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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 이경원 【기호】에게 답함(答李景元【基皓】)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7 / 서(6)(書(6))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7.0001.TXT.0034
이경원주 87) 【기호】에게 답함
지난 날 찾아 왔을 때 저녁이 되어 문득 떠났으니, 뒤 미쳐 생각함에 서글프고 허전한 마음이 마치 목에 음식물이 걸린 것 같았는데, 뜻밖에 편지를 받아 감사한 마음 참으로 깊었네. 인하여 어버이를 모시는 절도가 줄곧 많은 복을 누리고 있는 줄 알았으니, 위안되는 마음 실로 깊었네. 그대 공부가 지금 《근사록》을 보고 있다고 하니, 매우 좋네. 의리의 정미함은 이 책보다 상세한 것이 없으니, 진실로 능히 익숙히 읽고 정밀히 생각하여 하나하나 체인(體認)한다면 이른바 '비상한 기질'을 반드시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네. 편지에서 "춘생지(春生之)……"라고 하였는데, 봄은 봄기운이 생기고 여름엔 봄기운이 자라고 가을엔 봄기운이 성숙하고 겨울엔 봄기운을 간직해 두네. 그러므로 봄이 사시의 처음이 되는 것이 인(仁)이 사덕(四德)의 장(長)이 되는 것과 같네. 또 춘하추동의 이치는 하늘에 있어서는 원형이정이 되고, 사람에게 있어서는 인의예지가 되니, 이 이치를 밝게 터득하면 어찌 극기복례(克己復禮)할 수 있지 않겠는가? 또 체(體)는 체용(體用)의 체가 있고 체단(體段)의 체가 있으니, 대개 귀산(龜山)주 88)은 만물이 나와 하나가 되는 것을 인(仁)으로 여기니, 호상(湖湘)주 89)의 학자들이 이것을 인의 체라고 여겼네. 그렇다면 이 '체' 자는 체용과 체단을 겸하여 가리켜 말한 것이네. 모든 사물은 체와 용이 있지 않음이 없으니, 나무의 뿌리는 체이고 그 지엽은 용이며, 물의 근원은 체이고 갈래의 물줄기는 용이네. 인심(人心)에 있어서는, 미발(未發)은 체가 되고 이발(已發)은 용이 되며, 사덕(四德)은 체가 되고 사단(四端)은 용이 되네. 체단의 체 같은 것은 그 당체(當體)의 실두(實頭)를 가리켜 말한 것이니, 말의 맥락이 조금 다르네. 그 아래 문장에서 주가가 말하기를 "이것은 인(仁)의 체가 아니라, 인의 양(量)이다."라고 하였으니,주 90) 원컨대 경원(景元)은 여기에 더욱더 생각하여 무엇이 인의 체가 되며 무엇이 인의 양이 되는지를 뚜렷하고 분명하게 한다면 유익함이 없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네.
주석 87)이경원(李景元)
이기호(李基皓, 1874~?)를 말한다. 자는 경원, 본관은 공주(公州)이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주석 88)귀산(龜山)
송(宋)나라 때 학자 양시(楊時, 1053~1135)의 호이다. 자는 중립(中立)이다. 정호(程顥)ㆍ정이(程頤)의 제자로, 뒤에 도남학(道南學)을 창시하였다. 정호ㆍ정이의 학문은 양시를 거쳐서 나종언(羅從彦)에게 전해지고, 다시 이동(李侗)을 거쳐서 주희(朱熹)에게 전해졌다. 저서로는 《귀산집》이 있다.
주석 89)호상(湖湘)
호는 동정호(洞庭湖), 상은 상강(湘江)을 말하는데, 호굉(胡宏)이 호상학파(湖湘學派)를 개창하였다.
주석 90)주가가……하였으니
《주자어류》권6〈성리3(性理三) 인의예지명의(仁義禮智等名義)〉에 나온다.
答李景元【基皓】
向日枉顧。觸暮旋發。追念悵缺。如物在喉。匪意承書。感戢良深。因審侍中節宣。連膺茂祉。慰浣實深。盛課今在近思錄云。甚善甚善。義理精微。莫詳於此書。苟能熟讀精思。一一體認。則所謂甚生氣質。必有以得之於此矣。示中春生之云。夫春者春之生也。夏則春之長也。秋則春之成也。冬則春之藏也。故春爲四時之首。仁爲四德之長者然也。且春夏秋冬之理。在天爲元亨利貞。在人爲仁義禮智。曉得此理。豈不可以克己復禮乎。且體有體用之體。有體段之體。蓋龜山以萬物與我爲一。爲仁。湖湘學者。以此爲仁之體。然則此體字。兼指體用體段而言之也。凡物莫不有體有用。木之根體也。而其枝葉用也。木之源體也。而派流用也。在人心。則未發爲體。已發爲用。四德爲體。四端爲用。若體段之體。指其當體實頭而言。語脈微別矣。其下文朱子曰。此不是仁之體。是仁之量。願景元於此。更加入思。以爲何者是仁之體。何者是仁之量。使之了了分明。想不無益。