알았으니, 얼마나 위로되고 감사한 마음 지극하겠는가? 매번 생각건대, 그대가 연로한 어버이를 모심에 곁에는 형제가 없고 아래로는 자식도 적은데 크고 작은 집안일과 일상생활의 많은 실마리가 또 장차 어버이를 모시고 자식을 기르는 사이에 자신을 얽매니, 그 고생하는 모습은 나를 대신 걱정스럽게 하네. 그러나 이것은 모두 기수(氣數)에 관계 된 것이고 직분이 있는 것이네. 기수에 관계 된 것은 단지 심회를 너그럽고 평탄하게 하여 하늘에 맡겨야 할 것이고, 직분이 있는 것은 정히 마땅히 뜻을 독실하게 하고 사려를 경책하여 성취함이 있기를 기약해야 하니, 오늘의 곤궁함이 훗날 옥성(玉成)주 94)이 되지 않을 줄 어찌 알겠는가? 오호라! 선비가 이 세상에 태어나 도모하는 것이 없이 헛되이 살다가 헛되이 죽는다면 어찌 애석하지 않겠는가? 우리 당(黨)에 종유하는 사람이 몇 사람이며 몇 년이나 되었는데, 시종 독실하여 마음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음이 두렵네. 생각건대 그대 또한 응당 생각이 여기에 미쳐 이것을 개연해 할 것이네. 또 더구나 영귀정(詠歸亭)을 운영한 지 십 년이 못 되어 선배 중 노성한 분들이 거의 모두 돌아가셨으니, 오늘날 지켜서 이루어야할 책임은 그대 주변의 한 무리가 아니겠는가? 힘쓰고 힘쓰시게. 진학(進學)의 공부는 독서가 아니면 불가하고 독서의 방법은 경(敬)을 위주로 하지 않으면 불가하니, 수레바퀴와 새의 날개에서 비유를 취한 것이 매우 분명하네. 일용의 사이에 단지 이 두 가지 실마리를 가지고 간단(間斷)이 없도록 하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주자가 말하기를 "세간의 만사는 잠깐 사이에 변하여 사라지니, 모두 가슴속에 담아 둘 것이 없고, 오직 이치를 궁구하고 몸을 닦는 것을 구경(究竟)의 법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으니,주 95) 이것은 우리들이 평소 늘 일컫던 말이 아니던가? 작은 것만 보고 큰 것에는 어두우며, 세월만 유유히 보내는 공통된 근심은 맹렬히 반성하고 통렬히 개혁하지 않으면 아마 능히 이 관문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네.
주석 93)이인보(李仁甫)
이장환(李長煥, 1874~?)을 말한다. 자는 인보, 본관은 공주(公州)이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주석 94)옥성(玉成)
학문과 인격이 시련을 통하여 귀한 옥처럼 훌륭하게 성취되는 것을 말한다. 자세한 내용은 앞의 같은 주석 참조.
주석 95)주자가……하였으니
《회암집(晦菴集)》 속집(續集) 권4 〈답마기지(答馬奇之)〉에 나오는 말이다.
答李仁甫【長煥】
日月不住。夏令又深。承疏。因審此際哀節支衛。何等慰感之至。每念哀侍在篤老下。旁無兄弟。下乏子男。而家事巨細。日用多端。又且絆已於蒙率之間。其困苦之狀。令人代悶。然此皆氣數所關。職分所存。氣數所關者。只要寬心坦懷。而付之於天。職分所存者。正宜篤志策慮。而期於有就安知今日之困。不爲他日之玉成哉。嗚乎士生斯世。無所猷爲。而虛生虛死。豈不可惜。吾黨遊從。爲幾許人。爲幾多年矣。而終始篤實可以寄意者。恐無多焉。想哀侍亦應慮及於此。而爲之慨然也。且況詠亭經始未十年。先輩老成幾盡凋零。而今日守成之任。非哀侍一隊人乎。勉之勉之。夫進學之功。非讀書不可。讀書之方。非主敬不可。車輪鳥翼。取譬甚明。日用之間。只將此二。端無有間斷如何。朱子曰。世間萬事。須臾變滅。皆不足置胸中。惟有窮理修身爲究竟法。此非吾輩平日稱道之言耶。見小闇大。悠悠通患。非猛省而痛革之。恐不能透脫此關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